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4년째를 맞는 김○○부인은 중학교 1학년 국민학교 5학년짜리 두 아들의 엄마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봉재공장에 기술자로 취직해서 가계를 돕다가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남편을 만나 연애결혼 했다.
신혼 초 맞벌이를 하며 사글세방을 전전하며 고생도 많이 했다. 3년 전에 전세를 얻어 이사를 했다. 그리고 빚을 얻어서 봉재공장을 차렸다.
10년 고생도 옛말처럼 힘이 솟았고 희망에 부풀었다. 직원 30여명의 소규모 공장이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 살게끔 됐고 사업도 번창해 갔다.
사무실에 경리 겸 여직원 하나를 두었는데 지난 겨울부터 이상한 소문이 공장 내에 떠돌았다. 사장 즉 남편과 좋지 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이었고 그 직원이 그만두지 않으면 자기들이 그만 두겠다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남편이 그 여자와 바람이 난 것이다. 남편은 아내와 자식밖에 모르고 돈벌이 밖에 모르던 사람이라 헛소문일 것이라고 일축했고 얌전하고 일 잘하는 경리 직원에 대한 질투와 모함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ㆍ두 달이 지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남편과 그 직원이 동시에 시인을 한 것이다. 김 부인이 충격을 받은 것은 그 사실 자체보다도 남편의 태도였다.
가정을 위해 조강지처도 버릴 수 없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 여자도 버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부인이 알고 난 뒤부터는 당당하게 외박을 하는 것이었다. 이문제로 집안이 늘 시끄러우니까 중학교에 들어간 아들은 모두 아버지 때문이라면서 거칠어지고 성적도 엉망으로 떨어졌다.
김 부인은 불륜도 정인데 나무토막 자르듯이 단번에 끝낼 수는 없을 터이니 만나는 회수를 줄여가면서 청산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면 참고 기다리겠노라고 눈물로 호소하였다.
남편의 외도는 이번이 두 번째로 7~8년 전 월급쟁이시절 같은 직장의 여직원과 불미스러운 관계로 그 직장을 그만둔 일도 있었다. 그때도 인내하고 용서하며 조용히 돌아서기를 기다려 가정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용서했던 김 부인이었는데 남편은 결단코 다시는 아내 속을 썩이지 않겠노라고 다짐하여 주위사람 아무도 모르게 해결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집ㆍ친정식구가 모두 알아버렸고 공장의 직원들조차 남편을 우습게 알게끔 되었다.
나이 40에 아이들 한참 사춘기에 접어들 시기에 위기를 맞은 김 부인은 그래도 소망을 가지고 남편에게 헌신과 애정으로 기다리겠노라고 하였다.
그 처녀 집에 알려서 딸자식의 장래를 생각한 부모가 제발 이런 불륜의 불장난을 끝내줄 수 있도록 기대해보겠다고 김 부인이 눈물을 흘렸다.
한국의 남성들에게 있어 정조관념은 없는 것인가? 아내와 자식을 두고도 내놓고 애인을 만드는 부도덕이 언제나 끝이 날까 생각해 본다.
아무 잘못도 없이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숨을 죽이고 울어야하는 아내의 고통 앞에 이혼소송과 위자료청구, 간통죄 고소가 얼마나 가소로운 해결방법인가를 느끼게 한다.
「이 아내만을 아내로 알고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살겠다」던 혼인서약을 10여 년 사이 몇 번이나 깨뜨리며 육체적 욕망을 쫓아 방황하는 어리석음에 오히려 연민의 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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