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9월 육군 야전군에서 시작되어 전국에 파급 군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진중 영세식이 속출하는 가운데 일반 교회까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인「전군 신자화 운동」이 4년을 넘기면서 한풀 고개를 숙이고 정리 단계에 들어섰다. 이 운동은 군의 정책이라기보다 순수한 종교운동으로 신앙을 통한 군 정신 전력 강화라는 차원 높은 목표 아래 전개되어 왔다.
즉 군인 개개인이 신앙을 통해 바른 인생관을 갖도록 하며 나아가 공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을 체계화시킴으로써 군의 요체인 정신 전력을 강화하는 획기적인 운동이다.
그것은 종래 군이 가지던 종교에 대한 인식의 일대 전환이라는 점에서 각 종파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아낌 없는 지원을 보내고 있다.
이 운동이 전개되면서 군인들은 자유로이 종교에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설사 종교를 선택하지 않아도 상당한 지식을 갖게 되었다.
부대 지휘관의 인식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종래에는 생각할 수 없던 많은 시간이 군종신부ㆍ목사ㆍ법사(法師)에게 제공되었다.
처음 1군 예하부대를 대상으로 시작한 이 운동은 불과 1년 사이에 거센 회오리 바람처럼 육해공 3군에 파급되었고 이때부터 마치 경쟁이나 하듯 가톨릭ㆍ개신교ㆍ불교의 진중 입교식이 이곳 저곳에서 하려하게 벌어졌다.
5~6백 명 규모의 진중 영세식은 곧 적은 규모가 되어 버렸고 2~3천을 헤아리는 영세식이「군 사상 최대 규모」의 표현 속에 거행됐다.
결과 군이 본래 의도했던 교육의 효과보다는 누가 더 영세자를 많이 내느냐에 이 운동의 초점이 모아져 다분히 실적 위주의 전시적이며 행사적인 면으로 흐르기 시작, 절정에 달했던 72년 하반기부터 진로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예로 가톨릭ㆍ개신교ㆍ불교에 두루 입교한 병사가 나오는가 하면 군인 신학생이 도매금으로 세례를 다섯 번이나 받게 되는 어이 없는 일도 있었다.
실적을 따지는 군종 풍토에 영합한 일부 군종장교와 지휘관이 올린 입교자 수를 합해 보니 부대 총인원 수를 훨씬 넘는 일도 있었고 6개월 안에 6천 명을 입교시키는 돈키호테 같은 계획서를 냈다가 검토 끝에 취소 당하는 군종장교가 나온 것이 이 운동에 제동이 걸리게 된 이유의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이 운동은 이러한 부정적 현상이 문제가 되어 작년 말부터는 대규모 입교식을 일체 금지하고 본래의 취지대로 교육에 치중하면서 종교를 충분히 안 후에 영세를 주는 방향으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이 기간 중 가톨릭 입교자는 6천5백여 명(70~73년 말)
지난 60년부터 69년까지 10년간 입교자 수의 3배가 넘는 입교자를 불과 3년이 조금 넘은 기간 안에 낸 것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3천 명 규모 영세가 빈번했던 개신교에 비하면 놀랄 일이 못 된다.
거기엔 군목에 비해 군종신부가 6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적인 열세의 이유도 있지만 자체 분석 결과 앞에서 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72년부터 소수 정예 방침을 택한 데 큰 이유가 있다.
그러나「전국 신자화」운동은 그 과정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한 부작용을 보였지만 이런 모든 허물을 덥고도 남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봐야겠다.
신자의 양적 증가는 뒤로 미루고라도 우선 군의 종교에 관한 인식이 상상할 수 없으리 만큼 넓어졌고 따라서 군종장교의 활동 기반이 그만큼 다져졌다는 것이다.
6ㆍ25 동란을 계기로 시작된 군종활동이 20여년에 걸쳐 닦은 기반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더욱 튼튼한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는 것이 군종장교들의 공동된 견해다.
다음으로 성직자나 신자들이 군 선교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점이다.
이제 이 운동은 한바탕 잔치를 치루고 난 후 몇 가지 반성 자료를 던져 주었다.
질보다 양을 추구한 자세, 준비 없는 무더기 세례나 영세로 입교한 젊은이들이 가질 수 있는 안이한 종교의식, 이들의 사후 관리 등등.
그 중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문제는 무더기 영세자의 사후 관리로서 이 짐은 군종신부와 본당서 나누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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