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은 미술분야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서구적 양식의 도입과 그 전개 과정에서 하나의 에포크(Epoch)를 이룩하였으며 이 땅에 서구적 예술 형태를 전래하게 되는 직접 혹은 간접적 계기를 형성하여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가톨릭 미술 자체는 근 2세기에 이르는 동안 확장된 교세나 예술의 자율적 성장에 비교해 볼 때 그 양이나 질적 면에서 수준 이하의 침체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음도 부정할 수 없어 유감된 일이라 아닐 할 수가 없다. 또한 한국의 가톨릭 미술에 관한 사항을 알기 위해 참고로 해야 할 문헌이나 성화 기타의 자료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편에 처해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각 성당에 있는 회화나 조각 기타 장식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있다 해도 그들 대부분은 일반 예술 작품에 비해 미적으로 졸열하거나 서구 르네쌍스풍의 아류이거나 그 외 성면통면ㆍ국본 같은 것에 관하는 복제품이 대부분이어서 엄밀한 의미의 한국에서 만들어진 가톨릭 미술이란 뜻에는 충족치 못한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가톨릭 안의 모든 이들은 재고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며 현대적 의미의 시대 양식에 적합하며 교의에 일치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통일되고 새로우며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종교미술 양식을 모색함에 인색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실제 이러한 문제의 구체적 실현이란 단시일 내에 몇몇 의견을 가진 소수인 사이에서 거론되어 이루어질 수 있는 성질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좀 더 넓은 범위와 근본문제가 있다. 즉 종교란 예술에는 본질이 아닐 것이며 예술 또한 종교의 근본적인 미적 충동이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라 할 때 문제는 구체적 양식으로서의 종교가 본질적으로 불변의 것인 이 미적 충동을 어느 정도로 교화하고 또 억제할 수 있는냐 하는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술행위는 그 자체 독자적 전통에 따라 변모되어온 현실과 종교는 그 나름대로 철학적 관념과 인간적인 내성의 존재 방식을 갖게 되고 이 존재 방식은 필연적으로 예술 작품과 같은 물질적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성립될 수 있는 의식상의 이율성이 작용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기에 한 민족의 독특한 생활 습관이나 기후 풍토 및 경제 생활은 어떠한 종교나 예술 양식이 수입되었다 해도 결국 그것은 그 민족의 근본적인 정신적 경향에 합치될 때까지 수정이 가해질 것이라는 가정을 염두에 두고 (예를 들어 한국인이 그린 성모상의 얼굴 형태에서 제거할 수 없는 동양적인 표정이 담긴 어떤 힘 ) 예술 형태사의 보편적인 법칙이 곧 인터네셔널이라는 것을 부연할 때 더욱 그러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가톨릭 미술 양식도 상기한 제요건에 대한 적극적이며 구체적인 대안 마련되어 문제의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가톨릭이 그 자체의 미술과 우리의 미술 문화에 끼친 영향과 현황 문제점이 유의되고 이에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다시 말해 그것은 곧 인터네셔널과 서구적 양식의 재현이라는 문제와 우리 고유한 것이라는 모호성에 대한 상호관계의 대립과 륭화라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가톨릭이 우리나라 미술에 끼친 영향은 무엇보다도 서구적 미술 양식의 도입에 있다고 하겠으며 그것은 예술에 있어 문접적인 면에 더 의의가 있다. 결국 예술 성립상 정신문화의 변혁은 운술 양식의 개조에 우선하는 필수적인 여건이다. 이러한 영향에 대한 근거는 여러 가지 문헌에 의해서도 예증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별로 나누어 다음과 같은 글과 내용을 볼 수 있다. 남은 근거는 희박하나 새로운 서양면의 최초 양식이 알려졌다는 설은 임진왜란 때 천주교도인 小西行長이 부산과 용천성에 6년간을 머무는 동안에 있던 일로서 1593년 12월 27일 구주에 있던 포르투칼인 세스페데스(GleglIO Cespedes) 신부와 일본인 전교회장 不千 에이온 (FoacanEion) (이들은 1595년 봄에 일본으로 돌아감)이 대마도를 거쳐 부산에 상륙하여 예수상이나 성모상의 삽화를 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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