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데 다른 동물들보다 더 교활한 것 같다. 자신의 잘못이나 불의를 변명하고 핑계하는 데는 무슨 수단이나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지향하는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거짓말도 서슴치 않는다. 대개의 사람은 거짓말로 자신을 변명할 때 듣는 사람이 다 속는 줄 알고 자기 말이 잘 이해된 줄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듣는 상대는 말하는 사람이 거짓으로 핑계하며 스스로의 입장을 감추려 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말을 시작한 줄 이미 알고 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속일 때는 그 거짓이 무난히 통과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일 때 내가 알듯이 내 거짓도 상대방이 안다고는 믿지 않는다. 이 얼마나 큰 어리석음인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잘못에 대한 변명이 대개 그 변명 때문에 그 잘못이 더욱 크게 눈에 띄는지는 생각 못한다. 그러나 지성이 풍부하고 현명한 사람은 결코 변명 같은 것으로 잘못을 숨기려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아름다운 성격의 소유자는 변명을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비겁한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변명하고 결백한 사람은 반드시 그것을 남에게 고백한다. 잘못이 있을 때 용서를 호소한다면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고백하는 거와 다름없다.
변명은 잘 포장된 거짓이기 때문에 한 번 당하면 두 번째는 환영 받지 못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이 잘못 될 때 해와 달과 별에게 그 책임을 지운다. 온 세상의 악은 전부 하늘이 져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어떤 행위가 자기 결단 없이 이루어졌단 말인가. 인간의 어떤 행동이 스스로의 자유에 의하지 않은 것이 있단 말인가. 가장 위대한 사람은 스스로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데 있다. 회개할 줄 모르고 자신을 변명하는 사람들은 벌을 받을 것이다. 하느님이 회개하지 않는 사람을 그냥 두시는 것은 회개할 기회를 주시는 것이다. (루까 13 ㆍ1-9)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우리는 어리석게도 자신의 잘못을 변명할 것이 아니라『아버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이제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하며 용서를 청할 때『죽었던 아들이 다시 살아 왔다』하고 기뻐할 것이다. (루까 15 ㆍ11-32) 인간이 아무리 잘못 했다 하더라도 하느님이 용서 못할 만큼 큰 죄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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