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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공장 두 번째 일칸에서 나는 베니어를 짜르고 있었다.
이것은 본당 유치원 학예발표회에 사용할 무대 소품의 하나로 숲속의 요정들이 떠메고 다닐 마술가마였다.
나는 이 마술가마를 이틀 내로 완성시켜야 했으므로 몹시 바쁘게 서둘고 있었다.
대부분의 가구점들이 그렇듯 본당 회장님의 가구점도 공장 구조만큼은 예외일 수가 없다. 부로커로 쌓아올린 건물 안에 베니어로 칸을 질러서 공장의 요원한 일칸들을 정하고는 칸막이 복판에 통로를 뚫고 문짝을 달아 놓았다.
이 문짝이 4ㆍ6자 규격의 베니어라서 일단 열고 보면 제풀에 닫히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문짝에 자전거 튜브를 당겨 매어 놓았다.
사실상 여름이면 이까짓 문짝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 항상 열어두고 싶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겨울. 근래에 몰아붙인 한파는 혹독한 것이어서 이런 공장 안에서는 견디기에 이만저만한 고통이 아니었다.
나는 오전 중에는 누가 뭐라든 옆칸의 연탄 화덕을 가져다 놓았다. 이 연탄 화덕은 아교를 녹이는 데 사용되었다. 이 때문에 옆칸의 김군과 옥신각신 다투었는데 대패 다이 위에 십자가를 걸어놓고 있는 나로서는 결국 연탄 화덕을 옆칸에 양보해 버렸다.
아무튼 오후부터는 이빨이 덜덜 떨려서 견딜 수가 없다. 하긴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이 추위와 연관시켜 일에 전념해 볼 만도 해서 한 번 버텨봤으나 종래에는 스스로 손을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 끝에 칠칸에 굴러다니는 호마이카 빈 통을 가져다가 반으로 짜겠다. 여기에다 대패 검불을 집어 넣고 불을 지폈다. 그러자 후끈 불기둥이 솟고 나의 온몸에 따뜻함이 흘러 넘쳤다. 대패 검불은 금방 타버렸다. 종이쪽처럼 얇은 대패 검불인지라 장시간 따뜻함에 젖으려면 달리 대책을 써야 했다.
그래서 나는 못 쓰게 된 나무 토막들을 집어넣고 모닥불이 되도록 부지깽이로 이리저리 불을 모았다. 모닥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따금 집어넣은 대패 검불만 타버리고 나무 토막은 꺼멓게 연기만 피웠다. 이렇게 피식피식 솟구친 연기가 일칸 안에 가뜩해졌고 칸막이 위로 해서 옆칸에까지 엄습한 모양이다.
나는 어느새 쿨럭거리고 있었다. 옆칸에선 맵다고 외치는 소리가 산발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연기를 내쫓을 만한 출구 따위를 급히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부로커 벽에 뚫어져 있던 창 구멍은 추위로 인해 벌써부터 막아버렸다. 나는 옆칸으로 통하는 문짝을 열려 했으나 놈들은 이것을 거절했다. 나는 추위보다 더한 고통에 몰아붙인 것이다. 그만 모닥불을 단념해야 했다. 나는 호마이카통을 바닥에 엎어버렸다.
회장님이 들어왔다. 나의 일칸에 넘치는 연기를 보고 뛰어든 것이다.
회장님은 들어서자 숫돌대 곁에 있는 바케스의 물을 호마이카통 위에 확 끼얹었다. 그리고는 내게 쏘아붙였다.
『일꾼은 땀을 흘리기 마련인데 토마스는 뭐가 춥다고 불장난이야!』
나는 직공 여섯 명 중에 제일 많이 일을 해낸다고 내심 자부하고 있었으므로 회장님의 총애를 믿었다. 더구나 회장님과는 같은 교우이기 때문에 이 같은 꾸중 따위는 아예 생각 밖이었다.
공장 규칙상으론 가장 중요한 일칸에 연탄 화덕을 설치하기로 되어 있어 어쩔 수 없었지만 나는 옆칸의 김군 따위는 항상 별볼일 없이 여겨왔다. 자식은 일류 기술자로 인정 받고 있어 고급 화장대나 전축 케이스 따위의 값진 것만 만들어 내었다. 해서 회장님은 연탄 화덕을 그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나는 이 점이 항상 섭섭했다.
일이야 어쨌든 이까짓 대패 검불쯤은 피워도 괜찮으리라 싶다. 나는 회장님께 항의했다.
『회장님, 저는 지금 중대한 일을 하잖습니까. 그까짓 닷새나 엿새 걸려서 나오는 김군의 물건 따위가 문젭니까』
나의 목소리는 사뭇 격했다. 옆칸이 금방 조용해진다. 자식들은 키르르 칸막이에 구멍을 뚫어놓고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미완품인 마술가마를 가리켰다. 회장님께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교회 일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 두자는 충동이기도 했다. 회장님은 거구의 몸을 조금 굽혀서 수평 다이에 올려 있는 미완품을 살핀다.
각구목으로 뼈대만 이루었기에 마술가마에 장식될 산호 조각 같은 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해서 마술가마가 얼마나 훌륭하게 만들어질지 회장님을 알 리 없었다.
나는 유치원 수녀님이 그려준 원본을 약간 어긋나게 해서 만들 또 하나의 사본을 그려서 은밀히 감추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치원 수녀님의 원본대로 만들면 마술가마가 볼품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고립무원한 나의 상상력을 총망라해서 산호 조각을 생각해 냈으므로 단번에 이 일에 착수한 것이었다.
회장님은 손으로 마술가마의 뼈대를 만져보고 아직 미완품이라는 점으로 봐서 지금 나의 솜씨를 평가하고 일의 확률을 따지고 든다면 온당치 못한 처사라는 걸 나는 앞질러 생각하고 있었다.
일칸 안엔 여전히 연기가 자욱했다.
회장님은 요모저모 다 뜯어 보았는지 눈을 내게로 돌린다. 회장님의 눈빛이 처음과는 달라졌다.
『이게 뭐지?』
몰라서 묻는 것과는 다른 뜻이 있음을 나는 알아챘다. 그러나 대답만큼은 빗나갈 수가 없다.
『마술가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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