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젬마와 함께 있었다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토마스씨에게 다른 사정이 있었다면 이해하겠어요. 그렇지만 누구와 같이 있었다면 저는 몹시 비참했던 거예요』
나는 등줄기로 땀을 흘렸다. 양심이란 게 쿡쿡 찔러대고 있었다.
『체칠리아씨. 한 번 더 약속을 한다면 어떨까요?』
『이젠 약속 같은 건 않겠어요』
나는 못내 서운해졌다.
『체칠리아씨. 언젠가는 저의 마음을 알게 될 거예요』
전화는 다시 바뀌었다. 수녀님의 목소리가 활기를 띄고 있다.
『토마스씨. 체칠리아가 아주 기분 좋은가 봐요. 명랑한 표정으로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어요』
체칠리아가 다시 전과 같이 나를 대해 줄 모양이다. 나는 내심 걱정하고 있었으므로 수녀님의 목소리가 끝나기 바쁘게 얼른 말했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이젠 마술가마도 완성시켰고 말입니다. 아무튼 저의 솜씨가 이만저만 아니라니까요』
『토마스씨는 순진하시군요. 자기 솜씨에 감탄하시고』
『하느님께서도 그랬잖습니까?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혼자 기뻐하셨다는 얘기』
수녀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그래요? 맘껏 기뻐하세요. 저어 토마스씨 회장님께 좀 여쭤 주시겠어요?』
나는 문득 나의 희생을 확고히 해야겠다고 생각들었다. 그러려면 회장님께 여쭐 필요가 없으리라.
『제가 곧 갖다 드리겠습니다』
나는 수화기를 놓기 바쁘게 일칸으로 뛰어들었다. 마술가마는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나의 어깨에 덜렁 메였다. 유치원 꼬마들이 떼매고 다닐 무게여셔 나는 힘에 아무런 부담도 못 느꼈다. 리어카에 싣고 갈 필요도 없었다. 그냥 이대로 바깥으로 나왔다.
한길에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추위를 무릅쓰고 아이들은 공차기를 하고 있다. 나는 그들 가운데 지나갔다.
『히야! 저것을 봐』
제일 먼저 쳐다본 아이가 소리쳤다.
나는 못 들은 척 옮겨 놓았다. 아이들은 공차기를 멈추었다. 나의 어깨에 메인 것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그런가 했더니 굿패의 뒤처럼 따르기 시작한다.
『아저씨 그게 뭐예요?』
물론 아이가 한둘이가 아니었다 나는 성가시러워졌다. 빽 고함을 질렀다.
『따라오지마!』아이들은 들은 척도 않는다.
『가르쳐 주지 않음 돌을 던져라』
나는 몸을 움찍했다. 연방 돌이 날라올 것 같았다. 몇몇 아이가 돌을 줍고 있다.
나는 겁이 났다. 마술가마를 방패처럼 등 뒤로 가렸다. 돌은 날라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기쁜 모양이다. 저들끼리 쑤근댄다. 나의 귀에는 그들의 소리가 들렸다.
자기들 집에도 저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
바퀴를 달아서 끌고 다니면 최신식 자동차가 되겠단다. 한 아이는 자기가 제일 먼저 발견했단다. 다른 한 아이는 자기 집에도 저런 게 있다고 한다. 그러자 여러 아이들이 거짓말 말라고 윽박지른다. 그 아이는 끝까지 우겨댄다.
나는 계속 걸었다. 길거리리엔 어른들도 있었다. 그들은 나를 예사로 보아 넘기지 않는다. 나는 황급히 걷기만 했다.
아이들의 숫자는 더욱 불어났다. 한 골목씩 지날 때마다 거기 놀던 아이들이 무리 속에 합류되었다.
나는 노인들이 별 쪼리기를 하고 있는 어느 저택의 담벼락 앞으로 지나갔다. 노인들은 모조리 쳐다보았다. 마침내 한 노인이 물었다.
『여보게 그게 뭔가?』가르쳐줄 마음이 내켰다. 나는 걸어가면서 대답했다.
『마술가맙니다』
노인들이 허허 웃는다.
아이들이 더욱 신바람을 낸다.
『얘들아 마술가마래』
『마술가만 마술을 부릴 꺼 야냐』
『야 저 사람은 참 좋겠다.』
『우리에게 달라고 해 볼까?』
『치, 얼마나 비싼 건데 우릴 줘』
아이들은 계속 따라온다.
나는 내버려 두었다. 전봇대가 길 저쪽 편에 하나 서 있었다. 그걸 쳐다보고 묘한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아이들도 멈춰선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중에 이런 마술가마를 타본 사람은 손 들어봐』
아이들은 서로 쳐다본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나는 다시 『이 마술가마를 타고 싶은 사람은 손 들어봐』
모두 다 번쩍 손을 든다. 두 손을 다 든 아이들도 있다.
나는 전봇대를 손가락질했다.
아이들은 그쪽으로 쳐다보았다.
『저기 전봇대 보이지?』
모두가 일제히 대답한다.『예 보여요』
흡사 국민학생들의 조례 시간을 방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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