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로마」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들은 얘기다.「로마」에서 동남향으로 30㎞ 가까이「알바노」라는 도시가 있다. 그 근처에는 빈민들이 많고 대개가 소작 아니면 남의 집 농사를 지어주고 일당을 받아가며 생계를 유지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농사라야 채소와 포도나무밭뿐이다. 그때 우연히 들은 얘기다. 하루 일당 170리라(우리 돈으로 약 120원)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 전부다. 고로 그들은 마치 노예와 같이 혹사 당하면서도 받는 임금은 지극히 적은 것이다. 나는 왜 좀 더 달라고 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그 사람들의 대답이 그런 소리 하다가는 그 일당마저 못 받고 쫓겨난다는 것이다. 그나마 누가 들을까 봐 겁에 질린 모습으로 속삭이듯이 말한다.
우리나라에도「근로기준법」이란 법은 있다.
그러나 1970년도 서울 평화시장에서 노동조전 때문에 격렬한 투쟁을 벌이다가 분신자살한「전태일 사건」을 보자. 그의 자살은 그가 젊은 재단공으로 일하다가 같이 일하는 1만3천 명에 달하는 13~15세의 어린이들이 한 달 내내 하루도 휴일이 없이 하루에 15시간씩이나 혹사 당하며 고작 3천 원의 월급을 받고 있음에 격분한 결과이다. 그들은 시간당 10원 미만을 받고 일한 셈이다. 또한 그들의 작업장 환경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참한 처지였다.
그들 고용주들은 악한 일을 궁리하고 잠자리에서까지 나쁜 생각을 한다.『그들에게 앙화가 있으리라. 그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날이 밝자마자 그런 악한 일을 감행한다. 그들은 욕심나는 대로 난의 재산을 빼앗고 집을 차지하며 어떤 사람이건 닥치는 대로 그 집과 유산을 몰수해간다』(미카 2ㆍ1~2) 그러나 하느님의 저주는 바로 이런 자들 위에 내리리라.
『악인의 집에는 부정한 재산이 가득 차 있고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것을 약탈로 가득 채우고 있다.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를 박탈함으로써 자신을 위해 치부하고 있다. 그러기에 나도 이제 너를 달달 들볶겠으며 너를 네 죄 때문에 황폐케 하리라』(미카 6ㆍ9~13)는 하느님의 말씀을 상기하라. 권력과 부유함이 네 구원을 가로막거든 차라리 헐벗고 가난해져라. 세상을 다 얻었다 한들 네 영혼하나 구하지 못하면 그 위에 더 슬픈 것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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