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일에 기도회를 가짐은 모든 사람이 하느님이 주신 인간 대우를 받아 모두가 하느님 자녀답게 살 수 있게 기도하자는 데 뜻이 있다.
먼저 우리 자신은 이웃의 인권을 존중하고 사랑했는지를 반성하고 우리 모두와 온 국민을 위해 기도하면서 특히 인간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영세민과 연소 근로자들이 우리의 기도와 자각과 노력을 통해 그들의 인권이 회복될 수 있게 기도하자.
또 우리 겨레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참으로 빛나는 겨레가 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현 정부와 의견을 달리한다는 이유 때문에 상식으로 상상할 수 없는 형량을 받고 인권을 박탈 당하고 있는 우리 목자 지 주교와 목사 교수 학생 민주 인사들이 하루 빨리 석방되어 인간 권리를 되찾고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하자. 위정자를 위해서도 기도하자. 그들도 역시 인간 기본권과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와 참정권을 보호하는 것이 공권력의 의무라는 것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인권 선언일을 맞아 지금까지 그들이 인권을 유린한 바가 없는가를 반성하고 시정할 수 있는 결단의 용기를 주도록 하느님께 기도하다.
인권문제를 언급할 땐 정부 당국자를 비판하기 쉽다.
정치 현상과 정치제도에 따라 인권이 보호되거나 안 되거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권은 근본적으로 집권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엄성에 바탕을 두고 있고 하느님이 주신 것이다.
인권 회복은 인간 회복이요 하느님의 존엄성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인권 모독은 인간 모독이요 하느님에 대한 모독이다. 때문에 교회는 어제도오늘도 내일도「인간 회복」「인간회복」을 부르짖어야 한다. 인권 회복은 인간 안에 근본적으로 주어진 하느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므로 이번 시노드(세계 주교 대의원회)는 인권 회복이 복음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천명하고『인권 옹호와 인권 신장은 복음이 요청하는 바며 오늘날 교회의 중심 과제』라고 선언했다.
이 같은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오늘의 상황에서 볼 때 험난한 고난의 길이요 십자가의 길이다. 십자가를 통해 자유와 해방을 주신 그리스도의 몸으로써 교회는 그리스도를 따라 인간 해방을 위한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은 시련 속에서 이 세상에 빛과 희망과 구원을 가져 오려면 주교인 나와 신부 수녀 신자들이 어느 정도 그리스도를 닮고 그 십자가를 지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이 사회가 달라지기를 바라고 달라져서 희망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기대만 하고 있지 말고 먼저 우리 자신이 이 사회를 그리스도의 사회로 바꾸고 희망을 주어야 한다.
나의 소견으론 오늘의 이 난국은 결코 극한적인 대결로서가 아니라 민족의 슬기를 모을 대화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부 여당은 대범하게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의 길을 열 것을 요청한다. 시국에 대해 견해와 소신이 다른 이른바「 일부 인사」를 무조건 반정부 인사로 몰 것이 아니라 그들도 역시 조국의 번영과 안정을 위하고 북괴의 침략을 막기 위해 나라의 역량을 키우려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발언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한 핏줄 한 운명 공동체로서 흉금을 터놓고 대화해야 난국은 해결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극한 상황으로 치달아 결국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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