『부끄럽습니다. 조용히 회갑을 보내려 했는데 후배들의 열띤 정성으로 그동안 작곡한 곡을 모아 발표했을 뿐 한없이 기쁘면서도 인생무상을 느끼게 되는군요』지난 11일 효성여대서 회갑 기념「하대응 가곡의 밤」을 가진 하대응 (61ㆍ자카리아) 교수는 이렇게 겸손스레 그 소감을 말한다.
음악도로선 가장 어려운 여건 속에서 60 평생을 음악을 위해 몸바쳐 온 하 교수는「못잊어」「산」「진달래꽃」등 가곡집을 내어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한국 음악계의 원로.
1914년 강원도 홍천서 출생, 남달리 어릴 때부터 음악에 소질을 가졌던 하 교수는 12년 위인 형으로부터 재질을 인정 받아 바이얼린을 공부하는 등 휘문고교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에의 기틀을 다졌다.
그 후 37년 일본 동경 동양음악학교를 졸업한 하 교수는 재학 중 제5회 전 일본 음악콩쿨 성악부서 2위로 입상하고 2회의 독창회를 개최, 일찍부터 음악가로서의 재능을 발휘했는데 65년에는 경북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그가 작곡한 곡은 대개 50여곡으로 고전주의적 낭만파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한때 건강이 안 좋아 무대에 서지 못하는 외로움과 망향에 젖어 소월의 시집을 읽다 그의 애조 띤 시를 노래한 게 작곡에 손 대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하는 하 교수는 이 가곡 외에도 교향곡「칸타라」「봉화」「한마디 말씀」등을 작곡했다.
현재 효성여대 음악과 교수로 20년간 재직해 온 하 교수는 처음에 기악을 공부하다 대학 시절 지도교수가 목소리가 좋다 하여 성악으로 전환, 무대에의 화려한 시절을 보냈는데 39년 서울 가톨릭 합창단을 발족함으로써 가톨릭 교회음악사에도 빼놓을 수 없는 공로자가 됐다.
39년 하 교수가 서울 동성상업고등학교(현 서울대신학교 전신) 음악 교사로 있을 때 당시 명동성당 보좌신부였던 노기남 대주교가 교회음악 합창단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35명의 젊은이들을 모아 최초의 가톨릭 합창단을 조직한 게 입교의 원인이 됐다고.
그때만 해도 남녀 부동석의 윤리관 때문에 남녀 혼성 합창단을 조직하기란 극히 어려워 처음엔 남자만의 합창단이 미사 때 노래를 불러 오다 해방 후 주한미군 환영미사 때 비로소 여자 합창단을 조직 처음으로 혼성 4부 합창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성장해 온 합창단도 6ㆍ25 등 갖가지 수난을 겪고 더구나 요즘은 교회 당국의 성가 개창운동 및 무관심으로 성가대는 겨우 그 명맥만 유지될 뿐 올바로 그 빛을 못 보고 있다고 안타까와 한다.
『개창운동도 중요하나 적어도 주일미사에 한 번쯤이라도 우리 교회에 맞는 참다운 성가가 불리워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하며 교회 당국의 성가대 육성에 관한 아낌 없는 뒷받침이 아쉽다고 말한다.
아직도 그 옛날 화려했던 시절 무대에의 향수에 젖을 때는 소월의 시를 읽으며 작곡 활동을 계속한다는 하 교수의 음악에의 기백과 열의는 좀체로 식지 않을 듯.
그런데 이날 음악회서는「박꽃, 물망초, 구강산」등 신곡 15곡과 이전 발표된곡 8곡이 쏘프라노 박말순 김귀자 테너 홍춘선 바리톤 이근화 씨들에 의해 끝나자 많은 친지 및 후배들의 줄이은 꽃다발 증정에 하 교수는 시종일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는 후진 양성에 여생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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