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하는 사제 염동국 신부는 “성물은 만지고 싶은 느낌이 들어야 하느님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쉽고 편안함. 올해 은경축을 맞아 첫 전시를 여는 조각가 염동국 신부(의정부교구 남양주 금곡본당 주임)의 작품세계다.
염 신부는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쉽고 편한 작품을 추구한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보면 편안하다. 뾰족할 것이라고 떠올리는 가시 면류관도 부드러운 곡선으로 재해석했다. 그래선지 만지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 주제도 ‘TOUCH’(터치)로 잡았다.
전시에서는 작품 약 20점을 선보인다. ‘피에타’(Pieta)를 다양하게 해석해 낸 작품들을 비롯해 ‘듣는 성모상’과 성모자상, 십자가, 십자가의 길 14처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피에타’ 중 한 점은 세월호 당시 시기가 묘하게 맞아 희생자 고(故) 박성호(임마누엘)군을 기리는 ‘성호성당’에 갖다 놓기도 했다. 바닷가에 서 있는 어머니가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형상을 한 작품이다.
또 그는 이번 전시에 교회를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담았다. 그가 만든 고해소가 참 인상적이다. 초록색 의자 옆에 무릎을 꿇는 자리가 만들어져 있다. 으레 초록색 의자에 고해 사제가 앉겠거니 하겠지만 반대다. 그는 “어느 글에서 고해성사는 스승이 무릎을 꿇고 제자의 발을 닦아 주는 세족례와 같다는 말을 봤다”며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반대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가 조각을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이다. 제일 처음에는 선물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첫 작품은 ‘만삭의 어머니’. 이후 군종교구 육군 동해본당에서 프란치스코상 제작을 부탁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주로 성물 작업을 하는 그는 만질 수 있다는 느낌을 강조한다. 십자가는 형태에 집착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 내며, 성모상에는 베일이나 후광 등을 없애는 등 최대한 친근하게 만든다. 이것이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육화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그래야 하느님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그는 “성물은 보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만지기도 하고 부비기도 하는 것”이라며 “외국에 있는 십자가 중에 사람들이 하도 만져 표면이 벗겨진 십자가가 있는데, 그 안에는 사람들의 기도와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