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톨릭이 한국의 건축 문화에 끼친 영향을 우리가 논의하기 위해서는 그 초기 단계의 몇 가지 잘못들이 지적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체로 한국의 전반적인 현대 건축 문화가 일본을 중계탑으로 한 잡지문화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한 데 비해 가톨릭에서 초기에 일어난 일들은 그 전달의 과정이 정통적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 ORTHODOX라는 표현은 유럽의 꼬딕이 바로 수입되었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라 그런 이질 문화의 양식이 현지에 토착화해 가는 전개의 과정이 그러하다는 의미이며 앞에 예를 든 명동의 사제관과 종현성당이 그 훌륭한 예가 된다.
한불수호조약이 정식 비준된 것은 1887년 5월이고 그에 의해 프랑스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와서 교회 건물을 세울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동시에 마련되었다. 사제관을 설계한 GOSTE(요왕高) 신부는 류홍렬 선생의 고증에 의하면 대학을 나온 건축 전문가였고 앞에 인용된 대로 그는 직접 설계와 감독과 벽돌 굽는 일까지를 보살폈다. 그것은 정통적인 이식문화의 예이다.
그러나 동시에 명동(종현)과 중림동(약현)의 입지나 Approach는 대단히 한국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 사제관과 성당이 지어지기까지 동대지에 있던 윤모의 한옥을 서당(敎堂)으로, 수녀원으로, 고와원으로 함께 쓰던 분위기에서 그 꼬딕은 당연한 한국적인 입지와 접근 방법이 택해졌을 것이며 그 이식은 말하자면 가장 자연스러운 두개 이질문화의 조화를 이루었을 것으로 상상되고 남음이 있다. 더구나 Goste 신부는 명동성당의 이중 벽에는 그 내부에 우리 전래의 전돌 모양으로 특별히 구워낸 벽돌을 써서 Vault의 rib를 만드는 등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았는데 이런 디테일의 솜씨야말로 우리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하나의 방법론이겠다.
현대 건축이, 질이─그리고 그 근원─다른 건축문화의 이식이라는 것은 새로운 곳의 풍토와 토착의 재료에 알맞게 다듬어질 때 무리없이 이루어 지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풍토와 재료는 곧 그곳 사람들의 표현이며 스케일이며 비례감(Proportion)이다. 남미에 옮겨진 스페인의 교회 양식이 토착화하고 그것이 남미의 현대 건축에까지 밀려내려온 과정을 보는 것은 좋은 설명이 된다. 한옥의 수녀원과 꼬딕의 종탑이 공존하던 조선 식의 중정과 서구식의 전정이 조화된 분위기는 한옥이나 꼬딕이 이미 새로 지어지지 않는 현대에 와서일지라도 하나의 전형으로 기록이라도 되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들을 배척한 것은 1945년 이후의 잡지문화이었으며 지금의 통조림 문명류이다. 현대 건축의 인류에 대한 괄목할 공헌에도 불구하고 건축가의 영원한 리상일 환경 창조의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회의를 말하며 다른 어떤 방법이 없을까를 모색하고 있는 현대에 우리에게는 고전에의 찬탄도 현대 건축에의 이해도 없는 채 모든 것이 피상으로 전달되는 오류만이 난무하다. 만일「종현」에 공존했던 성공적인 시단가 그 근본 이념을 그대로 가진 채 우리 교회건축의 대전제로 전해졌다면 사정은 지금과 달랐으리라. 갑작스럽게 그리고 아무런 필연성 없이 그것은 배척되었다. 혜화동성당이 가톨릭인들 사이에 무난한 건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흔히 말하는「주위의 풍경과 디테일」에 대한 아마추어적 평가에 불과하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창조적 현대 건축도 아니며 그렇다고 어떤 서구 현대교회를 충실히 베끼는 것보다 나은 것도 없다. 그것은 잡지의 스크랩이며 프로포션의 넌센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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