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에서 사목하던 54년 최덕홍 주교가 급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모든 일에 열성이 대단했던 최 주교는 당시 52세로 한창 일할 나이였다. 초대 매일신문사장을 역임하고 육영사업, 문화사업에도 남다른 열성을 쏟았던 최 주교의 선종은 많은 이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최 주교 선종 후 교구장은 7개여 월 동안 공석이었다. 그러다가 55년 9월15일 고향후배인 서정길 신부가 교구장에 착좌하게 되었다. 서 주교는 이미 언급했듯이 한 고향 출신으로서 신학교 12년 후배였다. 이 소식은 당시 삼덕주임이던 박상태 신부와 계산주임을 말고 있던 서정길신부가 나를 찾아와 얘기해서 알게 되었다. 서정길 신부가 갑자기 찾아와서 농담같이 『내가 주교가 되었다』고 얘기했다. 나는 장난인줄 알고 『네가 무슨 주교냐』고 농담으로 받아넘겼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교구장 착좌식은 계산동 주교좌성당에서 2대 교구장이었던 문제만 주교 주례와 대전교구 원라리보 주교 및 서울교구 노기남 주교의 공동집전으로 거행되었다. 교구장이 된 서 주교는 사목목표를 「당신의 나라가 임하소서」로 정했다. 하느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져 하느님 세상처럼 된다면 전쟁과 미움과 질병과 가난이 없는 좋은 세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서 주교가 주교로 피명되고 1년 정도가 지난 뒤 나는 다시 대구시내의 본당으로 전임되었다. 이것은 당시 대구에 나이 많은 신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경력 있는 신부가 필요했고 참사위원 구성문제도 대두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8년 전쯤에 사목한 바 있는 비산본당에 56년 4월 제11대 주임신부로 재부임하게 되었다.
교구 상황으로는 57년1월 교황 삐오12세가 경상남도 지역에 부산대목구를 설정하고 전주지목구와 광주지목구를 대목구로 승격시켰고 부산대목구가 설정됨에 따라 부산 초대감목에 임명도니 최재선 신부는 임명장을 받고 그해 5월 부산에 부임하여 주교로 서품, 착좌하였다. 전주대목구와 광주대목구에도 김현배 신부와 헨리신부가 각각 주교로 서품, 교구장으로 착좌했다.
전쟁후의 복구, 재건바람으로 온 나라가 힘을 쏟던 그때, 성당신축과 관계가 있는지 나는 그곳에서도 성당신축을 강행하여 지금의 성당을 신축하였다. 당시는 전쟁 끝이라서 구호물자가 많았다. 특히 본당별로 할당된 구호품은 신자들에게 나눠주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다
교우 외에 비신자들에게도 구호품을 많이 나눠주었다. 그래서 대봉ㆍ삼덕성당은 외인들로부터 「구호물자 성당」 이라 불렸다.
구호품은 팔지 못하도록 되어있어서 나눠주고 남은 구호품은 정리하여 보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본당회장단과 의논, 남은 구호품을 아껴서 성당 짓는데 보태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모은 돈으로는 항상 그렇듯이 공사비에 턱없이 모자라 그 기금을 마련키 위해 동분서주하였고 심지어 본당의 인분까지도 경비조달에 한 몫 할 정도였다.
그때 총공사비는 3천7백만 원이 소요되었다. 당시의 비산동근처 땅값은 평당 2백50원에서 3백 원 정도였다. 지금은 그 값의 몇 백배가 됐겠지만…. 공사기간은 1년 정도였다. 조그만 초가집성당을 신축해놓고 나니 신자들의 기쁨 못지않게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여러 어려움 속에 건립된 신축성전은 노기남 주교의 주례로 59년 1월 축성되었다 이때 축성과 함께 나의 환갑잔치도 곁들였다. 새 성당 신축으로 신자들의 신심활동과 복음전파는 크게 향상되었고 교구의 중심 본당으로 역할이 늘어날 수 있었다.
한편 교구에서는 순교자 기념사업을 추진, 기해교난 1백20주년을 기점으로 순교자기념사업을 펴나갔고 59년 9월에는 기해교난 1백20주년 순교자현양대회를 대건고등학교에서 개최, 순교자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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