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울린다- 레시페」 교구장인 돔 헬더 까마라 대주교는 1970년 8월 미국에서 제2회「마르틴ㆍ루터ㆍ킹」상을 받았을 때「사목적 헌신과 예언자적 용기의 상징적 존재」라고 소개되었다. 말과 행동, 글과 생활을 통해 자기 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억압 받고 가난하고 소외된 처지에서 허덕이고 있는 수많은 저변군상들의 마음 속에 사회 정의와 평화에 대한 희망을 줄기차게 불러일으켜온 그는 지난 수 년 동안 해마다 노벨 평화상 수상 후보자로 지목되곤 했으나 무엇 때문인지 탈락하여 그를 아끼는 사람들을 실망시켜왔다.
작년에도 후보자 명단에 올랐으나 탈락하고 의외로 미국의 헨리ㆍ키신저와 월맹의 레ㆍ둑ㆍ토가 수상자로 지명되자 노르웨이의 청년들이 들고 일어났다.
『억압 받는 자들과 가난한 자들의 사도인 헬더ㆍ까마라에게 진정한 평화상을 주자』는 그들의 제창에 노르웨이의 모든 사회 단체ㆍ교회ㆍ노동조합ㆍ국회의원들이 적극 호응하였고 또 유럽 제국의 각계각층도 이 운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였다.
그렇게 해서 모김된 상금 약 30만 달러와 함께「국민 평화상」이 금년 2월 10일「오슬로」에서 까마라 대주교에게 엄숙히 수여되였다. 이때의 수상 연설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본인이 관찰할 수 있는 한에서는 인류의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진리와 이웃 사랑을 근거로 하여 수행되는 혁명입니다. 억압받는 자들의 수가 날로 늘어간다면 진정한 해방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덕적 압력을 가하는 의로운 사람들의 작은 무리도 또한 늘어갈 것입니다.
줄어드는 것은 오직 무관심한 자들과 미온적인자들의 수뿐입니다. 여러분이 나에게 맡겨주신 이 상금은 세계의 인간화를 위한 새로운 투쟁을 곧 비폭력 투쟁을 촉진하는 데 유익하게 쓰일 것입니다…』
이 말은 까마라 대주교의 인품과 상상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의 이러한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수록한 책이「平和革命」이다. 대주교의 몇몇 친구들이 그의 논설ㆍ강의 연설 축사 설교 등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골라 뽑아서 테마별로 분류 편집한 다음 그에게 단행본으로 발간할 것을간청하였었다. 그러나 그는 기껏해야 短命의 신문ㆍ잡지에나 어울릴 시사적 글귀나 말마디를 한데 모아 하나의 책으로 낸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치 않는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그를 설복한 것은 현대가 요구하는 신앙을 증언하고 선포하는 책자가 필요하다는 친구들의 끈질긴 주장이었다.
마침내 양보한 그는 스스로 이 책에「평화혁명」이라는 표제를 붙였다. 본래 이 책은 여덟 장으로 되어 있는데 한국어 번역판에는 일반성을 띤「복음화와 인간화」「과학과 신앙」「세계 속의 교회」「젊은이들의 역할」등 4개 장만을 우리말로 옮겼다.
시대적 장황이 어두울수록 투철한 현실 감각과 진지한 성찰과 새로운 각성이 요망된다. 까마라 대주교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하고 오늘의 크리스찬은 자기 쇄신과 봉사를 통해 인류 구원을 위한 평화혁명의 핵이 되도록 소명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그의「평화혁명」은 역사의 도전을 외면하고 과거에 은신하거나 아니면 적당한 호도로 시류에 영합하려는 오늘의 신앙 풍토에 울려퍼지는「광야의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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