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성탄 때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회사원 안모씨(파비아노ㆍ32)는 성소주일인 지난 4월16일 명동성당 외 오전10시 미사에 참례키 위해 9시경 불광동집을 나섰다. 이날은 다른 때보다 약 10분가량 서둘렀다 지난 주일미사를 빼먹어 고백성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2천여 명의 신자들 틈에 끼여 미사에 참여한 안씨는 미사가 끝나자 성당마담의 북적대는 신자들 사이를 헤치고 명동거리를 향해 성당언덕길을 따라 내려갔다.
신심단체에 가입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거의 없으므로 한눈 팔 까닭이 없었다. 다행히 이번 주일에는 미사도 참례, 신자로서의 기본의무를 완수했다는 안도감과 1시간여에 걸친 장엄한 전례행사에의 참여로 마음이 무척 안정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한 신자의 주일미사 참례과정을 지켜본데 불과하지만 이 안씨의 케이스가 오늘날 수천 명의 신자수로 비대해진 대도시본당의 상당수 신자들의 자화상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신앙을 생활의 작은 일부로 여기고 이를 생활에 최대한 이용하며 미사전례정도만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수동적인 평신도 개념을 가지고 있는 이른바 주일신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현실은 아닐까?
반드시 억측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 많은 본당신부들은 본당교적에 올라있는 신자 중 3/1또는 4/1정도만 주일 미사의무를 지킨다고 우려한다.
「주일신자」의 양산
실제 부산교구 모본당의 경우 지난 부활절 총 신자 7천여 명 가운데 2천4백47명만이 미사에 참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활대축일임을 감안하면 평상시에는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기적으로 볼 때 미사참례에 몇 번 빠지는 것으로 신앙생활의 정도를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일정한 기간이상 자주 미사를 궐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 신자의 신앙심은 일단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미사에 참례한 신자라 해서 모두 바람직한 신앙생활을 영위한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미사참례자중 아침 저녁기도는 물론 틈틈이 성서나 신앙서적을 읽는 「열심한」 신자는 얼마나 될까? 또 단체로나 개별적으로 사회 속에 복음을 전하며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빛과 소금이 되고자 자신을 봉헌하는「참」신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 같은 질문은 현재 2백50만의 교세와 세계성체대회 유치를 자랑하며 매년 15%이상의 성소증가율과 7~8%의 신자증가율로 세계교회의 주목을 받으며 개선(凱旋) 의시게 젖어있는 한국교회에 대해서는 얼핏 걸맞지 않는 질문으로 생각될지 모르나 실상은 가시와 허수를 벗어던진 한국교회의 참된 자화상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무서운」질문인 것이다.
신앙내실화 절실
이 질문에 대해 한국교회는 정확히 그리고 정직하게 답변할 때가 되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서만, 또한 진실을 기초로 할 때만 튼튼한 교회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84년 2백주년기념 사목회의가 주관 시행한 「사회조사보고서나」87년 가톨릭신문사의「사회조사보고서」등 최근 발표된 일련의 통계자료들은 한결 같이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로 「신앙의 내실화」를 지적하고 있다.
신자들의 의식구조와 신앙생활실태 등을 알기위해 조사한 이들 통계들은 신앙의 내실화 못지않게 교회의 운영쇄신과 신앙의 토착화 및 사화참여 등 다양한 것들을 당면과제로 거론하고 있으나, 이에 앞서 제일 근원적인 것으로 신자들의 신앙심 부족과 이의쇄신을 꼽고 있는 것이다.
신자들의 신심부족원인에 대해 신학자와 전문가들은 대체로ㆍ예비자 교리교육의 부실ㆍ주일교 교리교육의 부실ㆍ신자 재교육 결여ㆍ신자개인의 노력부족ㆍ사제부족 현상 및 평신도 위상정립부족과 같은 교회의 제도적구조적 문제ㆍ한국사회의 물질주의(유물론)팽배 경향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 같은 원인들 가운데 현재 한국교회가 전인구의 6%정도만을 신자로 보유한 「전교지방의 어린교회」임을 감안한다면 신앙의 입문단계인 예비자교육단계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전교지방에서는 서구나 미주지역과 달리 성인 새 신자는 반드시 「예비자 교리교육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87년 한 해 동안 영세 입교한 새 신자는 모두17만5천3백38명(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 통계)인데 이 가운데 유아세례를 제외한 13만 5천2명이 예비자교리교육을 통해 입교한 것이다. 또 아직 공식집계는 안된 상태이지만 88년 말 현재의 신자총수를 2백50만 으로 추정한다면 그 절반인 1백25만 명은 1980년에 이미 달성되었으므로 나머지 절반은 여세한지 8년 미만에 불과한 셈인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며 현재 태반의 신자들이 깊이있는 신앙을 가지지 못한 현실은 신앙과의 교육의 부실을 주요원인중 하나로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일선사목자들의 경험에 따르면 새 영세자 중 절반가량이 1~2년 안에 미사참례를 흐지부지하는 등「신앙의 시련」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실도 예비자교리교육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예비자교육 중요성
그러나 한국교회가 전교 지방의 교회라는 특수상황아래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은 부족한 것 같다.
예비자교리반 담임문제만보더라도 서울과 같은 대도시본당에서는 대게 4~5개의 성인반을 편성하고 있는데 이중 1개반 정도를 본당신부가, 나머지는 대개 본당수녀들에게 맡기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보좌신부가 있는 경우 주임신부는 교회반 운영에서 손을 떼는 경향마저 없지 않다.
사목해야할 신자수가 많고 업무가 많은 탓도 있지만 사제의 직무 중 첫째가는 것이 복음선교 라는 점을 상기할 때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또 예비자교리반을 담당하는 본당수녀의 경우 효율성을 높이기위해 보다 전문적인 교리교수법을 이수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교리신학원을 수료한 자질있는 평신도들에게 교리교사로서의 문호가 열려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농어촌공소 등 신부와 수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부터라도 파견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교육기간도 교구에 따라 6개월에 50시간 하는 곳도 있고 4개월에 30~40시간 하는 곳도 있는 등 다양하다. 최소한 6개월에 50시간 선은 지켜야한다는 여론이다.
한편 예비자교리내용 중 부족한 부분도 적지 않게 거론된다. 신앙의 본질인 그리스도론 이 더욱 중요시돼야 한다는 지적에 이어 세계천주교회사와 한국천주교회사가 더욱 깊이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간론ㆍ구원론ㆍ제2차 바티깐공의회 정신ㆍ평신도의 위상등도 비중있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재는 현재 「가톨릭교리서」「초대받은 당신」등 20여종이 나와 있는데 내용과 편제가 비슷하며 대학생ㆍ노동자ㆍ고학력층ㆍ저학력층등 계층별지적수준별로세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대부분 외국책을 번역각색한 반면 한국인의 종교심성에 맞는 토착적인 것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교구마다 본당마다 편차가 큰 교리반 탈락자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영세율이 90%나 되는 본당이 있는 반면 50%도 안 되는 곳도 있는 만큼 개선될 소지가 크다 할 것이다.
이외 주일교사의 전문성화보문제, 통신교리의 내실화, 대부모제의 활성화방안, 영세 후 관리문제 등 예비자 교리교육과 관련 거교회적으로 중지를 모아 효율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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