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만 해도 연탄배달로도 생계유지가 가능했습니다만 지금은 도시가스와 기름보일러를 설치하는 가정이 부쩍 늘어나면서 생계유지가 쉽지 않습니다. 』
부산시 중구 대청동에서 10년째 연탄배달을 해왔다는 류인원씨(43ㆍ대청동4가41번지)는 비성수기인 여름철을 눈앞에 두고 걱정이 태산같다.
류씨는 여름철이 되면 수지가 맞지 않아 숫제 건설현장 등 막노동판에서 소위 「노가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류씨는 연탄배달을 「천직」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결코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탄 배달하다가 노가다하면 이는 식은 죽 먹기입니다』. 류씨가 배달하는 지역은 대부분 비탈진 언덕이기 때문에 수레나 경운기(일명 딸딸이)를 이용할 수 없고 지게로 져서 나른다. 한꺼번에 25장씩을 지어 나르는데 25구공탄 1장에 3ㆍ6kg이므로 90kg을 늘 지는 셈이다.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내가 없으면 우리 서민들이 추운 겨울에 냉방에서 지낸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이 나지 않지요. 10년가량 이 바닥에서 배달하다보니 약간 과장해 누구 집 숟가락 수까지 알게 될 정도여서 「의무감」비슷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배달에 나서는 류씨를 따라가 보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20~30도의 가파른 언덕길을 90kg의 연탄을 지고 가는 류씨와 함께 3~4백m를 올라가자 벌써 등출기가 후끈거렸다.
힘겹게 연탄을 배달한 후 땀을 훔치고 있을 때 배달가정의 주부가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잔 주면 모든 피로가 가신다며 그러한 인정이 큰 위안이 된다고 했다.
류씨는 초겨울이나 늦가을에 갑자기 한파가 몰아칠 때가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갑자기 추워지면 한꺼번에 배달신청이 들어옵니다. 이때는 정말 힘듭니다』. 그러나 류씨는 배달가정과의 오래된 신뢰관계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고 밤늦도록 배달을 해준다고 한다. 『이 추운 날 아저씨 때문에 우리는 따뜻하게 지낸다』는 한마디 위로의 말이 사그러지는 힘을 되살린다고 말했다.
류씨에 따르면 연탄소매점이 문 닫는 곳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힘든 노동에 비해 이윤이 박하기 때문. 공장도가격 1백89원, 한 장에 평지배달의 경우 2백10원 받고 아파트나 언덕배기는 10~20원 더 받는다고 한다. 2백10원은 시지정가격이어서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다는 것.
류씨는 한 달에 평균 30만원 안팎의 부수로 아내와 2남1녀 다섯 식구 생계를 유지한다며 유일한 희망은 자식들이 공부 잘하는 것이라고 겸연쩍게 웃었다.
류씨는 서민들에게 질 좋은 연탄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연탄공장들이 자유경쟁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공장들은 구역을 정해 담합을 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질 향상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류씨는 또 하루 종일 연탄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광부들의 진폐증과 비슷하게 호흡이 곤란해질 때가 많지만 의료보험 혜택이 없어 병원에도 제대로 못갈 때가 서글펐다며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전국민의료보험제도에 큰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우리 세대까지는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다음 세대는 과연 이 일을 할 사람이 있을지…』라며 무거운 연탄지게를 다시 지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는 류씨를 보고 기자는「자기십자가」를 지며 사회에 봉헌하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을 느낄 수 있었으며 류씨와 같은 사회의 모퉁이돌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건강할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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