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 들어서 한국교회의 성소지망자의 수가 증가、교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 성소지망자중사제지원자는 많아도 수사지원자는 희박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기도 하다.
이에 교회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수사가 한국교회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 및 역할 등을 살펴본다.
『수사님은 왜 사제가 되지 않으셨어요』
『남자수녀라고 할 수 있죠』
전자는 수사(修士)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중의 하나이며、후자는 수사들이 자신의 신분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말투중의 하나이다.
이 같은 말들은 「수사」라는 신분이 한국교회 내에서 그렇게 알려져 있지 않음을 드러내 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톨릭신자는 불과 5%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 84년 교황성하의 방문으로 인해「가톨릭」「주교」「신부」「수녀」「미사」라는 단어는 세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독 「수사」라는 호칭만은 아직도 교회내외에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알고 있는 사람 중에도 그 신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드문 실정이다.
수사에 대한 이 같은 인식부족은 결과적으로 수사지원자의 수를 감소시켜 교구 및 수도회소속사제 1천5백50여명、수녀 4천5백여 명에 비해 수사는 1백6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87년도 한국교세 통계)
수사지원자가 이렇게 희박한 것에는 수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 외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내재돼 있다.
우선 첫째로 「수사」라는 신분에 대한 교육 및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아니 수도회라는 곳과 그곳의 생활에 대한 교육 및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수사의 수가 너무 적어 수사들과 접촉할 수 있는 국한된 신자들만이 그들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셋째、그동안 한국교회는 사제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남자 성소지망자의 경우 초기에 수도성소와 사제성소를 분별、선택하도록 인도하기 보다는 사제지원으로만 유도해온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넷째、유교전통에 젖어있는 한국인의 심성 구조상 한국남성들은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고 언뜻 보기에 모든 일의 주역으로 나서는 사제직분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추측 등이다.
이런 여러 요인이 수사성소 증가를 저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도회 관계자들은 수사성소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에 그렇게 비관하지는 않는다.
물질만능의 현시대 풍조 속에서 영적인 것을 갈망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고 또한 이런 젊은이들은 말보다 행동을 중시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즉 관계자들은 시대의 흐름을 볼 때 수사의 삶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는 교육 및 홍보를 병행한다면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삶으로 받아들여 질것임을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의 수도자들 중에 남자 수도자는 수사라고 부르며 여자 수도자는 수녀라고 부른다.
또한 남자 수도자들 중에는 사제의 신분으로 수도생활을 하는 수사신부와 사제서품을 받지 않고 수도생활을 하는 평수사가 있다. 일반적으로 수사라고 하면 사제가 아닌 평수사를 지칭하는 것이 보통이다.
모든 수도자들이 그렇듯이 수사 역시 청빈ㆍ정결 순명의 서원을 통해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할 수도회 내에서 고유한 직무를 수행하며 복음을 증거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수사의 직무는 모두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가 어떤 수도회에 속해 있으며 어떤 임무를 받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이다.
따라서 수사는 수도회의 성격에 따라 어느 때는 사제보다 더 큰 직무를 부여받고、다양한 사도직을 실천할 수도 있으며 그렇게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일에 있어서 사제와 수사가 다른 것이 있다면 사제가 성사를 집행할 수 있다는 차이 뿐이다. 위치나 역할、수행하는 고유 직무에 있어서는 결코 상하의 개념이 없는 것이다.
한국에 있는 26개 수도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 수사는 현재 교장ㆍ교수ㆍ의사ㆍ음악인ㆍ문지기ㆍ목공수ㆍ회계사ㆍ청소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속 수도회의 창립이념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
또한 교회사적으로 볼 때 수도회가 교회의 쇄신에 있어 선구적 역할을 수행하고 영성의 원천으로 작용하여 왔듯이 수사는 수도회 안에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알게 모르게 교회 내에서 중차대한 몫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 수사의 증가를 위해서 관계자들은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한국교회가 본당중심으로 조직돼 있어 신자들이 쉽게 수도자들을 대할 수 없는 구조적인 난점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수사에 대한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지 않아 이런 노력이 성과를 크게 나타내기는 힘들다고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관계자들은 한국교회 내에 수사의 숫적 증가를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수사에 대한 역할의 재인식』이 필요하며 이것을 위해 『신학교ㆍ본당등지에서 교육 및 홍보가 뒤따라야 한다』고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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