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유토피아」로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문필가 토마스 모어가 가톨릭의 성인(聖人) 중에 한 분이라면 생소한 이가 많을 듯하다.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높은 직위를 헌신짝 버리듯 하고 죽음에 의연할 수 있었던 그의 강직성은 유약하기 짝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크나큰 귀감이 될 것이다.

토마스 모어는 147년 12월 7일 변호사인 죤 모어와「런던」사정장관 토마스 글렌저의 딸 에그니스와의 장남으로「런던」에서 태어나 1535년 7월 6일「런던」타우어힐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까지 57년의 파란 많은 생애를 살다 갔다.

모어는 어려서 모친을 여의고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13세 때「캔터베리」의 대주교이며 대법관인 죤 모오톤의 시중 드는 일을 보면서 모오톤의 총애를 받아 그의 후원으로 15세에 옥스포드대학에 입학, 고대문학(古代文學)을 전공하면서 특히 人문주의 연구에 몰두했다.

그의 학교 성적은 극히 우수했으며 다윗왕의 시편 가운데서 좋아하는 구절을 뽑아 기도문을 작성 아침 저녁으로 기도하는 열심한 신앙생활을 다져왔다.

특히 라띤어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당시 난해한 시인으로 알려진 루시안의 소설「회화」를 영역할 정도의 실력을 발휘했으나 아들의 입신출세와 영달을 염원하는 아버지의 간곡한 뜻에 따라 법률학을 공부, 변호사가 됐으며 약관 25세로 의회에 진출했으나 헨리 7세의 미움을 사 한때 공직생활에서 은퇴하기도 했다. 모어는 22세부터 26세 때까지「런던」의 수도원에서 수사들과 기숙, 엄격한 고행생활을 하면서 사제가 되기를 열망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성 프란치스꼬 제3회에 입회했다.

1504년 존 코울트 의원의 딸 젠과 결혼, 1남 3녀를 두었으나 결혼생활 7년 만에 아내와 사별하고 자녀들 교육을 위해 이듬해 연상의 미망인 앨리스 미돌턴과 재혼했다.

모어의 신앙생활은 특히 뛰어나 매일 성당에 나가 미사에 참례하고 가족 식사시간에는 언제나 성서를 낭독했다.

1508년「루뱅」과「빠리」대학에서 연학하고 헨리 7세 사후 1510년「런던」시의 사정장관보(司政長官補)로 임명되어 그의 세련된 교양과 높은 덕으로 헨리 8세의 신임을 얻어 1514년에 귀족의 대열에 올라 궁중 고문관 겸 서기관을 역임하고 1516년에 저 유명한「유토피아」를 출판했다. 1521년에는 대전성 차관에 임명됐으며 1523년 제4차 의회에서 의장에 선출되어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는 강력한 연설을 함으로써 언론 자유 옹호의 기수로서도 활약했다. 이듬해 6월「유토피아」의 최초의 독일어 역판이「바젤」에서 출판됨으로써 독일에서 발발한 농민전쟁이 급속히 각지로 파급되는 동기가 되었다.

그 후 1529년 10월 25일 윌시의 후계자로 대법관이 되었으나 헨리 8세는 앤불린의 매혹에 빠져 왕비 캐더린과 이혼하고 앤불린과 결혼하기를 희망했으나 모어는 교회가 가르치는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들어 단호히 거부하고 대법관직을 사임했다.

이에 헨리 8세의 노여움을 사 1534년 4월 앤불린의 소생을 왕의 계승자로 결정하는「왕위 계승법」이 영국 의회에서 통과됐으나 이에 대한 승인과 선서를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런덥탑에 투옥되어 이듬해 7월 6일 대역죄인으로 참수 치명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