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신자들을 잡으려고 다마스커스로 가던사도 바오로가 주님을 만나뵙고 아나니아에게 세례를 받은후 아라비아에가서 지낸 것처럼(갈라1, 17)대구 제 1육군 병원은 내 신앙생활에 있어서 사막과 같은 것이었다.
당시 대구 제 1육군병원은 월남전에 참전했던 우리 국군들이 월남땅에서 전상을 입고 후송되어 오는 병원이었고 수많은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었다.
수녀님이 지도하는 교리반에 나가면서 가톨릭 환우회에 나갔는데 하루하루 제대자가 생겨나면서 세례도 받기전인 8월 초순에는 환우회장이 되어있었다.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에 신자도 아닌자가 회장이 되었으니 나의 출세(?)도 일찍 열리기 시작했던가 보다.
그리고 세례 준비를 위하여 특별히 읽으라고 수녀님께서 갖다준「동서의 피안」을 읽었을 때 사도 바오로가 아나니아를 통하여 성령을 받았을 때 눈을 가리고 있던 비늘 같은 것이 떨어져 모든 것을 보게 되었다는(사도 9, 18)것과 같이 내 눈을 가리고있던 어두움과 의심의 비늘을 벗어 버리게되었다.
내 인생 20여년의 의미와 내 인생의 쓰라린 그늘과 아팠던 상처들이 모두 하나의 계획안에 한가닥 끈으로 엮어져 훌륭한 의미를 가진 순간들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수많은 고통과 아픔ㆍ실패와 좌절ㆍ미움과 외로움 그리고 방황의 순간마다 나를 이끌어 주고 계신 하느님의 손길과 그 분의 사랑을 발견하게 되었다.
군대생활 6년 5개월동안 병원 입원이 네번이었고 총 입원기간은 2년이 넘었는데 그 좌절의 입원기간 동안 조금씩 하느님의 품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또 그분은 나를 인도하고 계셨다는 것, 아원의 원장들의 배신과 냉대가 보다 높은 차원의 사랑에 목마르게 하여 당신께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섭리임을 깨닫게 하였다.
목마른 한마리의 사슴이 갈증을 풀 수 있는 시원한 샘물을 찾아 골짜기와 등성이를 넘어 찾아 헤매듯 내가 시원하게 마시고 만족할 수 있는 생명의 샘물을 찾아왔던 20여년의 이스라엘 민족의 대림과 같이 여겨졌고 죤우(오경웅)박사의 방황과 정착이 곧 나의 이야기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의 그 기쁨과 그 환희는 말로 표현할수 없었다.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하느님의 뜻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나는 이제 실패작도 아니었고 인간 폐품도 아니었으며 나도 이 세상의 어느 한곳을 지켜야할 인간이며 쓸모있는 인간으로 하느님께서 창조해 주셨다는 확신이 섰고 과거의 잘못된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던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67년 8월 15일 대구 계산동 본당에서 서정덕 신부님의 집전으로 내 생명의 새장을 열어주셨을 때의 감격.
『하느님 당신은 실패가 성공이 되고 어두움이 빛이 전조이며 슬픔과 고통도 인생의 값진 거름으로 바꾸어 주시는 전능의 하느님이시니 간절히 비나이다』『저를 오늘 이자리에까지 인도해 주셨으니 앞으로 제가 걸어가야 할 길도 밝혀주시며 인도해 주십시요.
그리고 제게도 이와 같이 오묘하고 크신 당신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둔한 말재주와 보잘것없는 능력으로 당신께 다가오는 많은 사람을 인도할수 있는자가 되게해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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