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객들에게 한국연극이 이렇게 호평을 받을 줄 미처 몰랐습니다』
지난 4월28~29일 일본 오오사까 「우편저금홀」 에서「화무실일흥」(花無十日紅)을 공연한 부산 「처용극장」 대표 이동재씨(미카엘ㆍ40) 는 일본의 수준 높은 관객들이 이번공연을 마치 「수중전골의 맛」 이라고 까지 극찬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한일양국의 지방극단간 최초의 교류란 점에서 연일 일본매스컴의 집중조명을 받았는데, 아사히ㆍ요미우리ㆍ산께이신문 등 유력지들이 앞을 다투어 이 연극의 연출가 이동재씨와 이번 공연을 초청한 南河內萬載一극단대표 內裕敬씨(30) 의 사진을 싣고 연극내용 등을 소개했다.
이동재씨는 『매스컴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보다는 관객 수가 좀 적어 2회 공연에 6백여 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수준 높은 관객이어서 장차의 교류는 낙관적』 이라면서 『공연 후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관객의 90%는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거의 대부분의 관객이 일본에서 다시 공연하는데 찬성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지반응에 대해 이씨는 문화에 대한 편견이 씻어진 결과일 것이라는 논평을 했다.
『매스컴이 연일 떠들어봐야 모든 것이 한국보다 낫다고 자부하던 일본인들로서는 연극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해서 관객이 적었겠지요. 그러나 막상 접해보니 그게 아니었지요. 일본인에게는 드문 한(恨)의 정서라든가, 사물(四物) 등 국악기의 독특한 음색, 그리고 이번 연극의 전편을 통해 흐르고 있는 것으로 죽음을 체념하고, 죽음을 통해 삶의 절규를 외치는 것 등 한국인의 정서를 심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 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박우춘 원작 「화무십일흥」 을 연출가 이씨가 마당극과 무대극의 접목을 시도한 실험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 연출, 죽음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조명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양반집 사대부와 천민출신 남녀사이의 사랑의 삼각관계에서 처녀가 남자들을 죽이는 것인데 여기서 삶은 곧 죽음이라는 등 죽음을 두려하지 않는 민족성의 일부를 드러내고 있으며 결국 인생무상을 노래하고 있다.
이번 공연을 마친 후 고오베 신문사의 공연초청제의가 들어왔다는 이씨는 이를 긍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교구 공연예술인회 부회장이기도한 이씨는 연극을 통해 선교에 이바지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으나 교회당국의 연극에 대한 인식의 성숙과 희극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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