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왜 가톨릭인 자신들이 우리의 교회건축에 대해 다른 분야들만큼 깊은 관심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성당이라는 건축 공간을「하느님의 집」이라고 이해하고 거기에서 집회하고 교회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은 풍우를 가리우는 것으로 충분하지가 않고 어떤 깊은 의미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꼬딕성당의 구조적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유래한 종교적 필연성을 이해하여야 하고 왜 현대 건축에 있어서는 어떤 형식의 것으로 달라지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어떤 성당을 신축하는 경우에 그곳의 신부와 회장과 설계자가 생각해야 할 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성당을 본당으로 가진 사람 모두의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마치 십자고상이나 14처 고상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십자고상은 그 가로와 세로의 비례나 성체의 모습이나 크기에 있어서 일정하게 정해 내려온 형식이 있었고 그것은 성서와 교리상의 대표적이고 필연적인 표현 양식이었다. 그러나 현대적으로 세워진 최근 유럽의 성당에서 그 형식은 일견「자유분방」한 가로가 세로보다 길다든가 고난의 표정은 추상화된다. 이 자유로움은 언뜻 보기와는 달리 그 바리에이션에도 분명한 이유들이 있다. 14처 고상의 경우는 더욱더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
현대적인 교회 건축은 그 표현이 아무리 단순화되어도 바로끄와 로꼬꼬와 꼬딕과 르네쌍스를 연결하는 뿌리 깊은 영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역사적인 건축의 흐름은 우리나라의 경우에 절단되어 그 중간 과정이 생략되고 그리하여 그 필연성들이 무시되는 경향을 보게 된다.우리는 고딕성당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경험하지 않았고 현대 건축이 그 과도한 장식들을 혐오하게 된 원인들을 섭렵하지 않은 채 유럽의 현대적 교회들을 그 건축적 디테일로써 도입하는 방법론들에 회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한 가지 우리만의 문제가 있다. 우리의 사정이 유럽 사람들과 다르다고는 하더라도「공번된 교회」로서의 근본적인 사상들이 흔들려서는 안 되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최근 건축가들 사이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소위「전통적 건축」의 문제가 교회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대두되고 있다. 가톨릭이 한국의 토속신앙이 아닌 만큼 라띤어의 경전들이 한국어로 번역되어야 하는 것처럼 한국의 성당 건축도「한국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히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분명한 한계를 전제한다. 그것은「공번된 교회」이기 때문뿐만이 아니라「한국적」이라는 말 가운데 포함된 오해되기 쉬운 전통론이 건축이라는 보편 타당성과 그 지평(地平)을 같이할 때만 의미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한국적인 건축 언어」로 표현된「공번된 교회」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적어도「한국적 건축 언어」라는 것은 아름다운 조선 지붕의 곡선미나 완자창의 무늬를 베끼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마지막 회에는 한국에서 성당을 설계한다는 일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를 언급하려고 한다. 가장 훌륭한 건축가가 가장 훌륭한 성당을 설계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가장 신앙심 깊은 사람이 가장 감동적이 공간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신앙심보다는 교회에 대한 깊은 이해이며 현대 건축에 관한 확고한 철학이겠다.
꼬딕성당과 같이 그 건립에 2백 년이 소요되는 등의 일이 현대에 벌어질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현대에 살도록 주어져 있는 만큼의 현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교회의 건축 공간이 거기 모이는 사람들을 어떤 느낌으로 감싸야 하는가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교회가 현대인에게 최후의 정신적 구원이라고 믿는다면 어쩌면 그 건축적 느낌이라는 것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중요한 교회의 요소가 될 것이다. 바로 우리의 시대가 방황의 현대이며 교회는 그 구원의 집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