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군대」하면 살아서 펄펄 날뛰는 물고기 같은 싱싱한 생명감과 용감성을 상상한다. 그리고「종교」라는 말에서는 조용하고 명상적이며 내세적인 어떤 분위기를 느낀다. 또한 군대는 근본적으로 무력의 행사를 최후 수단으로 삼는 단체요 종교는 평화와 비폭력의 씨앗을 인류의 가슴에 뿌리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니 현세적인 생명과 무력을 대표하는 군대와 비무력 평화를 호소하는 종교는 어쩌면 영원히 화해할 수 없는 모순 관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이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적대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일가? 그렇다면 우리는 너무나 큰 모순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종교인으로서 군인이기에 그러하다. 그러나 군인과 종교인으로서의 꼭 일치되는 점이 있다. 아니 일치되어야 한다. 그것은 양자가 모두 개인적 자유와 욕망을 자기 마음대로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 편안과 자유 의지를 희생한 사람들이 군인이요 또한 종교인이다. 만약 군인이 자기 마음대로 할려고 한다면 거기엔 너무나 엄청난 결과를 야기시키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좋든 싫든 자기의 자유 의지와 개인적 편안을 희생시키고 생활해야 한다. 종교인 역시 그러하다. 예수님께서도 자기를 따르려는 자는 자기의 모든 욕망과 자유 의지 편안 이 모든 것을 끊고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명하셨다. 그러니 우리가 참된 종교인으로서 예수를 따르려면 예수로 상징되는 진리와 빛 평화와 사랑을 위하여 기꺼이 자진해서 고통의 십자가를 지고 목숨까지 희생하면서 참된 그리스도의 길을 가르쳐야만 예수를 따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의 생애에서 진리와 정의에 봉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엄청난 자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인가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예수는 곧 자기 희생의 원형이요 또한 예수를 따르는 진정한 종교인에게서 자발적인 희생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군대 안에서 예수로 상징되는 또한 진리 자체이고 사랑 자체이신 예수를 전파하고 그들에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군대는 희생의 원형인 예수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하고 군에 종사하는 종교인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에서말한「군대」와「종교」라는 큰 모순 속에서 살고 있으며 또한 군에 종사하는 종교인의 가치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모순된 생활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또한 분리할 수 없는 일치된 하나의 정신 안에서 사느냐는 우리 자신에 달려 있다.
또 하나는 만약 군에 종사하는 나 자신이 종교인으로서 자기를 희생하고 있으면서 진리와 사랑ㆍ평화 즉 예수를 가르치지 못한다면 이것은 죄수의 생활이나 다를 바가 없다. 죄수와 종교인, 여기에는 본질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겠지만 양자가 모두 개인적 자유와 욕망을 타의든 자의든 자기 마음대로 누릴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자의로 자기의 자유ㆍ욕망ㆍ편안을 희생한다 하더라도 처음 희생하려던 의도대로 살지 못하고 예수의 생활이 내 생활이 되지 못할 때는 우리의 목에 둘러 있는 흰 칼라는 죄수의 등허리에 표시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여기에서 크나큰 모순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역시 나의 생활이 종교인의 생활이 되게 하느냐도 나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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