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기가 시작돼 하루에 한 번씩 내리는 비가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한지 벌써 1년을 넘고 있어 어느 정도 난민촌을 흐르고 있는 내밀한 상황들도 읽을 수 있게 됐다.
요즈음 나는 한 사회가 패쇄 되어 있을 때 그곳에서 발생하는 악과 인간이 어떻게 변화되고 변질돼가는 지를 실감하고 있다.
특히 모든 것을 원조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인간을 나약하게 그리고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나와 같이 일하는 크메르 사람들은 고아들에 대한 상태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음식과 여러 생활필수품들이 고아들에게 부족하다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들은 이미 여러 단체에서 이런 조사를 했지만 도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나는 이러한 정보를 수합하면서 무조건적인 도움을 주지 않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이들에게 제공할 물품도 충분치 못할 뿐만 아니라 무조건적인 도움은 이들을 파괴시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난민촌 상황들을 접하기 시작하자 조금씩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찰 중 가장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난민들이 갖고 있는 「나만 살면 된다」 는 사고방식이었다. 다시 말하면 각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난민들 중 대다수가 자기의 민족과 어려움에 처해있는 난민촌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기의 몫을 챙길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잘못과 부정을 했어도 절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는 변명을 내세우는 것도 난점중의 하나였다.
한편으론 죽음에서 벗어나야 했고 배고픔에서 시달려왔던 이들의 최근 10여 년간의 삶을 생각하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이들은 부모 형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또 굶주림에 지친 생활을 해오면서 이웃에 대한 염려의 정이, 나눌 수 있는 자유를 파괴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들과 회의를 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고아들을 위해서 하고 있는 이 일은 결코 나의 일이 아닙니다. 이 일은 당신의 아들과 딸들을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모든 사회가 이런 현상들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직접 이것들이 부딪히게 되자 어떻게 소화해야하고 이해해야하는지 너무 힘들었다.
이것이 사회요 인간이라는 것을 계속 되뇌이면서도 항상 꼬리에 「그러나」를 붙여야 하는 것이 나의 입장이었고 어려움이었다.
시간은 순식간에 흐르고 있었다. 더위와 일에 부대끼며 피곤함 속에서 나의 현주소도 찾지 못한 채 흘러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고, 이럴 때마다 조용히 그분을 생각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힘을 되찾곤 했다.
ㆍ연락처=Gabriel Byong Young Je S. J. P. O. Box2 TAPRAYAPRACHINBURT 25180 THAI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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