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의 조선교구 통신은 교회 사범학교 설립을 위한 독일 분도회원의 내한, 사립학교의 인가문제, 안중근의 의거, 일진회의 시위 등등 한 번에 다 다루어 버리기엔 아까울 정도로 큼직큼직한 소식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므로 간단한 소개로 그치는 것보다는 좀 더 상세를 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어 이번엔 2회로 나누어서 소개해 볼까 한다. 먼저 교회 사범학교와 사립학교의 인가문제를 하나로 묶어 소개하고 다음호에서는 안중근의 의거만을 취급할 예정이다. 한일합방을 제창한 일진회의 사건은 순정치적인 성격의 것이어서 생략하기로 한다.
교회의 학교와 학생 수는 전년에 비해 훨씬 늘었다.
즉 학교는 한 해에 23개가 증설되어서 135개교가 되었고 학생 수는 3천5백40명으로 전년보다 1천2백93명이 많아진 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회학교 발전에 뜻밖의 브레이크가 걸렸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사립학교령이다. 학부는 이 법령을 공포함으로써 모든 사립학교가 정부의 인가를 얻을 것을 권장했다.「권장」이라고 했으니 해도 좋고 안 해도 무방하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겠으나 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인가가 없는 학교를 폐교시킬 권한이 학부대신에게 보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조선교구장 민 주교는 지방의 많은 신부들의 문의에 대답하는 동시에 교회학교 인가에 관한 교구 측의 방침을 교구 통신을 통해 통첩하기에 이르렀다.『1908년 10월 1일부터 사립학교에 관한 학부령은 모든 사립학교가(서당은 제외) 6개월 이내에 인가를 청원할 것을 권장하는 동시에 만약 청원하지 않을 경우엔 학부는 폐교할 권한을 보류한다고 하였다.
비록 이 법령이 엄격한 지시가 아니라 할지라도 본 주교는 충분한 조직을 갖춘 우리 학교가 모두 인가를 청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절차의 까다로움과 번거로움 또 거쳐야 할 검사들이 아무리 귀찮고 불편하다 하더라도 인가에 따라올 이점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 인가는 비교적 얻기가 용이할 뿐더러 학부대신도 이에 호의적이다.
일정한 기본 금액과 학도 수가 요구된다는 것은 근거 없는 말이며 어느 정도의 자금과 학도 수만 있으면 인가는 가능하다.
우리 천주교 학교일 경우에는 인가가 일층 용이할 것이고 특히 선교사 자신이 설립자이고 교장일 때는더욱 그러할 것이다.
교과목 선택에 있어서도 자유롭다고 하지만 보통학교와 고등학교에 준하여 가능한 한 공립학교와 비슷하게 교과목을 편성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또한 종교 과목은 꼭 넣도록 하고 뿐더러 가장 주요한 과목으로 삼는 것을 겁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교명은 즉시 종교 학교임을 알아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본 주교는 다음과 같은 형식이나 아니면 이에 준하여 교명을 짓기를 권한다.「천주교 사립 계성(계명ㆍ인애)학교」
지방장관은 학교 시설을 검사할 권한을 위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또한 학교에 관한 통고와 인가 청원서도 반드시 지방관을 거쳐 학부대신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미구에 신부들에게 두 개의 학부 훈령이 발송될 것이다. 첫째는 사립학교에 관한 학부의 주요한 훈련 장비이고 둘째는 사립학교 규칙과 설립 인가 청원 서식이다. 만일 지방관이 이유 없이 인가 청원서를 접수하지 않거나 또는 접수한 청원서를 학부에 보내기를 거절하면 본 주교에게 알릴 것이고 필요하면 청원서를 직접 본 주교에게 보내도록 요망한다』
이상이 사립학교 인가에 관한 민 주교의 의견과 지침이다. 그런데 민 주교의 예측대로 과연 지방에서는 지방관들이 교회 학교나 자금 부족 등을 구실로 하여 인가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구체적인 예로 명(MENG) 신부의 관할인 평남 순천군 내에는 낙민면에 보덕학교의 선원면에 선영학교와 조산공소에 성명학교, 이렇게 세 개가 있었는데 설립 인가를 얻고자 인가 규칙서를 갖추어 군수에게 제출했으나 군수는 천주교인이 설립한 학교는 인가서를 학부에 보낼 이유가 없다고 하여 기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부에 직접 제출해 달라고 인가 신청서를 직접 교구본부에 보내왔다. 이와 비슷한 구실로 예수교 계통 학교에서도 학교 기금의 출자를 증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가 신청서가 각하된 일도 있었다.
지방관이 각종 이유로 설립 인가 신청서를 각하한다는 보고를 받은 학부는 각 도 관찰사에게 새로운 훈령을 보냈다. 이 훈령을 토대로 민 주교는 지방 신부들에게 아래와 같은 새로운 주의 사항을 시달했다.
『3월 10일 ①어쨌든 청원서는 우선 지방관에게 제출되어야 한다. ②청원지는 관제가 아니더라도 무방하다. ③학교 기금의 일정한 액수나 최소한의 학생 수의 규정은 없다. 문제의 학교가 운영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는 군수가 아니고 학부가 결정할 사항이다. ④같은 군내에 학교가 많다 하여 새로운 학교의 설립이 필요치 않다는 판단은 학부가 할 일이지 군수의 권한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몇 해 전만 하여도 불가능했던 여학교의 설립이 이 무렵엔 유행이 되었고 또한 수녀도 지방의 학교로 파견되기 시작했다.
서울과 제물포의 학교에서 이미 수녀들을 교사 생활에 종사케 하던 성바오로 수도회는 금년 들어 처음으로 평양ㆍ매화동ㆍ제주도 같은 지방 학교에도 한국인 수녀를 파견하였다.
끝으로 사범학교의 설립 사업도 독일의 성분도회가「신자 교사의 양성」이란 긴급한 이 사업에 동의함으로써 그 기반이 세워지고 계획이 착착진행되어 갔다. 상기 회원인 신(Sauer) 신부가 이 사업의 책임자로 임명되었고 이미 2월 말경에는 선발대가 서울에 와서 학교 대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위치가 좋은 백동(현 혜화동)에 10ha의 아주 넓은 땅을 2만5천 원에 매입하여 정지 작업과 임시 건물 시공에 착수했다. 이어 신 신부도 서울에 도착하였고 또한 포교성성은 한국의 성분도수도원 분원을 허락하였고 초대원장에 신 신부가 임명되었다. 이어 내한한 수사신부 2명 수사 4명과 함께 모두가 10월 말에 새로운 임시 건물로 이사할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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