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평신도 중앙협의회는 작년 8월에 왜관「피정의 집」에서 가졌던 제6차 정기총회에서 평신도 재교육을 위한 교재 편찬을 결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결의에 따라 1년 동안의 산고(産苦) 끝에「생활하는 신앙인」이라는 이 책이 나온 것으로 안다. 비록 1백40면에 미달하는 작은 책이기는 하나 이목구비가 잘 생긴 대망(待望)의 옥동자를 낳은 평신도 중앙협의회의 축하의 꽃다발을 보내는 동시에 수고하신 여러분에게 감사와 격려를 아끼고 싶지 않다.
우리 교회에는 아직도 구도자(求道者)를 위한 출판물이 매우 빈약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빈약한 것은 영세한 신자들의 재교육을 위한 책들이다. 평신도 중앙협의회가 그 편찬을 꿈꾸어 온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 꿈이 이제 활자화되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감출 길이 없다. 이미 주일학교 교재가 몇 가지 나왔고 중고등학교 종교 교육을 위한 교재도 나왔다. 그 내용이나 체제에 관하여는 계속 많은 비판을 받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로되 늦게나마 교재 출판의 꿈이 실현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데 큰 뜻이 있다고 할 것이다.「생활하는 신앙인」은 이미 하느님의 은총으로 주님을 알고 교회를 찾아 세례를 받은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재이다. 따라서 그 내용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생활하는 신앙인으로서의 바른 비젼(Vision)과 사도직 활동 및 그리스도화하는 신심생활을 깨닫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현대 교회에 있어서의 하느님의 백성은 그 신앙을 생활화해야 하고 그 생활을 신앙화해야 한다는 것이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히 요망된다는 생각에서「생활하는 신앙인」이라는 책 이름을 붙이고 그 내용을 엮은 것으로 짐작된다.
내용을 보면 모두 13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제1강의는「새로운 교회상」이라는 제하(題下)에서 현대 사회를 구원할 수 있는 현대 교회상을 소묘(素묘)하면서 신자들의 반성과 각성을 촉구한다. 제2강의「참다운 신앙」에서는 참된 믿음과 그 생활화를 깨우치고 신앙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지적한다. 제3강의「성경과 우리의 생활」에서는 성경과 성전에 관한 바른 인식과 그 복음의 생활화를 강조한다. 제4강의「교회 공동체」에서는 교회의 본질이 그리스도를 으뜸으로 하는 신앙, 선교의 공동체임을 밝히고 모든 크리스찬의 결속을 역설한다. 제5강의「교회와 사회」에서는 특히 현대 사회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강조하고 제6강의「사랑과 봉사」에서는 신앙의 본질인 사랑의 실천을 역설한다. 제7강의「전례에의 능동적 참여」에서는 전례의 뜻을 밝히고 성사의 생활화를 강조하고 교회의 전례 주년을 설명한다.
제8강의「마리아에 대한 올바른 신심」에서는 성모 마리아께 대한 공경을 강조하면서도 일부의 그릇된 인식과 지나친 신심을 경고한다. 제9강의「성직자와 평신도」에서는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참여하는 공동 사제직과 성직자만이 부르심을 받은 교계 사제직을 설명하고 카리스마에 대한 존경을 가르친다. 제10강의「한국 천주교회의 평신도 사도직의 전통을 되살리자」에서는 평신도에 의하여 교회가 창립되고 1백 년 박해 속에서도 피를 흘려 오늘의 한국 교회로 발전시킨 우리 선조(先祖)들의 평신도 사도직을 본받자고 호소한다. 제11강의「사도직 생활」에서는 특히 평신도의 사도직을 설명하고 교회 내에서의 사회 속에서의 사도직 실천을 강조한다. 제12강의「기도」에서는 기도의 참뜻을 밝히고 우리의 일상생활을 기도화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 마지막 제13강의「우리의 희망」에서는 죽음에서의 부활을 통한 내세의 희망과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기쁘고 희망에 찬 현세의 생활을 가르친다.
모든 강의에서 많은 글을 담지는 못했으나 성경과 공의회 문헌 및 역대 교황의 회칙을 중심으로 읽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인식과 뜨거운 감명을주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책이다. 그 내용이 교리에 관한 것이기에 오류나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충실히 교회의 공식 문서에 의존한 나머지 너무 추상적인 가르침으로 흐른 느낌이 없지 않으나 쉽게 풀이하여 쓰였기 때문에 영세한 신자의 신앙 감각이면 대체로 이해될 것으로 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필자가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득이한 것으로 짐작되기는 하나 강의에 따라 글을 펴는 방법에 다소의 차이가 있고 통일되지 못한 용어도 가끔 눈에 띈다. 또 교리에 관한 문제는 아니다. 사실 기록에 있어서 잘못된 것으로 느껴지는 곳도 없지는 아니하다. 그러나 앞으로 널리 많은 비판을 받아들여 시정하고 보충하면 더 좋은 재교육 교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 책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주로 신자들의 바른 신앙생활을 지도하는 교재이다. 이 외에도 또한 선교활동에 필요한 많은 지식과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출판물이 나와야 하겠다. 물론 지식이 곧 신앙은 아니다. 그러나 신앙을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하고 특히 지상의 성화를 위한 선교활동에는 더욱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이 책으로 재교육된 신자들은 곧 선교활동에 필요한 교재들을 갈구할 것이기에 그 출판이 더욱 시급해진 것 같다. 우선「생활하는 신앙인」은 모든 신자가 읽어야 할 책이기에 특히 그 보급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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