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리가 말하는 것을 세상은 들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낫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 좀 더 깊히 연구해 볼 것이 있다. 이 세상이 하느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 사실일까?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하느님의 기쁜 소식은 세상 사람들에게 소외되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라! 예수 그리스도 당시는 그분의 말을 들으려고 준비되어 있었던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보면 그 답은 저절로 풀어진다.
사도 바오로께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전파할 때에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던가?『야 그러 참 재미있다. 그러나 지금 말고 이 다음에 듣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듣기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사도들은 전교의 험난한 길을 떠났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기에 전심전력했던 것이다.
이 세상을 사랑하시어 당신 친히 사람이 되시고 성체 안에 현존하시면서 교회의 신비를 이룩하시는 하느님에 대해서 듣는 것보다 이 세상에 더「새로운 것」을 듣고자 기를 쓰고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얼마나 아연케 하는 놀라운 일이며 상상 이외로 어마어마한 사실인가! 바로 이 소식이야말로 우리를 피치 못할 충격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일 것이다. 우리가 설교해야 하는 복음의 소식은 바로 변혁적인 소식이며 또한 이 소식 자체는 충격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풀어주는 것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느님 말씀의 힘은, 그 스스로 작용하여 사람들 마음 안에 파고드는 것이다. 하느님 말씀 자체는 힘이 되어『하느님 말씀을 인간의 지혜로 설교하러 온 것이 아니다. 내가 당신들에게 전해드리는 것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힘으로 되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선교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 사명을 충실히 이해하기 위하여 위의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근본론으로 들어와 그러면 우리 자신이 선교사이면서도 세상이 들으려 하지 않는다 하여 입을 떼기 싫어하는 그 숨은 동기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선교사들이 너무나 준비에만 한없이 매달려 있는 까닭일 것이다. 여기에 적절한 말을 쓰자면「예비선교」(Prne Evangelisation)라는 말일 것이다.「준비」에만 몰두하다가 세월을 놓칠 것이 아니라 선교에도 직접 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예비선교가 필요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선교를 목표로 하는 조건하에서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 세대가 가고 또 다른 세대가 오면서 다만 문화적 사회적 인문분야 등에만 치중하여 그 외에는 마냥 때가 되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이 침묵을 어떻게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이러한「기다림」은 역사상 하나의 멸망을 초래하는 선고일 뿐 아니라 이것은 그리스도 복음에 맞지 않는 것이며 주님의 사명에는 이런 것을 찾아볼 수조차 없는 것이다.
5. 현대의 선교정신은 인본주의와 개인의 자유 존중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꺾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선교하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에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사상은 진리의 요소와 복음적 요소가 세상에 퍼져 있는 타종교에도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 생긴다. 물론 이런 모든 것은 대화를 시작하기에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대화는 이루어져야 하고 복음은 계속 전파되고 진전되어야 한다. 어느 환경에 처해 있든지 하느님의 생활한 말씀을 통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복음의 필요성은 전파되어야 하겠다.
6. 십 년 전만 해도 크리스찬의 상당수가 곧잘 다음과 같은 말들을 했다.
『불교인이면 진짜 불교인으로서 이슬람교인이면 진짜 이슬람교인으로서 가톨릭 신자면 진짜 가톨릭인으로서 참되게 살아만 가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설교가 흔히 개심의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었다. 물론 합리적이 아닌 이론에서도 선한 결과가 다소 나올 수는 있지만 크리스찬 복음은 이런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있는 그대로 즉 진짜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진짜와 가짜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주님이 우리를 파견하신 때의 사명은 그런 것이 아니라 그분은 분명히『내 복음을 전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의 계획대로 따르려면 이를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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