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교적과 위조 추천서를 들고 전국을 누비며 본당 신부의 주머니 돈을 뜯어오던 한 사나이가 공교롭게도 그 교적의 본당 신부와 피할 수 없는 곳에서 극적으로 대면, 잘못은 밉지만 착해질 수 있는 영혼에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신부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되어『다시는 남을 괴롭히지 않고 착하게 살겠노라』 고 눈물을 흘렸고 신부는 방을 나서는 사나이를 조용한 미소로 배웅했다.
10일 오후 1시경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2의 15 CCK 2층 계단을 올라서던 서울 답십리본당 주임 황인국(마테오) 신부는 40대의 한 험상궂은 얼굴의 사나이와 마주쳤다.
낯익은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나이는 몸을 돌려 외면했지만 지난 석 달 동안 이 사나이의 얼굴을 되새겨온 황 신부는 곧 그가 답십리본당 신자를 사칭 가짜 교적을 들고 다니며 신부들을 상대로 억지 동정극을 벌여 돈을 뜯어온 주거 부정인 양성옥(40)이라는 사나이임을 알아차렸다.
황 신부는 가까운 방으로 사나이를 데리고 가 허름한 가방을 열게 했더니 억지 동정극의 소도구(?)로 써온 묵주 기도서 성서 가톨릭시보 위조 추천서 등이 나왔다.
황 신부는 근래 지방의 피해 신부들로부터 날아오는 사나이에 관한 문의 서한에 골머리를 앓다 마침 이 날 전국 신부들에게 보낼 경고 회람을 타이핑하러 들른 길이었다.
『내가 당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건 참을 수 있소. 그러나 앞길이 멀고 보람있는 일들이 많은데 하필 신부들을 상대로 몇 푼 돈을 울궈내는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면서 세월을 허송합니까?
당신은 지금 스스로를 속이고 또 영혼에 때를 끼게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
처음 완강히 부인하던 사나이는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고 흐르는 눈물을 주먹으로 닦으며 입을 열었다.
『신부님들은 너무 사람을 쉽게 믿으시더군요.
이짓을 하면서도 사람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신부님들의 얼굴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군 교도소 복역 때 그곳에 오시던 군종신부님을 찾아뵙고 산에라도 들어갈 생각으로 여길 왔습니다』
황해도 연안이 고향이고 10살 때 「프란치스꼬」란 본명으로 영세를 받았다는 그는 1ㆍ4후퇴 때 남하길에 부모를 잃고 고아로 자라오면서 전과2범으로 1년 전 출옥, 일자리를 얻어려 해도「전과자」라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을 당하자 지난 8월 중순경부터 동정극을 벌이며 전국을 돌아다녔다는 것.
그는 본당 신부를 찾아가 교적과 서울 시내 모경찰서 김모 형사 (가공 인물)의 추천 편지를 내보이며『이 근처에 있는 원수를 찾아 복수하러 가는 길인데 가지고 있는 기도서 등을 맡아 달라』면서 겁(?)을 준 뒤 말리는 신부로부터 돈을 뜯는 수법을 써왔다고 한다.
이렇게 다닌 본당이 40여곳에 이르고 얻은 돈은 얼마인지 잘 모르겠다지만 줄잡아 20~30만 원 정도는 될 것 같다는 얘기다.
그는 8월 하순경 황 신부가 있는 자리에서 답십리 보좌신부를 상대로 첫 행각을 벌였는데 이때 얼굴을 보인 곳이 단서가 되어 이날 덜미가 잡혔지만 구것은 자신에겐 새로운 길을 가는 인생의 전기가 될지도 모르는 계기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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