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여류시인들의 신앙시 모음집 「그리움처럼 빛처럼」은 한국 여류시단을 이끌고 있는 5명의 중견시인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홍윤숙(데레사) 신달자(엘리사벳) 강은교(글라라)씨와 이해인 수녀(틀라우디아)의 작품 총79편을 엮은 것.
이 책은 가톨릭신자인 중견여류시인들의 최초의 시모음집이라는데 그 첫 번째 의미가 있고, 수록된 작품이 모두 신앙ㆍ종교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신앙시집이라는 한계에도 불구, 이 책이 종교에 관계없이 다양한 층의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는 것은 저자들의 문학과 삶의 경륜에 기인하며 성숙한 시어와 표현으로 신앙이라는 선입견과 한계를 극복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 순수시계를 대표하는 김남조씨는 이 시집에 「겨울 그리스도」「새벽외출」등 15편의 시를, 가톨릭 문우회장 홍윤숙씨는 「지상의 양식」등 제9편의 시로 신앙을 노래하고 있다.
최근 「백치애인」「백치슬픔」과 같은 단행본으로 출판계에 잇따른 화제를 낳고 있는 신달자씨도 「성모마리아」외 20편의 시를 수록했다.
여류시인으로는 드물게 견고하고 사회성 짙은 시를 발표해온 강은교씨도 작품가운데 19편의 신앙시를 선별했고 이해인 수녀는 15편의 시에서 자연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느님을 노래하고 있다. 이 수녀는 시인의 말을 통해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서 내 소중한 친구가 먼 곳으로 떠나며 선물로 건네준 색연필 한 다스를 깎았습니다. 빨강ㆍ노랑ㆍ파랑ㆍ연두ㆍ초록ㆍ보라…몇 년 간 내가 연필을 깎지 않고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듯이 오랫동안 절제하며 접어두었던 그리움이 이제는 빛깔마다 살아서 출렁입니다. 오늘은 하얀 편지지에 열두 빛깔의 색연필로 긴 편지를 쓰렵니다. 연필처럼 깎일 수도 없는 그리움을 글씨로는 다 쓰지 못해 빛깔로 칠하는 내 마음을 넣어서. 』라고 적고 있다.
각자의 개성으로 시세계를 구축하고 또한 나름의 신앙으로 살고 있는 이들 여류시인들은 이 시집에서 「같이함」으로써만 가능한 색다르고 신선한 화음을 들려준다.
「그리움처럼 빛처럼」은 종교를 떠나 일반 독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 책이 나오기까지 산파역을 담당했던 신달자씨는 『황량하고 물질적 문제에만 압도돼 정신적으로 허약한 현대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절대자에의 믿음과 희망을 기초로 한 자기 고백적 신앙시가 크게 어필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시인들이 기도처럼 풀어내는 신앙 고백적 시들은 신자들의 묵상과 기도ㆍ신앙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움처럼 빛처럼」은 문학과 비평사에서 펴냈다.
<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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