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 프랑스 남부「루르드」에서 60여리 떨어진「젤수」의 한 농가에서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23세 시 한바탕 박해의 회오리가 가시고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한국에 파견되어 56년간 이 땅에서 선교한 아드레아노ㆍ라리보(한국명 원형근) 주교가 14일 90세를 일기로「빠리」남쪽에 있는 빠리외방전교회「몽베똥」요양소에서 선종했다.
9대 서울교구 주교와 초대 대전교구장을 역임하면서 일제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방인 교구장을 탄행시켜「한국 교회」를 건설하는 데 불후의 공훈을 남긴 것을 비롯 56년간 크고 작은 숱한 업적을 남긴 원 주교의 서거 소식은 한국 교회가 잊지 못할 은인을 잃었다는 점에서 애도를 금할 길 없다.
故 원 주교가 한국에 파견된 해는 1907년 5월 23일「빠리」외방전교회 신학교와「페낭」신학교를 나와 그 해 5월 10일 신부로 서품되고 보름도 채 안 된 앳된 신부 때였다. 파견 후 원산 북간도 전교생활을 거쳐 충남 합덕본당 신부를 역임했고 1925년에는 용산대신학교 부교장을 맡아 엄하면서도 인자한 선생 신부로 후배 양성에 열을 기울이기도 했다.
27년 5월 1일 서울교구 부주교로 선임되었고 32년 1월 23일 뮈뗄 민 주교의 서거로 9대 교구장에 올라 63년 9월 23일「바티깐 공의회」참석차 출국을 계기로 은퇴하기까지 그는 방인 주교 선임 대전교구 건설 순교복자현양회 설립 대신학교 학제 개편으로 이어지는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의 업적 가운데 첫 손을 꼽을 수 있는 것은 방인 주교에의 교구 이양이다. 1941년 황국 신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국내 외국인 주교를 일본인으로 대체 임명하려는 일제의 간계를 한 몸으로 막고 나서 극비리에 한국인 주교를 선임 교황청과 교섭 끝에 한국인 첫 주교 노기남 주교에게 서울교구를 물려줌으로써 선배들이 1백 11년간 가꾸고 키워온 교회를 지켰고 아울러「한국인의 한국 교회」건설에 초석을 놓았던 것이다.
그는 이때『나는 순교한 80여명의 선배 성직자를 생각해서도 한국 교회를 일본인에게 물려줄 수 없다』면서 지금 서울 명동 주교관 별관(가톨릭출판사) 구석방에서 이 일을 진행시켰다.
그는 교구장에서 물러난 후 용산신학교 자리로 옮긴 「빠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에 머물며 그곳에서 용산 일대 본당 신부 노릇을 하다 48년 6월 대전교구장 서리로 취임, 못다한 정열을 교구 건설에 바쳤다.
그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39년부터 태동을 본「순교자현양회」는 해방 후(46년)에야 정식 발족을 보긴 했어도 역시 그의 한 업적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특별히 성모께 대한 신심이 높았던 故 원 주교는 교구장 재직 중 같은 잘못을 범할 경우 프랑스 신부를 더 책하는 등 한국인 신부들을 감싸주어 여러모로 소침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인 신부들을 격려해 주었다.
대전으로 내려간 그는 신사(神社) 자리였던 현 대흥동 주교관 자리를 매입, 신사 주지가 살던 세 평 남짓한 방에 침대와 책상 하나만을 놓고 청빈하게 살아 63년 포교성성 장관 아가지아니안 추기경이『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이라는 감탄을 낳게 했던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56년간 이 땅에서 살았지만 63년 떠난 후에도 마음만은 언제나 한국에 있어『한국에 뼈를 묻고 싶다』고 말해 왔다. 결국 그는 선종하기까지 한국에 마음을 두고 산「우리의 벗」이었다.
72년 8월 그의 비서를 지냈던 오기선 신부가 요양소를 찾았을 때 눈물을 글썽이며「한국에의 연민」을 토로하던 원 주교.
그는 이때『떠나올 때 인사 못 하고 온 나를 아는 모든 이에게 대신 안부를 전해 달라』고 손목을 꼭 잡았는데 이 안부가 그의 생애를 보낸 한국과 한국의 신자들에게 보낸 마지막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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