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그것은 외롭고도 고통스러운 것이다. 또한 슬픈 것이다. 아무리 다정한 사이라도 죽음만은 혼자서 맞아야 한다.「우리」의 죽음은 있을 수 없고 그 순간만은 오직「나」만의 외로운 죽음이 있을 뿐이다. 더욱이 아무도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 없기에 그것은 더 한층 큰 공포를 안겨 준다. 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인간들은 현세의 온갖 찰라적인 것에 매달려 발버둥도 쳐 본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이 죽음의 고통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그것은 인간이 겪어야 할 최후, 최대의 고통인지도 모른다. 죽음은 확실히 고통스럽고 또한 슬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영원의 세계를 향해 거치지 않으면 안 될 첫 관문인 것이다.
죽음의 뒤에는 영원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 세계는 영원한 행복의 세계일 수도 있고 영원한 고통의 세계일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주님의 사랑의 실천에 충실했는가 못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주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당신 스스로가 십자가상에서 못 박혀 돌아가심으로써 인간의 죄악을 말끔히 씻어 주셨다. 십자가상에서 고통스럽게 뿌린 주님의 성혈(聖血)은 뜨거운 사랑으로 승화되어 천상영복에로의 다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주님의 무한하신 사랑으로 인간은 죽음의 고통 뒤에 영원한 행복을 약속 받은 것이다.
그러나 주님의 성혈로도 씻겨지지 않는 죄가 있으니 그것은 교만의 죄이다. 이 교만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용서 받을래야 받을 수 없는 무서운 죄악인 것이다.
온갖 잘못을 다 사해주신 주께서도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의 위선과 교만은 끝내 용서치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상생활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없이 이 무서운 교만의 죄를 범하고 있으니 구령(救靈)의 길이 얼마나 멀고도 험한 것인가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오기순 신부는 최근 그의 저서「흘러간 사연」에서 오랜 사목생활의 경험을 통해 이미 이 세상을 떠나 천국에 든 유명, 무명의 사람들의 행적을 하나하나 보여줌으로써 구령의 길이 어떠한 것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
인간이기에 겪어야 했던 온갖 갈등과 불화 그리고 교만 등의 죄악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끝내는 자신의 과오를 뼈 저리게 뉘우치고 주님을 안타까이 부르며 그의 품에 안긴 뭇영혼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들 그리스도인들이 나아가야 할 참 신앙의 길이 무엇인가를 제시해 주고 있다.
기교에 신경을 쓰지 않는 투박한 문제이면서도 절절이 이어지는 구수한 이야기들은 그 어느 귀절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영혼의 양식이요, 생활의 좌표이기도 하다. 특히 약자의 권익 옹호를 위해 과감히 싸우다 그들의 방탄벽이 되어 동족의 총탄 앞에 쓰러진 영국인 신부의 장렬한 죽음과 멀리 이국 땅 미국의 수도원에서 틀에 박힌 청빈의 생활에 회의를 품고 그 어느 성직자도 수도자도 발을 들여 놓지 못했던 흑인 빈민굴에 과감히 뛰어들어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간 장한 한국의 딸의 얘기는 우리들에게 좋은 묵상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세상에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할 모든 신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양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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