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물의 내적구조는 외적조직으로 가시화(可視化)된다. 신인적구조를 가진 교회는 교계적조직을 통하여 활동한다. 교계제도라는 말은 신성한 권위를 뜻하는 합성어(合成語)인데 실제로는 하느님의 백성을 가르치고 성화하고 사목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목자단을 가리킨다.
초세기부터 이행되어 오는 교계제도를 개신교들이 부정하므로 트렌토 공의회와 제1차 바티깐 공의회가 거듭 확인하였다. 『영원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이 성부께로부터 파견되신 것처럼 사도들을 파견하시어 거룩한 교회를 세우신 것을 가르치고 선언하는 바이다. 그리스도는 이 사도들의 후계자들인 주교들이 당신 교회에 있어서 세상종말까지 목자이기를 원하셨다』(교회헌장18).
1. 교계제도의 신적 기원
그리스도의 교회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집합하여 누구는 회장으로 누구는 총무로 누구는 위원으로 선출하여 조직된 단체가 아니다.
교회는 예수께서 하느님의 나라를 설파하시면서 12사도를 특별히 간택하시어 그들에게 구원의 진리를 가르치고 신자들을 성화하고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 권한과 책임을 주어서 세상 사람들에게 파견하심으로써 시작된 공동체이다.
교회를 사도들 위해 설립코자 하신 주님의 뜻은 성서에서 너무나 명백히 드러난다. 마르16, 15:요한14, 16이하:16, 5이하:17, 18:요한20, 21~23:마태16, 13~19:18, 18:28, 19~20.이상의 성서구절들은 주께서 생존시에 교회를 설립할 의사를 밝히시고 사도들을 선택하시어, 그들이 미구에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교회를 이끌어 가도록 명하셨음을 명시적으로 증언한다.
사도들도 주님의 뜻을 알아듣고 실천하였다. 주께서 일부러 12명 사도들을 간택하셨기에 유다스의 배반으로 공석이 된 자리에 마티아를 선정하여 12 자리를 채웠고(사도1, 15), 성령을 충만히 받아(사도1, 8:2, 1~26) 설교의 직무와(사도2, 42) 성화의 직무와(사도8, 14~17) 사목의 직무를(1고린4, 14~21) 수행하였다.
사도들은 주의 이름으로 권위를 가지고 사목활동을 전개하였고(사도4, 17:8, 12~16:9, 15:10, 18:19, 13~17), 바울로는 『여러분은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여기며 하느님의 심오한 진리를 맡은 관리인으로 생각해야 합니다』(1고린4, 1). 또 『여러분이 건물이라면 그리스도께서는 그건 물의 가장 중요한 모퉁이 돌이 되시며 사도들과 예언자들은 그 건물의 기초가 됩니다』(에페2, 20:1고림3, 11)하였다.
2. 사도직의 계승
예수 자신은 사도들의 후계자 문제를 명시적으로 선언하시지는 않았지만 세상의 종말까지 계속될 교회를 세우시고 사도들에게 사목권을 주셨으니 자연인으로서의 사도들의 사후에도 사목권은 지속될 성질의 것이고 따라서 후계자가 있어야 사목권이 지속되는 것이다. 사목직무의 계속성을 암시하는 성경구절은 얼마든지 있다. 마태16, 17~19:28, 20:루가24, 49:요한13장~17장 등등.
사도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이 직접 또는 대리를 파견하여 공동체를 지도하였으나(사도8, 14:9, 22:15, 22), 차츰 여러 가지 명칭을 가진 협력자를 채용하여 그들에게 안수(按手)로써 사목권한을 전수하였고(사도20, 28:1베드4, 2:1:디모3, 5ㆍ15:4, 6:5, 17:2디모1, 6:4, 2:디도1, 5:2, 15), 사도들이 별세함에 따라서 이들이 장로, 감독이란 명칭으로 사도직을 계승하여 수행하고 있다.
제2세대의 초기교회에서 이들은 집단지도체제(장로단)로 교회를 돌보고 있으나 차츰 장로단 중에서 특정인이 감독이 되어 일정 지역에 정주(定住)하는 당일지도 체제가 성립되었다. 1세기가 끝나기 전에 이미 예루살렘, 로마, 안티오키아 알렉산드리아에는 단일지도체제가 확립되어 있었다.
후계문제에 대한 성서의 증언이 모호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역사가들은 글레멘스, 이냐시오, 이레네오, 떼르뚤리아노, 치프리아노 등 박해시대 교부들의 증언을 성서와 아울러 고찰함으로써 교계제도의 발전과정을 정리할 수가 있었다.
또 교계제도가 주님의 뜻에 의하여 성립된 것은 분명하고 확실하지만, 그 구체적인 형태가 오늘의 주교ㆍ신부ㆍ부제 3단계로 분화되고 고정되는 데에는 1세기 이상의 발전과정이 있었다.
3. 교회의 통치체제
교회가 교계적으로 조직되고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너무 단순하게 교회는 군주(君主) 체제라 생각하였고 현대의 일부 사람들은 교회도 시대에 적응하여 민주(民主) 체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생각은 다 그릇된 생각이다.
대저, 군주체제란 주권재왕(主權在王)을 뜻하고 민주체제란 주권재민(主權在民)을 뜻하는데, 교회의 주권은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스도께 배타적으로 귀속되는 것이지 결코 교황이나 신자대중에게 있는 것이 아니기에, 교회체제는 군주체제도 아니고 민주체제도 아니고, 정치학에는 존재하지도 아니하는 교계적 체제이다(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공의회 전부터 일제(日帝) 시대에 일본에서 사용하던 「교황」이라는 호칭은 부당하다고 지적하였다. 사실 교황은 교회의 황제가 아니고 교회의 들보인 만큼 「교종」(敎宗)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사실에 부합할 것이다).
교계제도 안에서 성직자들은 그리스도의 직무에 참여하는 목자이기에 그리스도의 대리라 할 수 있지만, 그 대리역은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봉사하는 역할이지 제대로 백성들에게 군림하는 역할이 아니다. 사실 주께서 사도들에게 『내 양들을 돌보라』(요한21, 15~17) 하셨지『너희의 양들이니 너희 마음대로 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성직자는 목장주인(그리스도)이 아니고 목장의 일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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