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강학조약이 체결되고 이어 개항케 된 후 한국의 역사는 신기원을 맞게 되거니와 한국 천주교회의 출판ㆍ인쇄사도 새로운 역사의 전개를 가져온다. 비록 해외에 설치된 것이기는 하나 조선교구 소속 성직자들의 활동으로 활판 인쇄에 의한 도서의 출판ㆍ인쇄 활동이 그것이다.
1866년 병인박해 때 긴급 연락차 청으로 탈출한 리델 리 주교는 그 후 조선교구의 책임자로 임명되었거니와 그는「상해」또는 만주 땅「챠쿠」에서 한불자전과 한국어 문법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챠쿠」에 조선교구 임시 해외본부를 마련하고 김방지거, 최지혁 등 한국 교인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후 1876년 조선 왕국이 개항케 되자 리델 주교는 다시금 조선 왕국으로 잠입하게 되는데 이 때 그가 전쟁하던 일을 새로 조선교구에 배속된 코스트 고 신부에게 위임하였던 것이다. 코스트 고의선 신부는 과학적 두뇌와 근대 기술에 매우 밝은 분이었다. 그는 뒷날 조선 입국 후 용산신학교와 명동대성당 건축을 설계 감독하여 한국에 최초로 서양 건물과 서양식 교회당을 건립한 분이었다. 그는거의 원고가 완성한 한불자전과 한어문전을 인행하기 위하여 1877년 일본「횡빈」을 건너갔다. 그것은 당시 그곳에서「일본의 소리」(Echo Du japon)를 발행하던「레비인쇄소」(C. Levy Imprimeur Libraire)에서 이 귀중한 문헌을 인쇄키 위해서였다.
한편 일단 조선 왕국에 잠입하였으나 다시 적발 체포되었고 개항 정책의 혜택으로 만주로 국외 추방 당한 리델 이 주교도 이 사업을 돕기 위하여 일본으로 건너왔다.「레비인쇄소」는 근대적인 활판 인쇄소였으나 한글 자모를 가지고 못하였다. 그들은 글씨에 능하던 최지혁의 필체를 대본으로 대ㆍ중ㆍ소 3종의 한글 활자를 제작하여 사용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한불자전(Dictionair-e Coreen Francai-a 4ⅹ6배판 694혈)와 한어문전(Gram-maire Coreenne4ⅹ6배판 334혈)의 간행을 보았다.
전자는 한국 사상 최초의 한어와 서구어의 자전으로서 총 11만 단어를 수록한 노작이다. 한편 후자는 한국어를 서구 문법에 의하여 해부한 최초의 문법서로서 품사편과 문장편에 걸쳐 한국어의 구조와 작문법을 론하고 있으며 그 밖에 한중어의 비교 한글 서법과 발음ㆍ계절ㆍ도량형ㆍ방위ㆍ친족명칭과 연습을 위한 회화문 및 옛날 이야기 등을 수록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서책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데 있어 또 한국에 찾아드는 서양인들에게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었던 것이다.
코스트 고 신부는 1882년 한미조약 한독조약이 체결되어 조선 왕국의 문호가 서구 국가에도 열리게 되자 미구에 조선 입국의 자유를 내다보고 조선 왕국 연락 편의를 위해 일본「나가사끼」에 성서출판소를 개설하였다. 이 기관은 조선교구의 시설로 설치된 것으로 이곳에서 활판으로 교리서를 인쇄하여 조선으로 반입하여 전교활동에 이용하게 되었다. 사료 의미로「나가사끼」의 성서출판소의 상세한 상황을 파악치 못하고 있음은 유감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설은 1888년 서울로 반입됐다 코스트 고 신부가 1995년 조선에 입국하였고 다음해에 조선교구 부주교로 임명된 후 성서출판소를 서울로 이설하기 위해 교구 경리신부이던 뽀아소넬 박 신부에게 건물을 준비토록 하였다. 뽀아소넬 신부는 자기 거처인 현 이화여중 앞 정동에 건물을 마련하였고 1888년 이곳으로「나가사끼」의 활판 인쇄소 시설을 반입 설치하였다.
1883년 정부서 일인 기술자를 들여와 박문국을 설치하고 한성순보를 발간함으로써 한국에서의 현대식 인쇄소의 가동을 본 것이나 박문국은 1888년 폐지되었다. 한편 1889년에야 배재학당 내에 선교사들에 의하여 활판소가 설치되었으니 성서출판소는 민간인 손에 의한 최초의 현대식 활판소라 할 것이다. 이 성서출판소는 이후 많은 종류의 교리 서적을 다량으로 인쇄 간행하여 한국 천주교회에 기여하는 바 크고 또 그 대부분이 한글 서체로 인행된 것이기에 한글 보급에도 잊을 수 없는 공헌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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