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경영성과란 물론 여럿의 피나는 노력과 경영여건의 호전에서 얻어진 것이긴 하나 거의 모두가 단념했던 회사가 소생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이변이기도 했다.
더구나 온통 좌절과 미움으로 가득 찼던 사원들의 꽁꽁 얼어붙은 마음속으로 신뢰와 단결의 따스한 바람이 스며들고 거기서 강한 성취욕이 분출되어 모든 부정적 껍질을 깨고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인간적 승리는 기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감격과 기쁨은 더 이상 어떤 신앙적 감사로 승화되지는 않았음으로 나의 신앙적 동면은 여전히 빙토에서 계속 되었다. 어머니의 감사미사나 헌금에 나는 무관심 했고 가정미사 권유를 외면했다.
나는 자신의 경영자적 능력이나 역할이 기여해 이룩한 성공에 꽤 들떠 있었기 때문에 불과 한두 해 전의 좌절과 시련을 희미하게 과거의 피안으로 남긴 채 자만하고 의욕만 불태웠다. 어머니의 기도는 한 치의 늦춤도 없이 이어졌으나 내게 겸허한 감사는 없었다. 두 번 다시 시련은 없을 것 같은 순탄한 나날이 계속되던 79년 여름 어느 날 두 번 째의 시련이 닥쳐왔다.
그것은 첫 번의 것과 달라서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 아닌 사고였다. 오전 내내 계속된 회의가 정오쯤 해서 마악 끝나려 하고 있을 때 지축을 흔드는 듯한 요란한 폭발음이 지척에서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달려가자 삼층 높이의 창밖으로 흰 연기구름이 치솟고 있었다.
그때 왠지 일말의 불길한 예감이 전류처럼 빠르게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시야가 트이자 건물 옆 골목에 벌어진 수라장이 내려다 보였고 낯익은 회사트럭이 눈을 파고들었다.
나는 허겁지겁 삼층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입에서는 저절로 『오 하느님 도와주소서』하는 기도가 튀어나왔다. 내가 현장에 뛰어들었을 때 구경꾼들은 사방에서 장 서듯 몰려왔고 곧 이어 소방차가 요란한 싸이렌을 울리며 들이 닥쳤다.
사고현장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해질 만큼 무참히 파괴된 잔해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폭발의 원흉인 「후레온ㆍ가스」철통은 키가 다섯 자에 몸 둘레도
실히 두자나 되는 대형 용기인데도 배가 터져 나오면서 두꺼운 철판이 종이처럼 찢긴 채 십여 미터 거리로 날아갔고, 트럭 양 옆구리 침받이는 쭈그러진 채 떨어져 나갔다. 도로변의 상점이나 여관의 창문은 모조리 박살났고 지붕 위 기와는 부서져 떨어졌다.
현장상황의 심각성이 실감되면서 말할 수 없는 공포감에 사로 잡혔다. 그 정도의 폭발사고면 사람이 여럿 죽거나 상하고도 남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때는 여름방학철에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 노는 시간이었고 그 골목은 평소 차 왕래도 드물고 비교적 그늘이 시원해서 밖으로 나앉는 노인들이나 작업하는 점원들이 적지 않았으므로 피해는 결코 적을 수가 없는 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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