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날은 찾아왔다. 형일이네가 수도국산에 가서 비둘기들을 날리는 날이 온것이다.
그동안 장마철이 끼이고 또 다른 여러가지 일 때문에 비둘기를 날릴 계획도 몇차례나 연기되고 또 연기되었던 것이다.
형일이와 형철이 뿐만이 아니었다. 형일이네 동네아이들이 한결같이 기다리고 기다린 날이다.
비둘기는 아무리 먼곳에서 날려도 자기집을 찾아서 돌아온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있다. 그러나 자기들이 직접 해보았거나 눈으로 본 일은 없다.
형철이가 어제 예행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불과 2백미터밖에 되지않는 거리이며 그러지 않아도 비둘기들이 아침 저녁으로 날아갔다가는 집으로 되돌아오는 그러한 곳에 불과한 것이다.
정오가 지나지 아이들이 하나 둘 형일이네 대문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형일이를 따라 수도국산으로 갈 아이들은 경수와 영호를 비롯하여 꼬마들까지 여남은명은 더 된다. 그리고 집에서 형철이와 함께 비둘기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릴 아이들은 형철이보다 모두 나이가 어린 꼬마들이다. 형일이네 대문앞은 시골 잔치집처럼 아이들로 야단법석이다. 드디어 형일이와 경수가 저마다 비둘기를 한마리씩 손에 들고 영호는 흰깃발을 들고 대문밖으로 나왔다.
『형 이제부터 가는거야』
대문앞에 있던 형철이가 형일이 앞에 다가서며 손에는 비둘기 등을 쓰다듬었다.
『응, 지금부터 출발이야』
경수가 우쭐대며 말했다.
『형철아 잘해!』
형일이가 명령하듯 말했다.
『형, 염려마 다 알아서 할테니까』하고 형철이가 깔깔댔다.
형일이를 선두로 하여 아이들은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형 잘해!』하고 형철이가 외쳤다.
『그래 너나 잘해』
형일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외쳤다. 형일의 일행은 수도국산에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수도국산에까지 가는동안 길가는 사람들이 한참씩 일행을 바라보았다.
길가에서 놀던 꼬마들이 무슨영문인지도 모르고 뒤따랐다.
형일이네 행렬은 점점 커갔다. 아이들은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주렁주렁 열린 아래로 산길을 올라갔다. 아카시아꽃 내음새가 향긋했다.
아이들이 수도국산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때에는 형일이의 팔목시계가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모두가 이마에 송송맺힌 땀을 닦았다. 이제 계절은 완전히 여름철이다. 산꼭대기에 올라서니수도국산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던 남쪽 거리며 어항이 한눈에 들어왔다.
같은 시내이지만 좀처럼 가보지 못하는 곳이다.
『자, 한숨 돌리고 하자!』
형일이가 잔디위에 덜석 앉았다. 다른 아이들도 다리를 뻗고 앉았다.
『형일아 비둘기들 너희집까지 15분이면 가지?』
영호가 물었다.
『10분도 안걸릴거야. 우리가 걸어서 40분에 왔는데…』
형일이가 말했다.
『5분이면 충분할거야』
경수도 한마디 했다.
『그래 5분이면 갈거야. 자, 1시15분이다. 영호야 깃발을 흔들어라!』
형일이가 명령했다.
영호는「그래」하고 일어섰다. 모두가 따라서 일어섰다.
영호는 흰 깃발을 힘껏 흔들었다. 이제 비둘기들을 날린다는 신호인 것이다.
『형철이도 깃발을 흔든다』
경수가 큰 발견이나 한것처럼 기쁜소리를 질렀다.
형철이가 언덕에서 깃발로 신호를 하는 것이 멀리 바라보였다. 아이들은 비둘기들이 틀림없이 집을 찾아가리라고 자신하면서도 좀 불안했다.
『자, 하나 둘 셋으로 날린다』
형일이가 비둘기를 들고있는 한쪽 손을 높이 들었다. 경수도 그같이 손을 높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는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수 없다.
『하나, 둘, 셋!』
형일이가 소리치며 비둘기를 날렸다. 동시에 경수도 손을 놓았다. 비둘기들은 푸두득 날개소리를 내며, 떠오르자 한번 그 자리에서 빙 돌고는 북쪽을 향했다.
『와!』
고함 소리가 터졌다. 푸른 하늘에오른 두마리의 비둘기는 북쪽을 향해 날아간다. 참 신기하게도 비둘기들은 아이들이 있는 수도국산으로 되돌아 오지 않고 자기들 집이있는 북쪽 언덕을 향해 날아가지 않는가!
아이들 가슴은 자꾸만 뛰었다.
산꼭대기에선 아이들은 점점 작아지는 비둘기를 놓칠세라 주의깊게 바라본다. 두 마리의 비둘기들은 콩알만한 점이 되었다가 아주 사라지고 말았다.
비둘기들은 자기들 집이 있는 북쪽을 향해 날아가기는 했으나 과연 틀림없이 찾아갈지가 의문이다.
『영호야, 형철이가 신호하는걸 잘봐라!』
형일은 멀리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형철이가 깃발을 흔들고있어!』
『정말 비둘기가 집에까지 날아갔어!』
형일이가 즐겁게 소리쳤다.
『만세!』
『만세!』
만세소리가 산을 울렸다.
두 마리의 비둘기들은 틀림없이 자기들 집을 5리가 넘는 지점에서 용케 찾아간 것이다.
『영호야, 빨리 신호를 해, 아직도 형철이가 깃발을 흔들고 있어!』
형일이가 말했다. 영호는 흰깃발을 또 크게 흔들었다.
형일이와 형철은 비둘기를 기른지 5개월만에 하나의 큰 성과를 얻었다. 봄철부터 내내 뿌옇던 하늘이 오늘은 구름없이 푸르기만 했다.
『자, 자자, 갈때에는 버스를 타자!』
형일이가 앞서서 언덕을 내려갔다.
『와!』
소리 높이 아이들은 형일의 뒤를 따랐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