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모어는 사회적으로 입신출세는 했지만 종교적 논쟁에 휩쓸려 그의 천부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가 없었으나「유토피아」를 위시하여 역사ㆍ문학ㆍ신학에 관한 글에서 놀라운 저력을 과시한 일세의 석학이다.
그의 너무나도 유명한 저서「유토피아」는 플라톤의「이상국가」와 성아우구스띠노의「영혼의 도시」에서 암시를 얻어 당시의 사회ㆍ정치제도를 풍자한 모어 자신이 구상한 이상국가로서 1516년 라띤어로 초판이 나온 이래 모어 사후 17년 만에야 영어로 출판되었지만 그 참신한 내용은 르네쌍스의 서곡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모어는「유토피아」에서 종교의 절대적 자유를 말하고 내세의 행복을 위하여 현세의 심신을 희생하는 모든 철학을 배척하고 특히 사유재산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사람이 농사를 짓고 사는 일종의 공산주의 이상사회를 묘사하고 있다.「유토피아」란「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그리이스어에서 나온 말로 모어 자신이 만들어낸 가공국명이지만 16세기에도 사람들이 이 말을 사용했으며 근대ㆍ현대의 소위「유토피아 문학」을 산출해낸 말이기도 하다.「유토피아」는 제1ㆍ2부로 나눠져 있는데 모어는 제2부를 먼저 쓰고 이어 제1부를 써서 1516년에 한 권으로 하여 출판했다.
제1부는 모어가 벨기에「앤트워어프」에 외교 사절로 체재 중 그의 친구인 에라스무스의 제자인 피터ㆍ가일즈(힐레스)를 만났으며 마침 그 자리에 동석했던 박식한 여행자인 라파엘 휘트로데이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다는 구상으로 되어 있다. 이라파엘이라는 인물은 가공의 인물이며「요설가」라는 뜻이다.「요설가」가 말하는 것에는 허무맹랑한 엉터리가 많은 법이니까. 다소 불쾌하거나 탐탁치 못한 점이 있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미리 예방선을 그어놓고 있다.
제1부는 세 사람의 대화를 서술한 것인데 꽤 노골적으로 그 당시의 영국 정치의 결함을 꼬집고 있는데 이러한 결함은 16세기의 영국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현대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제2부는 가공 인물 라파엘이 가공적「유토피아」를 서술하는데 유토피아는 총명한 철인에 의해 지배 통치되고 있으며 민병제도는 채용되고 있으나 평화주의를 견지하며 사유재산제도는 철폐되어 철저한 공산제도가 채용되고 있다. 유토피아국에선 악덕의 근원인 화폐제도가 없으며 건전한 가정생활이 시민생활의 근본을 이루며 인문주의적인 그리스도교에 유사한 종교 원리와 윤리관을 지닌 몇 가지의 종교가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를 이루고 있다.
모어는 유토피아의 끄트머리에서『라파엘은 대부분의 것에 대해선 최고 식자(識者)이며 인간 사회에 대해서는 최고 경험자임은 의심할 여지가없으나 유토피아에 관해서 그가 말한 것에 전부 동의할 수는 없다…. 그와 반대로 지금 당장 내가 인정하는 것은 우리들 사회에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도 희망하고 싶은 것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것은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그로서 이상(理想)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깨달은 데서 나온 현실 부조리에 대한 탄식과 절규라고 볼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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