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도 성모승천대축일을 기념하여 본사가 모집한 독자 문예작품 심사 결과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정종수 작「본명」과 K 신학생 작「그리스도의 향기」가 각각 입선됐다.
이에 본사는 총응모작 21편 중 예심에서 통과된 4편을 놓고 구상 (시인) 김윤식 (문학평론가) 씨 등 두 분의 심사평을 김윤식씨를 통해 들어보기로 한다. <편집자 註>
구상 선생님과 함께 최종 심사를 다음 네 편으로 압축시켰다.「별이 되어」(김여수) 「유다의 일기」(김광수) 「그리스도의 향기」(K 신학생) 「본명」(정종수) 등.
전체 응모작에서 먼저 느낀 점은 지나치게 가톨릭적인 분위기를 한결같이 노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가톨릭적 분위기」라 함은 다만 외관상의 문제지 가톨릭적 본질이 아니기 때문에 하등의 설득력을 동반하지 못한다. 의상만 걸쳤다고 가톨릭적이라 할 수 없다.
모리악에 있어서의 가톨릭적 주제는 영육의 갈등 악의 문제에 놓여 있음을 참조해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둘째로 소설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엷어 보인다는 점이다. 소설이라 했을 때 여기서는 중편 혹은 장편을 지칭한다. 이 소설이라는 양식은 단순한 얘기가 아니라 그 나름의 법칙성을 갖는다. 아니라면 이 법칙성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물을 것도 없이 소설 나부랭이보다 인생에 있어 위대하고 중요한 것은 달리 얼마든지 있다. 적어도 소설은 작자의 서투른 인생관이나 인생에 대한 해석에 선행하여 그 독자의 세계를 갖는 것이다. 따라서 소설 양식에 대한 공부 없이도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하나의 오산인 것이다. 자기의 절실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른 사람에겐 관심거리가 될 수 없는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셋째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 문법에 맞아야 함은 물론 표준말의 구사 띄어쓰기 등에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은 상식 이하이다. 현상 모집 심사에서 이 점이 바로 심사원들이 그 작품을 읽느냐 안 읽느냐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전통은 1930년대터 준수되어 온 것이다.
작품「별이 되어」는 구성이 너무 산만했고「유다의 일기」는 형상화 이전의 소재 상태에 머물러 있어 보인다.「그리스도의 향기」는 일종의 수상록이다. 한마디 첨부한다면 이런 류는 일종의 독서 체험이라 볼 수 있고 따라서 육화된 사상으로 승화되기 어렵다.
끝으로「본명」은 다소 소설다운 구조를 띠고 있어 보인다.「나」라는 일인칭 서술에다 중간중간 3인칭 시점이 섞이는데 이것 역시 통일되어야 마땅하고 언어 낭비가 너무 심하며「짜개다」등의 사투리, 자기 멋대로의 감정 개인 등의 미숙성을 지적하기란 극히 쉽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설이 갖는 갈등의 문제를 갖추고 있다.「나」와 두 여자(젬마ㆍ체칠리아)의 관계 설정이 겨우 소설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입선시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문장의 오용이나 부자연한 귀절은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심사위원들이 모두 요구하였음을 부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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