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녀는 다시금 옥체와 정신 양면에서 시련에 봉착했다. 즉 1537년에서 38년까지 그녀의 질환은 중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게되었다. 수녀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병마를 극복한 후 다시 수녀원에 돌아갔으나 그녀에게는 더 무서운 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빌린다면「불성실」한 시기였다. 수녀원 생활이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여겨져 기도 시간보다는 다른 수녀들과 잡담하는 시간을 더많이 가졌으며 외부에서 찾아온 손님들과 무용소설(武勇小說)담을 즐겼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자신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자신의 불성실을 슬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1543년 부친의 사망은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어 자신의 미온적인 수도생활을 청산하려는 노력이 싹 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10년 동안 그녀는 계속 양립(兩立)시킬 수 없는 것을 양립시켜 보려고 헛된 노력으로 해서 마음의 평화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1553년 어느날 그 옛날「다마스코」의 도상에서 주님의 강한 빛에 의해 결정적인 타격을 받은 사오로처럼 그녀에게도 그러한 순간이 닥쳐왔다. 즉 데레사가 편태를 당하는 그리스도의 수난상이 놓여진 소성당 옆을 지나면서 무심코 그것을 바라보았을 때 결정적인 회심이 그녀를 엄습했다.
『나는 그 순간 우리에 대한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하고 내 마음이 완전히 바뀌어지고 말았습니다. 내 마음은 그 수난의 고통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없었음을 생각하고 심한 가책을 느꼈습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 앞에 엎드려 이것을 계기로 다시는 배반하는 일이 없도록 나를 굳세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이렇게 그 당시의 심정을 그녀는 말하고 있다. 그때까지 평범했던 데레사 수녀는 무엇인가를 깊이 깨달았다. 즉 이제부터 자신은 이미 예수님의 것임을! 그때부터 진정 그녀의 생활 전체를 지배하게 된 것은 그리스도 예수였다.
그와 동시에 하느님과 그녀와의 사이에는 형언(形言)할 수 없는 신비적인 굳은 결함이 이루어졌다. 그녀는 하느님의 사랑의 깊은 감동 안에 잠겨 곧잘 탈혼 상태에 빠졌다. 그때의 기쁨은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 베르니니는 손에 불화살을 든 천사의 일격하에 탈혼 상태에 빠진 데레사의 조각을 완성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감상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나 그것은 사실이다. 이 까르멜의 수녀는 감상적이긴 커녕 굳센 의지와 불굴의 용기를 가진 개혁자로서 그녀의 위대한 힘을 아낌없이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 주님은 겸손하고 용감한 영혼을 요구하시며 그러한 영혼을 사랑하시어 영적 생활에 있어서 항상 위대한 일에 도전하도록 하십니다』
주님의 비할 데 없는 크신 사랑 안에 잠긴 그녀는 그 기쁨에만 잠겨 이 세상을 망각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이 신비가인 스페인의 아가씨는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그리스도께서 그녀를 택한 것은 이 세상에 당신의 참다운 모습을 다시 한 번 드러내게 하시려는 뜻임을 깊이 깨닫고 주님의 증인이 되어 그릇된 길로 빠진 세상을 진리로 인도하는 안내자로 삼기 위함을 절감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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