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래아의 가파르나움에 거처를 정하신 예수께서는 갈릴래아 바다에 떠있는 베드로의 배를 설교장소로 선택하셨다. 큰일 시작하려면 일꾼이 필요하다. 예수께서는 구세사업에 착수하시면서 먼저 협력자들을 임명하셨다. 예수님의 거처가 있는 가파르나움은 갈릴래아 바다의 활발한 항구도시이고 루가는 이 바다를 겐네사렛 호수라고 부르고 있다. 겐네사렛이란 이름은 구약성서 마카베오서에 나오는데 민족의 지도자 요나타스가 이 호수가에 진을 쳤던 곳이다(Ⅰ마카 11, 67). 이 광활한 호수는 적절한 태양과 좋은 기후로 농수산물이 풍부하여 연안에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며 더 바랄 것이 없는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여름에는 산바람 강바람이 불어 시원하고 겨울에도 춥지 않고 일 년에 60일가량 비가 내린다. 팔레스티나의 다른 어느 지방보다도 야외생활을 많이 하는 지방이다. 예수시대에는 호수는 양어장처럼 물고기가 많았고 이호수를 끼고 있는 갈릴래아 지방은 흡사 거대한 정원과도 같았다. 갈릴래아 지방쪽은 산도 높지 않아 길이 편리하게 뚫려있었고 계곡도 접근하기에 알맞았다. 산상교훈을 내린 「행복의 산」도 이 근처에 있으며 그 산은 해발 3백 미터 밖에 안 된다고 한다. 호수가에는 「낚시의 집」이란 뜻을 가진 벳사이다가 있고 「물고기의 탑」이란 뜻을 가진 막달라 어촌이 있다. 벳사이다 출신인 베드로는 갈릴래아 바다에 배를 가지고 있었고 그의 동생 안드레아와 어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예수님은 이 배에서 설교를 펼 것이다. 제베데오는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고기잡이를 하고 있었다. 이두 어민가족은 아마도 서로 협력하며 생계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베데오의 아내는 성모 마리아의 자매로서(요한 19, 25)예수를 따라 예루살렘으로 가서 십자가형장을 지켜본 부인이다.
베드로 형제는 이미 예수님을 뵈었고 예수를 스승으로 따르기로 작성하였던 사람들이다. 예수님은 오늘 이들에게 본격적으로 사명을 주시려고 하고 있었다. 베드로는 여전히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그 날은 밤새도록 고기잡이가 시원치 않았다. 그리고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스승이신 예수님의 말씀이 계셨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 베드로는 어젯밤 다 해본 일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에게 홀딱 빠진 베드로에게는 예수님의 말씀 한 마디 그것이면 다였다. 베드로는 존경심을 가지고 하라시는 대로 복종하였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복음서에서 내용을 잘 알고 있다. 기적적인 물고기 잡이를 보고 베드로는 예수와의 첫 대면 때 『너는 이제부터 베드로라 하라』고 개명해주셨던 일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물고기들도 복종시키는 이분 앞에서 형편없는 자기 모습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저는 죄인입니다』라고 고백했던 것이다. 나는 그분의 신들메를 시중들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다라고 고백한 세례자요한의 자세를 베드로는 영성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하느님의 숭고하고 성스러운 사명을 맡기기에 합당한 자격자가 어디 있겠는가. 죄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것을 진심으로 자인하는 겸손이 중요하다. 이런 사람이라야 하느님의 일을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제 베드로와 그 동료들에게 거룩한 사도직을 부여하려는 것이다、『두려워할 것 없다. 이제부터 너는 사람낚는 어부가 될 것이다』광활한 평원에 무르익은 곡식을 거두는 일꾼, 넓고 넓은 바다에 무진장 있는 물고기를 잡는 어부, 베드로와 그 동료들은 이 일에 불리고 서임된 것을 얼른 깨달았다. 베드로와 안드레아, 그들의 동료어부 제베데오의 아들 형제 야고보와 요한, 이 네 사람은 앞으로 예수를 중심으로 똘똘 뭉칠 사람들이다. 베드로, 야고보, 요한은 제자들 중에서도 예수의 측근으로 타볼산에서 하느님의 비밀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큰 부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생업에 종사하며 어선도 가지고 있었고 재산이랄 수 있는 선구도 가지고 있었다. 딸린 가족도 있었다.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 제베데오의 일을 도와야 할 사정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람낚는 어부」의 사목직을 받고 흔쾌히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랐다. 그들의 생활은 이제부터 예수를 위한 생활이 될 것이다
베드로가 불림을 받은 사연을 보면 마리아가 불리움을 받던 때와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본인들은 생각치도 않게 뜻밖의 중대한 임무에 불리었다:메시아의 어머니가 될 것이다. 사람 낚는 어부가 될 것이다. 굉장한 불림이어서 본인들은 어리둥절하였다. 둘째 불림을 받았을 때 이들은 진심으로 겸손을 표시하였다:비천한 여종인 제가 어찌…, 저는 죄인입니다. 그들은 신앙심으로 그 임무를 수락하였다.
셋째, 이들을 부르실 때 주님은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셨다. 하느님의 성령이 마리아에게 사명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주셨고 베드로에게 고기잡이의 기적을 보여주셨다. 이들은 앞으로 구세사업의 근간이 될 것이다. 마리아는 교회의 어머니가 될 것이며 베드로는 교회라는 배의 선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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