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칠리아가 다가와서 말했다.
『토마스씨. 빼지 마시고 받으세요. 무슨 선물인지 궁금하지 않으세요』나는 그제야 선물을 받았다.
박수소리가 났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한 동작을 취했다. 유치원 꼬마처럼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선물을 가슴에 꼭 껴안은 채 절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유치원을 나왔다.
회장님이 성당 뜰을 가로질러 오고 있었다. 잰 걸음이었다.
회장님은 나를 보자 곧장 다가왔다.
나는 우뚝 멈춰 서버렸다.
회장님의 얼굴이 몹시 험악해져 있었다. 나는 성당 안이라 안심하려 했다.
『너 이 자식. 또 나를 화나게 하는 거냐!』
멱살이라도 움켜쥘 태세다. 나는 한 걸음 주춤 물러섰다.
『마술가마 때문에 그러세요? 나는 약간 떨리는 못소리를 냈다.
『토마스 넌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사람이냐. 주인의 허락도 없이 만든 물품을 꺼내가다니...』
나는 충동질이 일었다. 도둑질하고는 종류가 다르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싶었다. 다행히도 전화에서 들려온 수녀님의 목소리가 떠오르고 그 말은 이런 경우를 예언한 것처럼 생각되어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회장님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허지만 저도 생각은 있었습니다』
회장님은 다그쳤다.
『무슨 생각이 있었다는 거냐?』
『이 선물을 젬마씨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유치원 창 밖으로 언뜻 보였다. 회장님이 토마스를 대하고 있는 성난 모습. 요하나 수녀님은 어떤 예감히 떠올랐다. 토마스가 마술가마로 인해서 어떤 잘못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회장님이 표정이 금방 변했다. 돌아보니 요한나 수녀님이 다가온다. 수녀님은 가까이 오자 깎듯이 인사를 했다.
『회장님 나오셨군요. 마술가마를 잘 만들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회장님도 인사를 보낸다.
『어려운 일에 노고 많습니다. 어쩌겠어요. 수녀님 우리 본당을 좀 잘 가꿔 주십시오.』
나는 해방된 기분이었다. 두 사람은 간단없이 인사를 나누자 수 분 동안 본당에 관한 일 유치원에 관한 일을 얘기하였다. 나는 한 켠에 제켜져 섰다가 살그머니 가구점으로 돌아왔다. 나는 공장 일 칸으로 들어서기 전에 거치게 되는 진열실의 복도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진열실 쪽으로 창문이 나 있고 창문엔 커텐이 드리워져 있었다. 바로 그녀의 방인 것이다.
공장 안에서는 여전히 대패질 소리 망치질 소리들이 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퇴근해 왔으리라는 생각에서 살그머니 창가로 다가갔다. 그녀의 속삭이는 듯한 노랫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는 장미꽃을 꺾어 왔을 때처럼 망설여지기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직공 중에 누가 뚜벅뚜벅 걸어 나올지도 몰랐다. 회장님이 갑자기 들이닥칠지도 알 수 없다. 나는 가슴 속 하나 가득히 숨을 빨아들이고는 창문을 노크했다.
『누구세요?』
그녀의 노랫소리가 멈춰졌다.
『저예요. 토마스예요』
나는 나직히 알렸다. 창문이 열렸다.
그녀의 상반신이 내밀어졌다. 나는 우선 선물을 내보였다.
『그게 뭐예요?』
그녀는 놀라운 목소리로 물었다.
『요한나 수녀님이 저에게 준 선물이예요. 마술가마를 잘 만들어줘서 주는 거래요.』
나는 어린애처럼 말했다. 그녀 앞에서는 항상 이 모양이었다.
그녀는 선물 상자를 살펴보고는
『그래서 받으셨군요』하고 칭찬스럽게 말했다. 나는 얼른『이 선물은 젬마씨에게 드려야겠어요. 자 받으세요.』 나는 두 손으로 선물을 건네었다. 마술가마에 든 모든 재료, 그리고 일 칸. 나는 마땅히 회장님 집에 선물이 주어져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선물을 되돌려주면서 말했다.
『토마스씨에게 준 선물을 제가 어떻게 받아요. 그냥 가져 가세요』
나는 얼떨떨해졌다. 그리고 그녀가 선물을 거절하는 이유부터 먼저 생각해 봤다. 마술가마에 많은 재료를 축냈다는 것.
자기 부친의 허락도 없이 마술가마를 꺼내갔다는 것. 나의 돈으로 장만된 선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자기 집의 보잘 것 없는 직공이라는 것 나는 주판알을 튕기듯 이유를 이같이 분석했다. 그리고는 매우 언짢은 기분이 되었다.
『거절하시면 할 수 없지요』
나는 선물 상자를 도로 받아들었다. 그녀는 토마스가 자기의 호의를 조금도 기쁘게 여기지 않음을 어찌지 못했다 선물 내용이 남자에게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해주지 못하는 심정. 그녀는 유치원 수녀님이 토마스에게 준 선물이라고 듣고 그 내용이 무엇이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걸 자기에게 주려 하는 토마스의 마음만큼은 받아들이고도 남음이 있었다.
토마스는 입맛이 쓴 것 같았다. 저녁 여덟 시에 학예발표회를 같이 가서 보자고 제의하려 했으나 그녀가 선물을 거절하는 심사를 미루어 포기해야만 되었다.
그녀는 토마스가 몹시 생각에 몰아붙이는 걸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마스씨 무얼 그렇게 생각하세요?』 토마스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괘씸했다.
『나 같은 사람은 생각도 못합니까?』
그녀는 어머나 하고 놀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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