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인간구원의 경륜을 펴시는 도구로 선택된 이스라엘백성을 구약에서 하느님의 백성(출애19, 6: 신명7, 6) 이라 불렀듯이 신약에서도 그리스도의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1베드2, 9~10: 로마9~11장) 이라 부른다. 교회가 여러 가지 면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하느님의 백성다운 특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
하느님의 인간구원의 경륜은 구약의 백성을 통하여 서서히 준비되고 추진되어 왔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이 실현되었고, 그리스도의 백성인 교회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구세사업이 역사의 종말에까지 계속되는 것이므로 신약의 교회는 구약의 백성을 계승하고 있다.
구약의 백성이 아브라함의 소명으로 시작된 것처럼 교회도 하느님의 부르심에 의하여 시작되고, 아브라함이 신앙으로 소명을 수락하였듯이 신자들도 신앙으로 교회에 속하게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녀가 되도록 미리 정하신 사람들을 부르시고 그 부르신 사람들을 의화시키셨다』(로마8, 30).
야훼와 이스라엘은 시나이산에서 계약을 맺었는데 신약의 백성도 그리스도의 십자가이 백성도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제헌으로 쌍무계약을 맺고 있다.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니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1고린11, 25).
이스라엘백성이 야훼를 예배하기 위하여 소집된 백성이었던 것처럼 교회도 하느님을 예배하는 전례적 백성이었다. 『여러분은 선택된 민족이고 임금이신 하느님의 제관들이며 거룩한 겨레이고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하느님을 널리 찬양해야 합니다. 』(1베드2, 9:묵시1, 6:로마12, 1).
하느님의 백성은 하느님 나라의 현세적 표현이므로 구약의 백성이 그리스도에 이르러 완결된 것처럼 신약의 백성도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완성된다.
그동안에 교회는 인간역사의 기복을 경험하면서 점진적으로 성장하다가(마태13장:마르4장:루가8장)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 종말에 가서 완성된다(1고린15, 28:묵시21, 3).
이 백성은 그 목표를 하느님 나라의 추구에 두고 있고, 지상이 모든 백성을 이 나라에 들게 하는 것이 그 방법이기 때문에 목표는 현세를 초월하지만 방법은 현세에 내재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구약의 백성이 구원의 도구로 선택된 예외적 사명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민족들 사이에서 역사적 경험을 겪어온 것과 비슷하다.
2, 신약의 백성의 고유한 특성
신약의 백성이 구약의 백성과 유사성을 가지면서도 구약의 백성과 다른 특성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백성의 으뜸은 왕이 아니고 그리스도 자시이시고 이백성의 신분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자유인이고, 이 백성의 법은 구약의 율법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사랑의 계명이고, 이 백성의 목적은 구세주의 내림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는 것이다(교회헌장9).
따라서 신약의 백성은 그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인간구원을 위하여 행하시는 모든 직무에 참여한다. 구약에서는 왕과 사제와 예언자가 각기 자기 분야의 사명과 직무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리스도는 왕직과 사제직과 예언직을 한 몸에 지니시기 때문에 그의 백성도 그리스도의 세 가지 직무에 참여하고 있다.
이 백성은 그리스도의 예언직에 참여하여 구원의 복음을 세상에 선포하고 신앙생활로써 복음의 진리를 증거하며(교회헌장12),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여 하느님께 흠숭과 찬미와 속죄와 감사의 제사를 드리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세상에 전달하는 중개역할을 한다(교회헌장10ㆍ11). 그리고 이 백성은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하여 복음의 원리가 세상사에 침투하도록 지상사물의 복음화에 투신한다(교회헌장31ㆍ36).
한나라의 백성 중에는 각양각색의 인간들이 섞여 있는 것처럼 하느님의 백성도 선인과 악인이 섞여 있고, 역사적성공이나 실패도 경험한다. 그래서 이 세상을 순례하고 있는 현세의 교회는 역사의 어느 시점(時點) 에서나 세계의 어느 지점(地點) 에서도 완성된 백성이 아니므로 언제나 어디서나 거듭 자신을 정화하고 쇄신해야 한다(교회헌장8ㆍ9ㆍ15).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유대도 없이 모여 있는 것은 군중이지 백성은 아니다. 교회가 하느님의 참된 백성이라면 유기적으로 조직된 단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께서는 이 교회를 사도단 위에 세우셨고 역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사도들의 후계자들을 배출하시어 이 백성을 하나의 유기체로 유지 발전시키셨다(교회헌장13). 교회가 백성일진대 그리스도교는 절대로 무형한 정신운동에 그치거나 한낮 이데올로기에 머물 수는 없는 것이다. 무교회(無敎會) 그리스도교란 조재하지 않는 것이다.
3, 하느님의 백성의 존재양상(存在樣相)
하느님 백성 중에는 현세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순례하는 사람도 있고, 이미 세상을 떠나서 하느님의 영광에 들어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현세의 교회와 내세의 교회는 두 개의 교회가 아니고 하나인 교회가 두 가지 모습으로 존재한다.
아우구스띠노는 『하나인 교회가 지금은 이렇게 존재하고 저때에는 달리 존재한다』 하였고 토마스는 『교회는 두 가지 상태를 가지고 있다. 현세에서는 은총의 상태에 있고, 내세에서는 영광의 상태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뿐인 교회요 그리스도는 이 두 가지 상태에서 교회의 머리이시다』 하였다.
그리스도의 신비체라는 개념이 다 나타내지 못하는 교회의 특성을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개념이 잘 설명해 주지만이 개념만으로는 교회의 모든 면을 표현하지 못한다. 바울로에 의하면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일 수 있는 이유는 그리스도의 몸에 합체되어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의 유산의 공동상속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리스도의 신비체 개념과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개념은 교회를 표현하는 상호보완적 개념이다.
미카엘 슈마우스가 지적한바와 같이 몸의 개념은 교회를 내포적(內包的)으로 표현하고 백성의 개념은 교회를 외연적(外延的) 으로 표현하고 있다. 결국 비교적 충실하게 교회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정배」 「하느님의 백성」, 이 세 가지 개념을 종합해서 서술해야 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과 정배로서 실존하는 하느님의 백성이다.
이상 세편의 논술(14ㆍ1516회) 로써 교회의 본질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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