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시대
유사 이래 인류 사회는 자연의 소재를 개발하고 이용하고 지배함으로써 인간의 생활을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게 향상시키는 문화적 노력을 통하여 개인과 사회를 발전시켜 왔다. 문화를 만드는 힘은 자연의 여건에 대한 인간의 체력과 지성과 자유의지의 도전이기 때문에 시대와 지역과 민족에 따라서 여러 가지 형태의 문화가 생성하고 사멸하고 있다.
인류가 여러 가지 상이한 문화 전통을 형성하면서 그 시야가 넓어지고 능력이 중대됨에 따라서 다른 문화권과의 접촉과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상호 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경쟁심을 유발하여 고유한 것을 발전시키면서도 서로 모방하여 20세기에 와서는 커다란 세계적인 혼합문화를 이루어 가고 있다.
이 세계화한 문화의 일반적 성격은 엄청난 속도로 변천하는 대중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과학의 발달과 교육의 보급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그 사고방식이 자아내는 사회상 내지 문화상이 그 규모와 속도에 있어서 전대미문의 변천상을 보이고 있다.
생활 영역의 확대
자연과학의 장족의 발전은 인류가 수만 년 동안 생활하던 지구의 표면에서 광활한 우주에까지 인간의 관심과 능력을 확장하여 바야흐로 우주시대가 전개되었다. 우주시대의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관념의 확대이다. 인간의 생활 영역은 이미 세계대를 넘어서 우주대로 확장되었고 인간의 역사의식은 현재와 과거만 탐구하지 않고 미래를 탐구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인간생활의 기본 범주가 확대됨에 따라 대자연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으니 현대인은 이 세상을 단순히 주어진 것 또는 고정된 것으로만 보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천하는 유동적인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그것은 그저「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 수 있는「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공과 자연에 대한 견해의 변화는 인간 자신의 의식의 변화를 초래한다. 생리학 심리학 사회학의 발달은 철학적 인간관에서 과학적 인간상에로 현대인의 관심을 옮겨 놓았다. 고대인의 중요한 관심사는 자연의 존재였고 중세인의 관심사는 인간의 존재와 목적이었고 현대인의 관심사는 상황과 양상에 있는 것이다.
하나의 세계로 지향
이런 인간상은 불가불 사회상의 변모를 초래한다. 과학의 발달은 인간의 욕망과 능력을 확장하여 인간생활을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어 서로 깊이 의존해야만 생활할 수 있도록 얽어맨다. 오늘의 세계화한 대중문화는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한 채로 점점 더 하나의 세계로 지향하고 있다. 사람들은 가족 부락 문중 동업자 관계만으로는 살 수 없고 교통기관과 홍보 수단의 비약적 발전으로 생활의 모든 분야가 대도시화하고 전국화하고 세계화되어 간다.
이렇게 인간생활의 모든 분야가 집단화 사회화 세계화 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이름 없는 대중이 되어 간다. 이 대중은 다수라는 수자의 마력하에 그다지 높은 이상이나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따라서 고귀한 사명감이나 책임감을 가지기보다 안이하고 편리하게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속물 근성에 빠지기 쉽다.
기술이 인간을 지배
오늘 세상의 대중문화를 이끌어 가는 힘은 모든 분야의 기술이다.
오랫동안 인간 사회는 권위가 지도하고 지배해 왔었다. 부모의 권위, 스승의 권위, 선배의 권위, 장상의 권위, 국법의 권위, 종교의 권위 등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힘이었다.
그러나 대중문화 시대의 사회는 인격적인 권위보다 조직적인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기술은 본시 생활의 도구나 방편에 불과했으나 샤회가 대중화함에 따라 조직되고 세련된 기술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서 인간을 지배하고 변모시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산업상의 기술만이 아니라 예술, 학문, 경제, 정치 모든 면의 기술을 말한다.
물론 오늘의 사회도 인간의 사회인 한 모든 인격적 권위가 말살된 것도 아니요 또 말살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격적 권위에 비하면 기술의 권위가 말할 수 없이 유력하고 효과적이며 때로는 인격적 권위에 군림하여 횡포를 부리고 있다. 이런 기술을 가진 사람을 소위 전문가라고 하며, 그 전문가가 가짜일 경우에는 이 사회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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