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기부터 게르만족의 유럽침입으로 서로마제국이 붕괴되고 수많은 부족국가들이 창건되었는데、이들을 교화 개명시키는 일은 사목자들과 수도자들의 과업이었다. 차츰 부족국가들은 강력한 왕국에 흡수되고 왕들이 개종하면서 서유럽은 한계가 모호한 정교혼합(政敎混合)체제가 성립되었다. 이런 체제하에서 왕들은 교회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교회내정에 간섭하고 주교임면(任免)까지 좌우하게 되어서 교회가 혼란스러워졌다.
교회 해방시도
11세기의 여러 교황들 특히 그레고리오 7세는 일대 개혁을 시도하였는데 개혁의 초점은 군주들의 횡포에서 교회를 해방시키자는 것이었다. 이 개혁운동의 이론적 바탕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교황권은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우신 것이므로 무엇이든지 맺고 푸는 교황의 권한은 군주들의 속권보다 비길 수 없이 우월한 것이니 군주라도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지 않으면 교황은 그 군주를 권좌에서 추방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교회는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적 제국이요 교황은 그 제국의 황제가 되므로 모든 권한의 머리요 뿌리라 하였다.
이런 주장은 법령을 통하여 교회생활전반에 반영되기 시작하였고 지방주교들의 권한의 축소를 가져왔다. 한편、이런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지도력으로 교회를 속권의 간섭에서 해방시켰으나、차츰 비대해지는 교황권은 왕권과의 마찰과 주교권과의 마찰을 자주 일으켰다. 하여간 13세기에는 교황의 권력과 영화가 절정에 도달했다.
다른 한편 중세사회가 봉건적 체제로 안정되면서 학문이 진작될 여건이 생길 즈음에 십자군 사건을 계기로 하여 유럽에 소개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이용하는 스콜라 신학이 정립되었다. 대표적 스콜라신학자인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교회론을 요약해 보기로 한다.
스콜라신학 정립
사람의 몸이 머리와 지체들로 구성된 것처럼 교회도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지체들인 신자들로 구성된 신비체이다. 그런데 사람의 머리는 몸전체에서 질서와 완전성과 능력으로 첫째인 것처럼 그리스도도 신비체의 머리가 된다.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모든 사람들이 구원되니 그리스도는 질서에 있어서 첫째요、모든 은총을 충만히 가지고 계시니 가장 완전하시며、모든 지체에게 은총을 충만히 가지고 계시니 가장 완전하시며、모든 지체에게 은총을 주시니 능력으로도 첫째가 되신다.
그리스도는 그 천주성으로 만물의 원인이 되실 분 아니라 그의 인간성도 모든 은총의 원인이 되시므로 신비체의 머리라 하며 이 은총은 성령의 작용이므로 신약은 그리스도의 신자들에게 주어진 성령의 은총이라 할 수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은총을 받을 뿐 아니라 그 은총을 나누어주는 모든 수단의 종합체이다. 그래서 교회는 신앙과 성사들로 구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교회가 성사라면 교회의 불가시적인 면과 가시적인 면은 밀접히 결합되어 있다. 따라서 교회의 일치는 그리스도와 신자 각자의 일치와 신자들 상호간의 일치가 아울러 갖추어져야 되는 것이다.
교계제도의 근거
토마스는 교회의 성사 중에서 세례ㆍ성체ㆍ신품성사를 교회구성의 특히 중요한 성사로 본다. 세례성사는 사람을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합체(合體)시키는 성사이므로 구원에 절대로 필요한 성사이며 그때문에 유아에게도 세례성사는 베푸는 것이다.
성체성사는 사람을 그리스도께 일치시키고 신자들과 일치시키는 성사이므로 신비체 건설의 중심성사이다. 세례ㆍ견진 고해는 성체성사를 준비시키고 병자ㆍ신품혼ㆍ인성사들은 성체성사의 결과이다.
신품성사는 교계제도의 근거이다. 이 성사는 사람에게 성사들을 베푸는 권한을 주는 성사이니 이 성사의 최종목적은 성체성사 거행이고 따라서 사제직을 신품의 완성이라 하고 주교직은 지휘감독의 직분으로 보고 있다.
신비체 전체의 일치를 위하여 교황직이 요청되고、교황은 전교회에 통용될 신경을 반포하거나 신앙교리를 결정적으로 선포할 권한이 있다 하였으나 이 권한의 무류성에 대한 언급은 없다.
14세기로 들어오면서 다시금 군주들이 교황에게 저항하기 시작하였고、이에 대항하여 교회와 교황의 권한을 논하는 독립된 교회론 저서들이 출현하였다. 이 저서들은 교회의 본질문제는 접어두고 교권의 절대적 우월성을 주장하거나、교권과 속권을 구별하면서 교회의 지도권을 인정하거나、속권의 완전한 독립을 주장하는 것이었다.
옥칼은 『교회란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신자집단이고 교권은 공동선을 위한 봉사직에 불과하고、교회의 최고권위는 성서만』이라 하였다.
위클리프와 후쓰는 교회를 구원이 예정된 자들의 정신운동으로 보고 순복음주의를 주장하면서 교회의 가시적 제도를 배척하였다.
이렇게 교황과 교권에 대한 논쟁을 하는 가운데、교황이 없거나 잘못할 때에 교회문제를 처리하는 최고권위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전체교회는 오류를 범할 수가 없지만 교황개인은 오류를 범할 수가 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공의회 지상주의
그래서 교황자신의 문제나 교황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교회자체가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교회는 모든 신자들의 집단이니 그들의 대표로 구성된 공의회가 교회의 최고권위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런 이론은 점진하는 민주주의 사상과 잘 부합되는 것이었고、사실 이런 이론으로 이른바 서방교회의 여러 대립 교황들로 빚어진 대이교 사건을 해결한 일도 있었으나 플로렌스 공의회에서 단죄되었다. 역사는 이 주장을 공의회 지상주의라 한다.
한편、유명론(唯名論)의 유행은 스콜라 학풍을 쇠퇴시켰고 인문주의의 영향으로 전통과 권위에 대한 존경이 동요되고 자연주의、자유주의、개인주의 등 새로운 사조는 봉건체제를 흔들어 놓았다.
또 교권과 속권의 논쟁과 마찰로 교황좌의 동요가 계속되면서 교회생활의 기강이 해이되고 유럽의 정신적 사회적 정치적통일은 와해되어 갔다.
교회기강이 해이되면서 신앙생활은 민속화되고 많은 성직자들의 타락이 있어서 교회개혁의 필요성이 있었는데、일부 급진적 개혁론자들은 성직계의 개혁을 주장하다가 끝내 성직의 직위와 직권까지 부인하기에 이르렀고 때마침 발명된 금속인쇄술은 이런 잡다한 주장들을 유포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가운데 중세사회는 결정적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