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살육(殺戮)이 공공연히 자행(恣行)되고 있는 강제 수용소 안에도 성인 (聖人)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이요?』저 몸서리쳐지는「아우시비츠」수용소에서 살아나온「삐에르」가 문필가「마리아ㆍ비노프스카」여사에게 부르짖은 이 말은 그대로 현대인의 절망적인 한탄이라 할 수있다. 신(神)과 신앙을 잃어버린 이 가공할 수용소 동창생에게「비노프스카」여사는「막시밀리안ㆍ꼴베」신부를 소개하며 이렇게 끝맺었다.『참으로 사랑이란,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아무런 사욕(私慾) 없이 남에게 자신을 주어버리는 것이라』고.
지난 8월 14일은 폴란드 태생의 프란치스꼬회 수도자 막시밀리 꼴베 신부의 33주기이다. 그는 40 평생을 사는 동안 사람들이 경악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던 혁혁한 업적을 남기긴 했으나 그를 더욱 유명하게 하고 존경 받게 한 것은 그의 삶이 아니라 그의 죽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사람들은『그런 생활의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죽음의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진리의 타당성을 또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꼴베 신부는 1894년 1월 7일 폴란드의 공업도시「로지」근교인「파비아니체」에서 가난한 직공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여기서 국민학교를어렵게 졸업하고 1907년 프란치스꼬회 수사를 따라「라부프」로 옮겨 소신학교에 들어감으로써 프란치스꼬 수도원과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1910년에 동수도회에 입회, 다음해 9월 달에 유기서원을 바치고「막시밀리안」이라는 수도명을 얻었다.
한때 세심증(細心症)의 와중에서 괴로와하던 이 젊은 미남 수도자는 철저한 성성 수련(聖性修練)과 각고의 노력으로 덕업(德業)과 학업에 뛰어난 향상을 보여 마침내「로마」그레고리안 대학학생으로 발탁되었으며「로마」에서 종신서원 (1914년)과 사제서품 (1918년)을 받았고 아울러 이곳에서 철학과 신학의 박사 학위를 얻었다. (1915년과 1919년) 꼴베 신부의 성모님께 대한 신뢰는 초인간적인 점이 있었다. 그는 수도생활을 시작한 이후 NONㆍSERVIAM (순종하지 않는다)을 가장 큰 죄악으로 알았고 이 죄악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성모님에 대한 FIT (순명정신)이 필요함을 역설했고 또 실행했다. 그런 점에서 신부는「잔꽃송이」의 주인공인 성 프란치스꼬의 후예였고 소화(小花)데레사의 친구였다. 1919년 폴란드로 돌아온 신부는「크라쿠프」신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며 뜻있는 동료들과「성모의 기사회」(MILITIA IMMACULATAE)를 조직하여 성모님께 대한 무조건적이고 적극적인 충성을 다짐하였고 이 회의 이름으로 잡지「성모의 기사」를 발간하여 많은 독자에게 감화를 주었으나 동료 수사들의 질시에 찬 모함과 장상들의 비협조, 게다가「로마」시절부터 그를 괴롭혀온 두통과 폐결핵으로 인해 요양의 미명 아래 폴란드의 동쪽 황무지「그로드노」로 추방되었다.
1차대전 후의 폴란드는 극도의 경제 불황으로 대기업의 출판사도 파산할 지경이었는데 신부에 의해 창간된 보잘 것 없는 잡지, 아무도 협력해 주지 않아 이렇다할 文才도 못 지닌 신부가 거의 혼자서 원고를 쓰고 제본비가 없어 장정도 못한 채 나온 이 초라한 잡지에 독자들의 격력의 기도와 성금이 답지했다. 신부에게는 돈과 文才 이상의 것 곧 평범하고 청순한 문체와 활활 타오르는 내심의 거룩한 불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잡지 발간에 따르는 기적적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 인쇄비를 못 치루어 곤경에 빠져 있을 때 꼭 필요한 액수만큼의 돈이 제단 위에 놓여졌다든가 난데없이 미국 신부가 여행 중에 찾아와 인쇄기를 구입해 준다든가 한 일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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