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는 전국적으로 많은 병ㆍ의원을 경영하고 있고 또 사회복지 시설이나 언론기관 및 각급 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교회유지재단 사업체들도 노사문제에 관한한 치외법권일 수 없어 그동안 많은 갈등이 빚어졌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교회 내 사업체의 노사문제는 일반사업체들에 만연돼 있는 「노조기피증」에다 인적구성 및 종교적인 면까지 가미돼 있어 일반사업체 보다 더욱 복잡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교회 내 사업체의 노사분규 상황을 지켜본 많은 신자들은 『복음정신의 구현을 위해 설립된 교회 사업체가 일차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피고용자들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방식도 그렇게 복음정신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크게 실망하고 있음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이들 신자들은 『교회유지재단 사업체에서라도 사회에 귀감이 될 수 있는 노사관계가 설정되길 바라는 마음』을 한결같이 밝히고 있다.
이러한 노사관계 설정을 위해 일반사업체와 같은 차원에 종교의 도덕성을 첨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구하는 이들이 있고, 보다 근원적인 시각을 갖고 접근하려는 이들도 있다.
전자와 관련, 교회일각에서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현재 드러나 있는 노사문제의 현상에서만 찾지 말고 먼저 교회유지 사업체의 설립취지부터 현황까지를 더듬는 역사 흐름 안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교회가 운영하는 사업체는 모두 「복음정신의 구현」 이라는 공통된 설립목적을 갖고 있고, 최근에 설립된 몇몇 사업체를 제외하면 거의대다수 교회 내 사업체가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기에 만들어져 유지해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대 산업구조 아래 고용관계가 그대로 교회유지 사업체에도 적용돼왔다는 기본인식아래 교회내사업장의 노사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일반사업체에서 나타나고 있는 △근로조건 △근로환경 △임금 및 복지 △경영참여 등의 노사문제 쟁점이 교회내 사업체에서도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 면서 『문제해결도 노사 간의 문제로만 국한, 해결해 나가야한다』 고 진단하고 있다.
단지 교회 내 사업체가 일반의 것과 다른 것이 있다면 종교적 가르침의 밑바탕이므로, 교회 내 사업체의 노사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는 「교회의 가르침」 및 「화해와 일치」 라는 복음정신에 따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후자와 관련, 노동사목자 및 교회 내 경영자들 중 대부분이 교회내 사업체의 바람직한 노사관계 창출을 위해서는 교회유지 사업체의 재산이 한정된 개념의 교회재산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공유재산」임을 모두가 인정하면서 「노조를 적극적으로 수용, 동반자적 관계」로 나아가야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교회유지사업체의 대부분이 영리목적으로 출발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에 와서는 큰 사업체로 변신, 내부를 속속들이 아는 몇몇 이들을 제외하고는 아주 큰 영리성단체로 비치게 됐다. 또 이들 사업체의 경영자나 관리자의 대다수는 성직자ㆍ수도자가 맡고 있어 종사자들은 경영의 실상을 모르고 상명하달식의 입장에서만 일을 해오는 등 교회는 고용주, 평신도는 피고용인이라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
그래서 교회내 사업장에서도 일반사업장과 마찬가지로 「경영주와 근로자의 대립관계」 「생존권문제에 따른 갈등」「노조의 인정ㆍ불인정문제」등이 대두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교회가 갖고 있는 재산을 공유개념으로 보고 경영에 있어서나 문제에 있어서 함께 해야한다』 고 강력히 주장하는 이들은 『이러한 발상의 대전환만이 교회가 가난한 이들의 벗임을 증거하는 것이 될 것이며 교회 내 사업장의 노사문제가 근본적으로 종식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교회 내 사업체의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노사관계에 대한 교회의 공통적인 입장이 마련돼야 한다는데 한 결 같이 뜻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역대 교항회칙 및 현대사목헌장 등에서 나타난 노사관 및 노조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다져,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가 같은 입장과 같은 태도를 견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교회가 일반 사업체보다 귀감이 될 수 있는 이정표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운영방식으로의 개선」 「동등한 대화의 자리」 가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황상근 신부(가톨릭 노동청년회전국지도)는 『오늘날의 노사문제는 임금문제 자체보다는 평소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 그것을 회사측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노사관계가 정립돼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며 『종사자가 자유롭게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개진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져야 한다』 고 말했다.
또한 이원조(가톨릭의대부속병원 공동노조위원장 및 평화신문대책위원장) 씨도 『일에 있어서나 봉사에 있어서나 강제적인 일방통고식방법이 아닌 함께 숙고하는 경영방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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