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야 어찌됐든 지금 세계극장가를 휩쓸고있는 것은 리바이벌의 물결이다. 가까운 일본만해도 레저ㆍTV붐에 밀려 그나마 흥행의 안타를 기대할수있는 것은 이런 영화들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볼 때 이른바 재수입 영화는 대개 10년이라는 시차를 갖는 공통점이 있다. 10년이란 곧 주기적으로 한 세대가 형성되는 물리적 공간을 뜻한다. 그만큼 새로운 관객을 포용할수있는 여지를 갖게 되는게 아닐까.
최근 우리나라에 고개를 들고있는 리바이벌 붐, 특히 지난해 40여만 관객을 동원하여 국내외 영화 흥행 베스트 1을 차지한「벤허」의 경우는 이 점을 실증해주는 좋은 본보기다「애수」로 유명한 마빈 르로이 감독의「쿼바디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스펙터클 한 영화가 먹힌다는것은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TV드라마는 그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지만 영화만큼 광의한 스케일을 지니지 못한다는 점에서 핸디캡이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의 문호 헨리크 센키비치의 노벨 문학상 수상소설「쿼바디스」(어디로 가시나이까)를 영화한 이 작품은 기원 1세기전 로마의 폭군 네로(피터 유스티노프)의 그리이스 사상과 새로 등장한 내세적 그리스도교 사상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권력정치에 대항하는 개인의 안전과 자유에의 갈망- 그저변에 흐르는 휴머니즘의 항쟁은 기독정신의 바탕위에서 그의 박해가 심하면 심할수록 더욱 거세고 빛이난다. 한 문화권에 다른 문화권이 뛰어든다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것이 차원을 달리한 신앙의 불길이 자리할 때 얼마나 무서운 희생이 따를것인가. 이 영화는 한 폭군의 집요한 박해속에서도 내면에 잠재한 신앙, 즉 기독정신만은 뿌리뽑을수 없었다는 진리를 추구하고 있다.
메드로스코프의 특수화면에 처리된 고대 로마 특히 1천2백여 명의 목수가 4년에 걸쳐 만들었다는 2백50여만여 평의 세트 그 물량의 장관은 사용필름 90여만척이나 5만명 이상 동원했다는 엑스트러 못지않게 감동적인 것이었다.
서기 64년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에까지 포교되던 당시 폭군 네로는 왕비 포페아「패트리시어 라프언)의 환심을 사기위해 온갖 악정을 일삼고 있었다.
이 무렵 로마병사 마카스(로버트 테일러)는 그리스도교 신자인 리지아(데보라카)와 사랑하게 되어 종교의 심오함을 터득하게 된다.
한편 네로의 충신 페드로니우스(레오겐) 도노예인 유니스(마리나 베르디)를 사귀고부터는 네로에 대한 충성이 식을수 밖에 없었다.
날이 갈수록 네로의 폭정은 심했다. 예수를 숭앙하던 교도들이 하나씩 죽어갔다. 발 붙일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비록 네로는 신자의 마음까지는 사로잡을수 없다는 인간으로서의 한계점에 분노하여「로마」시에 불을 지른다. 낡은 도시를 허물고 그 자리에 대신 네로포리시스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이 사디즘적인 마성의 울부짖음으로 나타난다. 그 행위는 남의 괴로움을 자기의 쾌감으로 받아들이는 폭군다운 악취미라고 할까. 그 순간 읊는 것은 시가아니라 사탄의 주문이요 신음일수 밖에 없다.
네로의 교인에 대한 밖해는 절정에 다다른다.
이를 보다못한 마카스는 네로의 비도덕적인 행위에 반항하여 그를 타도하기 시작한다. 노도와 같은 합세의 함성이 전도시를 휩쓴다. 이렇게 하여 로마제국은 하루아침에 멸망하고 만다.
그러나 네로는 망했으되 그리스도교는 방화되지도 또 붕괴하지도 않았다.
이 영화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로마인의 향락과 웅대한 원형극장에서의 결투 그리고 기독교인들의 전률할만한 학살장면이다.
영화 테크니크상으로 손꼽을수 있다면 역시「로마」시의 화재장면 그 정교한 미니추어와 몽따쥬일 것이다.「흑기사」「애수」의 로버트 테일러「왕과 나」「여로」의 데보라카의 호흡맞는 연기는 화음이 잘되는 듀엣과 다름없다.
종교인의 참신앙이 아쉬운 때에 죽음을 초월한 순교의 영원성을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종교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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