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여성이라면 노인ㆍ청소년 세대를 제외하고 나면 주로 가정주부, 곧 기혼여성의 문제로 그 한계가 지워진다.
한 남자의 아내로 시작해 며느리ㆍ어머니로서 막중한 역할을 지닌 주부, 가정의 중심이어야 할 여성이 흔들리고 있다.
간간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주부가출과 탈선, 역할 갈등문제가 더 이상 강 건너 불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우리주변, 우리가정의 문제로 인식되는 추세다.
결혼여부에 관계없이 일하는 여성이 많아진 것이 사회흐름이지만 아직은 대다수의 기혼여성이 주부, 어머니, 아내로서의 여성고유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중 약 54%에 해당하는 5백40만 명의 주부들이 가정일에만 종사하는 전업 가정주부이다.
남편의 뒷바라지와 아이들 치닥거리를 제대로 하자면 끝이 없는 가사노동에 파묻혀 지내는 여성들에게 어느 날 문득 찾아오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회의와 자기상실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특히 40대 이후 가정안정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여성들의 이러한 자기상실감은 사회적으로 안정돼가는 남편에 대한 상대적 위축, 불안 심리나 곧잘「구식 엄마」로 몰리는 어머니로서의 역할 갈등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계에서 직접수입으로 환산되지 않는 여성들의 가사노동에 대한 여성 자신과 가족구성원의 가치절하는 여성들로 하여금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노력에 대한 이해와 어떤 일을 하는데 대한 성취감을 느낄 때 만족하게 된다. 무보수, 무조건의 주부 가사노동의 가치를 상기시키기 위해 가사노동을 화폐화 시킨 예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 여성이 기대하는 것은 자신의 가정ㆍ가족에 대한 사랑과 봉사가 화폐화되기 보다는 구성원들이 그 역할을 최대한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가정주부 하선영씨는 강조한다.
1981년 발표된 교황 요한바오로2세의 사도적 권고는 『각종의 공적 기능을 이행하는 데에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지닌다는 것은 인정해야지만 한편으로 아내와 어머니들이 집밖의 노동에 강요되지 않고 그들이 전적으로 가정일에 전념함으로써 그들의 가정을 품위 있게 살게하고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건설돼야만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내용은 가사노동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면서 무엇보다 먼저 여성들의 가사노동 가치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사회풍토가 조성돼야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정주부들의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두 가지로 찾고 있는데 우선은 남편ㆍ자식과 함께 이끌어온 가정의 범주 안에서 자기 역할의 가치를 인식하고 또 가족 구성원에게 인식시키는 일이다. 또 가부장적 권위가 아니라 가족 각자가 자기 몫의 역할을 해내는 현대사회의 민주적 가족관계에서 여성은 전통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히 자기 계발에 노력하고 가족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봉사활동이나 지역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ㅅ수녀는 40대 후반의 어떤 위기감으로 상담을 청해왔던 여성신자가 본당에서 신심단체활동에 참여하면서 가정생활과 신앙생활이 눈에 띄게 변모한 예를 들면서 일상생활에서의 권태와 위기를 종교ㆍ봉사활동에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교회ㆍ지역사회의 봉사, 단체활동이 가정생활을 무시하고 강행된다면 여성의 문제는 더욱 어려워지며 나아가 가정존속의 위기까지 몰고 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교회나 지역사회활동이 우리사회에 번지고 있는 기혼여성의 문제, 특히 주부들의 사회활동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이라면 우리교회는 좀 더 깊고 광범위하게 여성문제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회의 자원인 여성인력을 수용할 제도적 장치나 신심활동단체의 지역사회ㆍ가정생활과 연관된 단체ㆍ봉사활동 분야를 개발, 평신도 여성에게 개방해야 할 것이다.
88년 교세통계에 의하면 한국 가톨릭신자의 남녀비율은 1:1ㆍ5로 여성인구가 많다. 이제 우리 교회는 교회가 가진 자원, 특히 여성 인력자원 활용방안을 유휴노동력을 흡수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게 한다는 차원에서 모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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