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게재된 논설들(14, 15, 16회)에서 교회의 본질을 살펴보았으니 이제 교회의 본질적 구조를 묘사해 보겠다.
1, 영신적이고 가시적인 교회
교회는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의 장소요 만남의 수단이기도 하므로 교회의 구조는 신적인 면과 인간적인 면을 아울러 가지고 있고, 이 두 가지 면은 상호 관련되어 있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신비체라면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간성을 아울러 고려하지 않으면 그의 몸인 교회의 정체를 밝힐 수 없다.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한 아리아니즘과 네스토리아니즘은 교회의 신적인 국면을 부인하였고, 그리스도의 인간성을 부정한 도께띠즘은 교회의 인간적 국면을 부인하였다.
『교회의 머리이시요 모형이신 그리스도에 있어서 가시적인 인간성과 불가시적인 신성이 하나의 위격 안에 있음같이 그의 신비체도 이러하다』(신비체 회칙62).
교회헌장은 이렇게 말한다. 『교회는 강생하신 말씀의 신비에 비교할 수 있다. 하느님의 말씀이(聖子)취하신 인간성이 말씀에 완전히 결합하여 구원의 생활한 기관으로서 말씀에 봉사하듯이 같은 모양으로 교회의 사회적 기구도 교회를 생활케 하시는 그리스도의 성령께 봉사하여 신비체를 성장시킨다』(교회헌장8). 신인(神人)그리스도께서 하느님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를 개척한 이래 인간은 인간조건에 적합한 방법 즉 가시적이고 사회적인 공동체를 통하여 하느님과 쉽게 통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이 상호관계 없이 성화와 구원을 받도록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한 백성을 이루도록 원하셨다』고 교회헌장이 말하고 있다(교회헌장9:선교교령2:사목헌장32).
그러나 이 양면성은 유리되거나 병행하는 것이 아니고 외적이고 가시적인 면이 내적이고 불가시적인 면을 나타내고, 또 이 외적인 면이 내적인 면에 종속된다. 다시 말해서 가시적인 제도나 조직이 불가시적인 은총을 나타내지만, 제도나 조직은 은총에 봉사하고 은총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조직이나 제도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는 장막이 아니고 하느님과 인간이 서로 만나는 장소요, 만나게 주선하는 중개자이다. 인간이 육체를 가지고 있는 한에 있어서 이러한 가시적인 제도나 조직의 도움이 없이 하느님과 바로 일치하기란 지난한 일이기 때문에, 그리스도께서는 구원의 은총을 만인에게 나누어 주는 방법으로 교회를 구체적인 백성, 제도와 조직을 가진 백성으로 설립하셨다.
따라서 역사 안에서 존재이유가 있는 모든 가시적 제도와 조직은 이미 영원의 세계의 차원인 신비체에 봉사하는데 의미가 있고, 교회가 완성된 세계(天國)에서는 이 사회적 제도는 사라질 것이다. 아주 쉽게 말해서 우리는 천당에서 주일을 지키거나 성사를 보거나 교무금을 낼 이유가 전연 없는 것이다.
2, 의인과 죄인의 교회
우리는 신경에서 『거룩한 교회를 믿는다』고 고백하는데, 그렇다면 교회는 모든 죄인을 배제한 성인들만의 공동체인가 방문할 수 있다. 교회가 거룩하다는 것은 교회가 하느님과 인간의 친교의 신비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즉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능력으로 인간을 자기에서 일치시키는 하느님 때문에 교회는 거룩하고 구체적으로는 교회의 믿음과 계명과 성사와 은총이 거룩하기 때문에 교회는 거룩하다.
그러나 성서는 분명히 하느님의 나라가 현세에 있는 동안에는 밀과 잡초가 섞여있고, 또 이 잡초를 제거하는 일은 추수 때에 한다고 하여(마태13, 24~30:36~42)교회가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성인과 죄인이 섞여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천국에는 죄나 죄인이 있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러나 현세의 교회는 죄인을 구하러 오신 그리스도의 뜻대로 죄는 거부하지만 죄인은 맞아들인다.
그것이 교회의 존재목적의 하나이다. 신비체 회칙은 교회안의 죄인을 병든 지체라 하였고, 아우구스띠노는 병든 지체라도 몸에 붙어있으면 치유의 가능성이 있지만, 몸에서 떨어져 나간 다음에는 치유의 가망이 없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죄인일지라도 그가 스스로 신앙을 버리고 배교하지 않는 한, 그는 교회의 지체이고 개과천선하여 성화될 여지와 기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품안에 의인뿐 아니라 죄인까지 포용하고 있는 교회를 거룩하다고 할 수 있는가 반문할 수 있겠다.
사실 성화하는 교회는 절대적으로 거룩하지만, 성화되는 면에서는 절대적으로 거룩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럴지라도 죄인 각자의 죄가 교회자체의 죄는 아니고 또 죄인들만의 교회란 있을 수 없으니, 죄인들의 교회이기는 해도 죄스러운 교회일 수는 없는 것이다.
3, 교회의 쇄신
교회의 전례는 인간적인 나약함과 실수에서 교회가 정화되기를 간구하고 있으며, 『거룩하면서도 항상 정화되어야 한다』(교회헌장8)고 교회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교회가 계속 정화되고 쇄신되어야 할 근본적인 이유는 교회의 인간적인 국면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데에 있다. 구원의 신비의 무한성에 대비하여 인간의 인식과 실천은 유한하고 불안전하기 때문에 신자 개개인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차원에서도 그 인간적인 면의 반성과 쇄신은 계속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역사 안에 있는 현세교회는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도 완성된 상태에 있지 못하기에 시대와 환경과 인물의 교체에 따라서 진리를 정확하고 유효하게 선포하고 실천하기 위하여 방법을 개선하고 제도를 개혁하고 인물을 교체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쇄신작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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