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신축도 끝내고 성당도 재정비되기 시작하자 나는 신자들의 교회활동 참여를 모색키 위해 레지오를 도입, 2개의 쁘레시디움을 설립하였다. 이때 레지오는 교우들에게 아직 생소한 신심활동이었으나 이 쁘레시디움의 설립은 신자들 상호간의 유대강화와 적극적인 교회활동에 도움을 주었다. 61년 10월29일에는 대구대목구 설정50주년 기념대회가 대건고등학교 교정에서 열렸다.
이날 1만여 명의 신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기념대회는 서정길 주교와 왜관 감목대리구 감목대리 비레를리 몬시뇰이 함께 주례한 대례미사, 성체거동으로 이어졌다. 미사를 봉헌한 신자들은 대구역 앞 광장까지 행렬을 지어 성체거동에 참가했는데 십자가를 앞세운 행렬에는 수도자ㆍ평신도ㆍ본당회장단 각 단체 레지오 단원 청년단원 유치원생까지 참여, 그 길이가 2킬로미터에 달했다.
대회장 주변에는 각종 장식깃발과 태극기ㆍ교황기가 만추의 날씨 속에 펄럭였고 역 앞에 마련된 가설대에서 성체강복을 받은 신자들은 기쁨으로 충만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날 대회에서 서주교는 신자들에게 『위대한 선열들을 본받아 참된 후손임을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도록 분발하자』고 강론한 것으로 기억된다.
56년 비산에 부임한 이래로 5년 정도 사목을 한 나는 60년9월 비산을 떠나 남산동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 지도신부로 가게 되었다. 9개월 정도의 수녀원 생활은 그동안의 여유없던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그러던 중 61년 6월 교구로 부터 경주성당으로 가라는 발령을 받았다.
경주본당은 내가 사제로 서품됐던 26년에 본당으로 승격됐었고 초대주임으로는 서품동기인 이성인 신부가 부임했었다. 내가 부임한 당시는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 있어서 특별한 활동은 없었고 신자교육과 외인영세에 신경을 썼다.
이때 나이가 62세였던 나는 신자들에게 할아버지 신부라 불리었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이 성당에 정을 붙일 사이도 없이 그해 12월 교구청 경리신부로 발령을 받았다. 그래서 경주를 떠나 6개월 정도 당가신부로 일을 했다.
그다음에 발령받은 본당이 칠성본당(현재의 고성본당) 이었다. 이곳에서 은퇴를 했으니 본당신부로서는 마지막 임지였던 셈이다. 제2대 신부로 갔던 만큼 당시의 칠성본당은 아직 본당정립이 덜된, 여러 가지로 미숙한 상태였다. 또 초창기 본당 설립에 애쓰셨던 회장단일부가 연로하거나 선종하신 까닭에 본당 회장단 개편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부임하자마자 새로 본당임원을 개편하고 회장단을 임명하였다.
지금의 옥산ㆍ산격ㆍ성북ㆍ침산성당 구역인 침산 1구에서 배자못까지를 관할했던 칠성본당은 김덕용(바오로)씨가 터를 사서 지은 것이었고 유치원ㆍ수녀원도 따로 있었다.
여기서도 구호물자를 이용, 본당재정에 사용하였다. 당시 본당 사제관은 사무실하나 없는 상태여서 손님접대 및 회의시간에 무척 곤란하였다. 이러한 형편을 감안한 본당평의회 임원들은 사제관신축사업을 결정하였다. 구호물자로 들어온 밀가루를 국수로 만들어 파는 등 임원들의 기금확보를 위한 노력은 대단했다.
이리하여 낡은 사제관은 감당으로 사용하게 되었고 새 사제관은 1층 사제관 2층은 교리실로 사용하게끔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 건물은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걸로 안다.
8년 정도 칠성본당에 있다 보니 이전에 부임했던 어느 본당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신자들 신심돈독을 위해 쁘레시디움을 적극 활성화해나갔고 소년 쁘레시디움 청년회도 재정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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