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의 의미와 그 중대성
수도생활의 특성이란 바로 자유로이 복음적 생활의 의무(서원)를 짐으로써 모든 크리스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또 모든 사람들이「사랑의 생활」에 불려졌음을 이 세상에 빛나는 표징으로써 뚜렷이 드러내는 것이다. 공의회의 중심사상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곧 그리스도를 명백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수도자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크리스찬들은 이 세상에 하느님의 것을 뚜렷하게 하고 하느님이 존재하며 역사하심을 증거해야 할 사명을 받았다. 하느님께 봉헌된 정결 청빈 순명의 복음적 권유는 주님의 말씀과 모범에 바탕을 두었으며 교회가 주님으로부터 받아 주님의 은총으로 항상 보존해 오는 천상 선물인 것이다. 복음적 권유의 의무를 통해서 수도자들은 마음의 갈라짐이 없이 (코린전 7ㆍ32-34) 홀로 하느님께만 헌신 봉사하게 되는 것이다.
서원이란 성세 서원처럼 간택된 하느님의 부름에 대한 인간의 대답이다. 부르심을 받은 자는 처음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처럼 일생동안 매순간에 사랑의 응답을 새롭게 해야만 한다. 서원은 곧 사랑의 생활이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또한 이웃 사랑이 복음적 권유의 생활로 이끌어져야 한다. 사랑을 가장 많이 외치는 곳이 수도원이면서도 사랑이 가장 적은 곳이 또한 수도원이라는 말에 수도자들자신은 반성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에서『수도자들이 자신을 봉헌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소외되거나 현세적 국가에 무익한 존재가 된다고 생각해서는 절대로안 된다. 왜냐하면 수도자들은 때로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직접 도움이 될 수 없더라도 보다 깊은 뜻으로 그들을 그리스도의 품 안에 품고 있으며 그들과 정신적으로 협력함으로써 현세적 국가 건설도 주님 안에서 이루어지고 주님을 향하여 방향을 잡게 하여 국가를 건설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헛되이 수고하지 않도록 이바지하기 때문『(LG46ㆍ2)이라고 말한다.
하느님과 인간에게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명백히 드러내는 유일한 길은 바로 내적 기도와 기도정신이 가능케 해준다는 것은 이미 언급한 바다. 수도자들에게 있어 그리스도는 그들 생활의 일치를 위한 원천이시다. 수도자가 봉쇄 구역 때문에 세상에서 갈려져 나가 교회 밖에 있다고 생각키 쉽다. 그러나 실은 그와 반대로 교회의 마음 안에(교회가 필요로 하는) 있다. 그래서 수도자들은 오늘날 절실히 요구되는 바 즉 정신 수련 기도와 전통에 대한 사랑과 가치성들을 언제나 눈 앞에 두어야 한다고 언젠가 바오로 6세께서 알현 중에 말씀하신 적이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는 세속과 거리를 둔 수도생활이 여러 면으로 그들의 생각과 동일하지 않으며 이해가 되지 않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도생활이 단지 과거의 유산이나 전통만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나 혹은 세상을 도피하려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수도생활은 어디까지나 종교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이생활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개인적 부름에 개인적 응답임으로 제삼자에게는 언제나 이해가 되지 않는 신비로 머물 것이기 때문이다.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에 하느님께 굳게 또 자유로이 서원한 바를 포기하는 수도자나 성직자들이 유감스럽게도 많다. 이는 수도자들 자신이 서원의 깊은 의미와 그 중대성을 넉넉히 깨닫지 못한 채 서원을 발한 데 있을 것이다.
서원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맺어지는 때로는 특별한 환경이나 조건하에서는 풀려지거나 변경될 수 있는 약속과는 달리 누구의 강박도 없이 자유로이 하느님과 맺어지는 맹세인 것이며 따라서 언제나 지켜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서원을 발한 수도자가 성소를 버리고 그 생활을 그만두게 된다면 과연 하느님 편에서도 그 서원한 바를 풀어 주실지의 여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서원생활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도자 자신이 성숙한 인간으로서 하느님 앞에 무엇을 서원하는지 똑바로 인식 판단할 수 있어야 하겠고 다음은 수도생활의 기초가 되는 수련기에 철저한 교육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규칙 준수와 봉쇄 안에의 생활에 큰 중점을 둔 과거의 교육과는 달리 오늘의 교육은 대단히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직업 양성에도 많은 관심과 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수도자들에게서 지식과 교양이 갖추어져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수도자로서의 어떤 아쉬움을 느끼게 됨은 어째서일까? 좀 더 내적 생활과 그를 위한 수련과 교육에 힘 썼으면 한다.
따라서 복음적 권유를 서원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수도자들은『각기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그 성소에 항구히 머물 것이며 보다 훌륭해지도록 힘을 다할 것이다. 이로써 교회의 거룩함을 보다 풍부하게 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거룩함의 원천이시며 기원이신 유일 불가분의 성삼께 더 큰 영광을 드리게 되는』(LG47) 수도자의 사명을 완수하게 될 것이다.
(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