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장마가 지나갔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것 같다. 형일이네 집에서 바라보이는 시내며 산이며 어디나 푸르름이 싱싱하다.
내일은 그동안 형일이네가 미루어왔던 비둘기 날리는 날이다. 그동안 형일이네 비둘기들은 더욱 커졌으며 사람의 발자국 소리에 날아가는 일도 없게 되었다.
비둘기들은 형일이네 모든 식구를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형철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때 형일은 아직 학교에서 와있지 않았다. 형철은 혼자서 심심했다.
형철은 대청에서 모이를 먹는 비둘기들은 바라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
-그렇지 오늘 나 혼자 예행연습을 해보자!
하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학교에서도 운동회 전날에는 전체학생이 예행연습이라는 것을 한다. 형철은 그것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형철의 까만 눈동자가 빛났다.
형철은 대청에서 일어섰다. 비둘기들이 모이를 먹고있는 수도가로 갔다. 한동안 비둘기들의 옆에 앉아 비둘기들을 바라보고 또 등을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형철은 비둘기 한마리는 어깨위에 올려놓고 한마리는 손에 들었다.
비둘기들은 쉴사이 없이 작은머리를 이리저리 돌리기는 했으나 날아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형철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형철은 비둘기들을 가지고 뒷산 꼭대기에 올라가려는 것이다. 거기서 비둘기를 날려보낼 작정이다. 물론 짧은거리이기 때문에 비둘기들이 집을 찾아오는 것은 문제도 되지 않지만 형철은 그렇게 해보고 싶어졌던 것이다.
대문을 나섰다.
마침 지나가던 어떤 아저씨가,
『야, 그 참 비둘기가 훈련이 잘됐구나』하고, 웃으며 지나갔다.
형철은 더욱 으쓱해졌다.
-왜, 아이들은 하나도 나타나지 않지 이렇게 생각하며 대문앞에 서 있었다. 될 수만 있으면 많은 아이들을 거느리고 뒷산으로 가고싶은 것이다.
형철이네 옆집 꼬마가 아랫길에서 올라왔다.
『욱아, 빨리 와라!』
하고 형철은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형철아 왜?』
하고 욱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형철을 바라보았다.
『빨리 와라, 재미있는것 있어』
형철은 다시 소리쳤다.
『그래!』
하고, 욱이는 헐레벌떡 언덕을 올라왔다. 형철의 앞에선 욱의 눈동자가 빛났다. 형철의 어깨위에 앉아있는 비둘기와 또 손에 들고있는 비둘기를 그제야 보았기 때문이다.
『형철아, 비둘기 도망 안 가?』
하고 욱이는 이상한듯이 물었다.
『그럼』
형철은 자신있게말했다.
욱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비둘기들을 바라본다. 자기 어깨 위에도 올려놓고 싶다.
『형철아, 비둘기 나도 어깨에…』
욱이는 말을 맺지 못하면서 씨익 웃었다
『넌 안돼 비둘기가 말야 나는 한 집 식구라는 것을 알고있는 거야』
『응, 그래서 도망 안가는 거지.』
『그럼』
욱이는 형철이가 부럽다.
『욱아 너 말야 골목에 가서 아이들을 데리고 와!』
하고 형철은 명령하듯이 말했다.
『형철아 뭐하게?』
욱이는 눈을 깜박이며 형철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비둘기들을 산꼭대기에 가서 날리는거야, 그걸 보란 말야』
『그래…그럼 내 아이들 데려올께.』
하고 욱이는 아랫골목으로 달려갔다
한참 뒤에
『형철아!』
하고 욱이가 불렀다. 욱이는 꼬마들을 대여섯명 데리고 올라오고 있었다.
형철이가 만족할만한 수의 아이들은 아니다. 형철은 그 몇배의 아이들이 함께가야 신날것 같다.
-할수 없다.
형철은 속으로 단념했다.
꼬마들은 형철의 앞에서 비둘기들이 날아가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했다.
『자, 가 보자!』
하고 형철은 앞장을 섰다. 산에 올라가면서 동네아이들을 더 데리고 갈 작정이다.
집 뒤로 올라가노라니 이골목 저골목에서 아이들이 우루루 달려왔다.
아이들은 형철의 어깨위의 비둘기와 손에 들고있는 비둘기를 보고 모두 놀랐다. 형일은 입이 닳도록 그 하나 하나의 아이들에게 설명을 했다. 즉 오늘은 비둘기를 날리는 예행연습이며 내일 수도국산에 가서 본격적인 것을 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내일 저마다 수도국산으로 가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헐떡거리며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형일이네 뒷마당 은행나무가 바라 보인다.
형철은 숨을 가다듬고 나서
『자, 이제 비둘기를 날린다.』
하며 아이들을 둘러본다. 아이들은 무엇인가 크게 신비스러운 것을 기대하는 것처럼 저마다 까만눈을 형철이에게 집중시켰다.
형철은 어깨 위의 비둘기를 한 쪽 손에 들었다. 그리고서는
『하나 둘 셋!』
‘하고 하늘을 향해 날렸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비둘기도 날렸다. 두 마리의 비둘기가 날개를 푸득쳤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은
『와아!』
하고 소리쳤다.
비둘기들은 형일이네 은행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자 가보자!』
형일은 앞장을 섰다. 아이들이 우루루 산을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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