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한 마리가 죽은 며칠 후 어느날, 밖에서 놀다 집에 돌아온 형철은
『형!』
하고 저희 방 미닫이를 열었다. 형일이가 없다. 벽에 걸려 있는 새장에서 참새들이 푸드득거렸다.
다음 순간 형철의 시선은 참새 한 마리가 남아 있는 새장으로 옮겨졌다.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참새가 보이지 않았다.
형철은 얼른 방에 들어섰다. 참새 한 마리가 새장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죽은 것이다. 형철은 가슴이 찡했다.
『엄마!』
안방 쪽으로 소리쳤다.
『엄마 시장 갔다』
유미가 대답했다. 형철은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형일을 찾으려는 것이다. 형철은 두 주먹을 틀어쥐고 달려간다.
가장 가까운 데 있는 칠성이네 집으로 갔다. 대문 밖에서
『칠성아』
하고 소리쳤다.
『칠성이 없다』
칠성의 어머니 소리였다.
형철은 또 뛰기 시작했다. 민호네 집으로 갔다. 그러나 형일이는 거기에도 없었다. 어딜 갔을까?
형철은 형일이가 자주 가는 곳을 몇 군데 찾아보았다. 그러나 형일이는 없었다. 형철은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형철은 혼자서 죽은 참새를 꺼내가지고 먼저 번처럼 은행나무 아래에 묻었다. 형철은 몹시 허전했다. 그동안 참새 기르기에 정성을 다했다. 그런데도 벌써 두 마리나 죽은 것이다. 형철은 방에 돌아와서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빈 새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대문소리가 나고 미닫이가 열렸다.
『너 뭘 하니?』
형일이었다.
『형 참새가 또 죽었어』
『뭐 또 죽었다구…』
형일은 놀란 소리를 지르며 방 안에 들어섰다. 형일은 새장을 기웃거렸다.
『그래 죽은 참새 어떻게 했니』
형일의 말소리는 힘이 없었다.
『은행나무 아래에 묻어 줬어』
『그래』
『나 형 얼마나 찾았는데 칠성이네도 가고 또 민호네도 갔단 말야 그리고 다른 데도 막 찾았어』
그러나 형일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말이 없다.
『형철아 우리 참새 날려 보낼까』
얼마 후에 형일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왜?』
『참새는 안 되겠어』
그러나 형철은 날려 보내자는 형일의 의견에 선뜻 찬성하지 않는다.
형일은 오늘 참새가 처음 죽었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느꼈다.
그때에는 죽은 참새가 가엾게만 생각되었고 또 쓸쓸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참새들이 좁은 새장 속에서 얼마나 부자유스러웠을까 하는 것과 자기들이 즐겁고 또 좋다고 해서 참새 같은 야생의 새를 가두어 두고 기른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언제인가 아버지가 외국에는「새의 달」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새들을 총질을 해서 마구 잡는다는 것은 비문명적이라는 것과 새를 기르는 데서 사람의 마음이 맑아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으나 참새는 기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다시금 떠올랐던 것이다.
『형 그럼 이제 새 안 길러.』
한동안 말없이 서성거리던 형철이가 말했다.
『비둘기 같은 게 좋을 거야』
형일은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했다. 형일은 저의 동네에서 북쪽으로 좀 가면 있는 과수원집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집은 비둘기를 많이 기르고 있다. 그 전에도 그같이 비둘기를 길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형, 비둘기!』
형철의 말소리가 밝아졌다. 그리고 아까와는 달리 까만 눈이 빛났다.
『형 그러면 비둘기 사는 거야』
『응 비둘기 같으면 가두어 놓고 기르지 않아도 된단 말야. 제 마음대로 날아다니게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새보다도 정답단 말야』
『그럼 돈 있어』
형일은 현실적이다. 돈부터 걱정한다.
『응 어떻게 될 거야』
형일은 비둘기를 얻을 수 있는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형일은 막연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형일의 말은 형철이에게 희망과 결단을 주었다.
『형 그럼 참새 날려 보내도 좋아』
밝은 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지』
『으 정말이야』
『후회하면 안 돼』
『응」
형일은 벽에 걸려 있는 새장을 손에 들었다. 참새들이 다른 때보다 더 푸드득거렸다.
『형, 참새들이 날려 보내려는 걸 알아』
『말은 못해도 알고 있을지도 몰라』
형일이와 형철은 새장을 들고 뒤뜰 은행나무 아래로 나갔다. 형일은 막상 참새를 날려 보내려고 하니 좀 망설여지기도 했다.
『형, 정말 비둘기 기르는 거지』
『형철은 참새를 날려 보내기 전에 한 번 다시 확인을 했다.
『응』
하고 형일은 새장의 문을 열었다. 참새 한 마리가 푸르륵 날아 나갔다. 또 한 마리가 날아 나갔다.
『야 해방이다』
형철은 손벽을 치며 소리쳤다. 은행나무에 잠시 앉았던 두 마리의 참새들은 서쪽을 향해 푸르륵 날아갔다.
『잘 가라! 잘 가라!』
형철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형일은 마음이 홀가분했다. 참새는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두 형제는 참새들이 날아간 서쪽 하늘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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